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의 양식을 함께 파는 곳
상태바
몸과 마음의 양식을 함께 파는 곳
  • 김수연기자
  • 승인 2020.09.24 11: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옥천읍 진진빵집
도서매대와 제빵기계가 공존하는 진진빵집
도서매대와 제빵기계가 공존하는 진진빵집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 몇 년간 탐색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혹자는 시간 낭비다라고 할 수도 있고 나이가 스펙인데 배가 불렀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옥천군 동이면 출신의 진진빵집 여진(30) 사장은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왔다. 서울의 예술영화극장에서 일도 해봤고 여행업계에도 몸을 담았었다. 그러다가 정말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 25살에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모든 직원이 꺼리던 디저트를 담당한 여 사장은 달콤한 디저트를 먹으며 기뻐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재미와 행복을 느꼈다. ‘제빵을 배우기엔 너무 늦은 게 아닌가싶어 고민하며 여러 빵집을 돌아다니던 찰나 대전의 한 빵집에서 깜빠뉴를 맛보고 반해버렸다. 그렇게 여 사장은 대전의 한 빵집에서 제빵을 시작한다.

이렇게 이르지 않은 나이에 적성을 찾은 여 사장은 뚝심 있게 대부분 재료를 수작업으로 만든다. 앙버터 빵에 들어가는 팥 앙금부터 타르트 반죽까지. 손이 많이 가는 작업들이기에 아침 일찍 나와 저녁 늦게까지 일하고 가게 오픈은 금, , 일요일만 한다. 이렇게 만든 여 사장의 빵은 인기가 아주 많다. 앙버터나 팥빵 같은 디저트 느낌의 빵도 있지만, 이외엔 식빵, 치아바타, 사워도우 등 대부분이 음식의 베이스가 되는 빵이다. 여 사장은 식빵과 같이 기본에 충실한 빵이 만들기 어렵지만 내가 만든 빵이 누군가의 음식 베이스가 되는 게 매우 좋다고 전했다. 가게 영업시간은 11시부터 8시까지지만 보통 오후 1시면 빵이 모두 동나곤 한다. 그래도 여 사장은 예약손님을 기다리며 저녁까지 가게에서 시간을 보낸다.

진진빵집은 특이하게도 가게 한쪽에 도서 매대가 있다. 사실 빵집과 책방을 동시에 운영한다는 것은 모험이었다. 신기리에서 운영하던 첫 빵집을 닫은 후 약 두 달간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난 여 사장은 그곳에서 만난 한국인 신부님에게 고민을 상담했다. 신부님은 몸과 마음의 양식을 함께 파는 곳이 되겠네라고 대답했다. 그 대답에 용기를 얻은 여 사장은 현재 위치에 개업하며 도서 매대를 놓고 책을 진열했다. 홀로 빵집을 운영하며 힘든 순간이 찾아오면 그녀는 일을 마치고 책을 읽는다. 그리고 책 속에서 위안을 받는다. “가볍진 않지만 무겁지 않은 책들로 골랐어요라고 말한 여 사장. 처음 진열할 때는 읽어보고 괜찮다고 느낀 책 위주로 진열했지만, 최근에는 여 사장의 관심 분야, 손님들과 같이 읽고 싶은 책 위주로 진열한다.

진진빵집은 단순한 베이커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단순한 서점도 아니다. 짧지 않은 탐색 기간 끝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은 한 사람의 인생과 열정이 녹아있는 장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