지난 19일 늦은 밤 보일러실 화재
고양이가 먼저 깨어나 신호 보내와
온 가족 생명 구하고 큰 피해 막아
“파아악, 파아악~”
늘 한 가족처럼 옆에서 자고 있던 고양이 ‘나비’가 잠을 자다 말고 평소와 다른 앙칼진 울음소리를 내며 벽과 문을 긁기 시작했다.
‘나비’의 이상한 행동에 주인은 잠에서 깨어 거실로 나선 순간, “아뿔사!” 보일러실에서 큰 불이 발생했다.
지난 19일 오후 11시 50분경 모두가 잠든 늦은 밤 충북 옥천군 이원면 칠방리에 사는 전학승(54)씨 집에 화재가 발생했다. 보일러실에서 시작한 원인 불명의 불은 거대한 불기둥을 만들며 집 벽면을 태웠다.
소방대원의 빠른 출동에 불은 약 28분만에 진화됐다. 보일러에서 시작된 불은 자칫 집 전체를 태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초기 발견과 빠른 진화활동에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전씨와 그의 어머니 원정희(82)씨는 고양이 ‘나비’ 덕에 살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비’의 앙칼진 울음소리와 발톱으로 긁는 소리가 없었다면 전씨가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결국 화재는 크게 번졌을 상황. 게다가 노모는 거동이 불편해 재빠른 대피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가슴을 더욱 쓸어내리게 했다.
전씨와 그의 노모 원씨는 “나비가 평소와 다르게 앙칼진 소리로 울고, 방문을 긁어서 그 소리에 깼다. 깨서 나와 보니 집에 연기가 자욱한 상태였다”고 당시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나비가 없었다면 얼마나 더 큰 일이 발생했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며 “생명의 은인”이라고 나비에게 연거푸 인사했다.
사실 ‘나비’는 길고양이였다. 전씨는 자주 찾아오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며 이름도 ‘나비’라고 지어줬다. 하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돼 위험에 처하자 전씨는 동물병원에 데려가 정성껏 치료해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이때 들어간 치료비가 88만 원이어서 전씨의 어머니는 종종 ‘팔팔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10개월 전부터 ‘나비’는 아예 이들과 한 가족이 되었고 집안에서 함께 지내왔다.
길고양이의 생명을 구해준 따뜻한 사람들. 또 그 은혜에 보답이라도 하듯 화재로부터 주인을 구한 고양이. 이들의 거듭된 보은이야기가 충북 옥천을 감동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