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있는 두개의 가로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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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있는 두개의 가로막 이야기
  • 정일규 한남대학교스포츠과학과교수
  • 승인 2020.08.0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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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 한남대학교 교수
정일규 한남대학교 교수

 

횡격막은 위로 볼록한 형태의 넓은 근육으로 가로막이라고도 한다. 숨을 마실 때 횡격막은 수축하여 아래로 내려가면서 평편해진다. 반대로 내쉴 때 횡격막은 이완하여 올라가면서 원래대로 볼록한 형태가 된다. 횡격막을 주로 활용하여 호흡하는 것을 복식호흡이라고 하며, 이 횡격막보다는 갈비뼈 사이의 늑간근에 의존하는 것을 흉식호흡이라고 한다. 정상적인 호흡에서는 횡격막이 주로 작용하고 늑간근도 함께 이용된다. 이 횡격막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때는 흉식호흡에 더 의존하게 된다.

흉식호흡에 의존할수록 환기효율은 더 떨어진다. 즉 같은 량의 공기를 마시더라도 실제로 받아들이는 산소량이 감소한다. 또 얕은 호흡을 보상하기 위해 가슴 윗부분을 들어 올리는 근육의 참여가 일어난다. 가슴 위쪽에 있는 흉쇄유돌근이나 사각근까지 평상시의 호흡에 참여하면 목이나 가슴 위부분의 긴장도가 올라가며, 이는 목과 등 부위의 통증이나 두통과 같은 증상과 관련이 있다.

이처럼 횡격막의 움직임을 제한시키는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비만이 있다. 복부의 지방이 횡격막이 아래로 내려가는 움직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임산부의 경우에도 복압이 상승되어 있어서 복식 호흡이 어렵게 된다. 임산부가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는 것은 횡격막의 움직임이 제한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또 한 가지 가장 일반적인 요인은 자세의 문제이다. 요즘 카페 등에서 낮은 테이블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앞으로 상체를 구부정하게 숙인 자세로 몇 시간이고 일하면서 횡격막의 자연스런 움직임은 방해를 받는다. 이 자세로는 환기효율만이 감소되는 것이 아니라 복부에 있는 근육들이 할 일을 잊어버리게 된다. 즉 모니터 자판위에 양손을 올리고 팔꿈치로 상체 무게를 지지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당장은 편하지만 복부근육으로는 신경자극이 전혀 보내지지 않는다. 신경자극을 받지 않은 복부근육들은 점차 약해지는데, 이는 요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왜냐면 복횡근, 복사근 등은 근막에 의해서 허리부위에서 척추기립근, 흉요근막과 연결되어 있어 척추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척주를 반듯이 세운 자세에서는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횡격막의 위아래 움직임에 연동되어 복부근육이 적절한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게 되며, 적절한 복부내압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우리 몸에는 또 하나의 가로막이 있다. 그것은 골반바닥근이다. 골반바닥근은 골반의 바닥을 이루고 있으면서 골반 안의 장기들, 즉 창자와 방광, 그리고 자궁(여성)을 받쳐주는 근육층을 의미한다. 이 골반바닥근도 좌식생활과 잘못된 자세로 인해 그 기능이 약화되는 대표적인 근육이다.

요즈음은 호흡을 할 때 이 골반바닥근과 횡격막의 협응적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는 잘 의식하지 못하지만 숨을 들여 마시거나 내쉴 때 골반바닥근도 호흡의 리듬을 조정하는데 참여한다. 정상적이고 자연스런 호흡에서는 숨을 들여 마실 때 횡격막과 마찬가지로 골반바닥근도 아래로 내려가고 숨을 내쉬는 동안 위로 올라간다. 그렇지만 내려갈 때 수축하는 횡격막과는 반대로 골반바닥근은 내려가면서 약간의 긴장과 함께 늘어나며, 올라갈 때는 수축을 한다.

이 골반바닥근의 움직임은 자세에 의해서 바로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골반바닥근은 상체를 앞으로 기울인 상태에서는 완전히 이완된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허리를 세우지 않고 앞으로 기울이면 쉽게 볼 일을 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화장실이 아니라 평소 앉는 자세가 그렇다면 골반바닥근은 호흡리듬에 따른 움직임이 아니라 항상 이완된 상태가 되고 마는데, 이는 결국 골반바닥근의 약화와 조절능력 상실로 이어지고, 또 요실금과 같은 문제와도 관련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몸에 있는 두개의 가로막은 서로 협조하며 적절하게 복압을 조절하고, 자율신경의 균형을 유지하는데도 기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잃어버린 호흡의 자연스런 리듬을 되찾고, 횡격막과 골반바닥근의 협응적 움직임을 새롭게 배우기 위한 숨쉬기 훈련이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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