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년 동안 마르지 않은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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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년 동안 마르지 않은 우물
  • 박금자기자
  • 승인 2020.08.06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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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북면 판암면옥식당의 숨은 이야기
한 손님이 식당안에 자리잡은 우물이 신기한 듯 들여다보고 있다.
한 손님이 식당안에 자리잡은 우물이 신기한 듯 들여다보고 있다.

 

겨울에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올 만큼 따뜻하고 여름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솟는다.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아도 시원하고 사계절 일정한 습도를 유지하는 비결은 우물이었다충북 옥천군 군북면 판암면옥식당 안에는 마르지 않는 시원한 우물이 있다.

판암면옥을 찾은 손님 한씨는 식당에 우물이 있어 신기하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 우물가에서 엄마들이 떠들며 먹거리를 씻고 빨래를 하던 곳이 우물이었다. 엄마 생각이 나면 가끔씩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160년 동안 단 한 번도 마르지 않은 샘은 건물주인 김지순(군북면 이백리67)씨의 증조부께서 직접 파셨다고 한다. 오래전 대부분의 우물은 마을 한가운데에 있어 마을 사람들의 공동 식수원이거나 식구가 많은 대갓집에서는 집안에 우물을 팠지만 판암면옥내에 있는 우물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목 옆 초가에서 우물을 팠다고 한다. 예전 이 길은 장터로 가는 길목이었다. 김씨의 증조부는 나그네가 많은 동네이니 누구라도 목을 축이고 갈 수 있게 할 목적으로 그곳에 우물을 팠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 우물가에서 이웃 마을 사람들 이야기를 하고 피난 가던 사람들이 물을 마시고 씻었다. 건넛마을 사람들까지 그 물로 밥을 짓고 술을 빚었으며 빨래를 해 입었다.

김씨는 수년 전 이곳에 건물을 지으려고 양수기를 이용해 15일 동안을 물을 퍼내었다. 물은 아무리 퍼내어도 끝없이 나왔다. 물을 퍼내기 시작한지 열흘째 되던 날 꿈을 꾸었다. 퍼내도 퍼내어도 끝없이 나오던 우물이 갑자기 강으로 변하는 꿈을 꾸고 다음날 다시 꾼 꿈은 그녀가 직접 우물 안으로 들어가는 꿈이었다. 우물 안 깊숙한 곳에 문이 있었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곳은 바다였다. 결국은 우물을 건물 안에 그대로 두고 식당을 지었다. “조상님이 물려주신 이 우물을 없앨 수가 없어서 다시 돌을 쌓게 되었다고 한다.

판암면옥 입구에는 갈대가 자라는 것도 볼 만하다. 물이 마르지 않는 조건 때문일까. 갈대가 잘 자라 어른 키만 하다.

물은 생명이다. 물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재앙을 면한다는 어른들의 말을 떠 올리게 하는 우물을 간직한 판암면옥에 들러 160년 동안 마르지 않는 우물 속을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건네 보면 오랜 시간 동안 그 물을 마시고 간 사람들의 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갈대가 자라는 판암면옥
갈대가 자라는 판암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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