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가 없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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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노가 없는 카페?
  • 김수연기자
  • 승인 2020.10.15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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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읍 ‘미스터 브루쓰’

 

카페 미스터 브루쓰 내부. 테이블 위엔 시향병이 놓여져 있다.
카페 미스터 브루쓰 내부. 테이블 위엔 시향병이 놓여져 있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수제구두 제작 시장에 뛰어들어 가게까지 차린 백승익(44) 대표가 옥천에 온 건 불과 5년 전의 일이다. 부모님께서 옥천에 오신 이듬 해에 사업을 정리하고 옥천으로 내려왔다.


 비록 디자인 분야에 평생을 바쳐왔지만 평소 커피에 관심이 많았던 백 대표는 항상 카페와 커피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늘 생각해왔던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후 그는 다른 카페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기 위해 제주도로 향했다. 기회는 노력하는 사람에게 온다고 했던가. 마침 일하게 된 카페는 평소 그가 관심있어 하던 핸드드립을 전문으로 하고 있던 카페였고 그는 1년반 동안 제주도의 카페에서 경험을 쌓고 옥천으로 돌아와 핸드드립 전문카페 ‘미스터 브루쓰’를 개업했다.


 그런데 ‘미스터 브루쓰’에는 아메리카노가 없다. 신기하다. 대부분의 카페가 아메리카노를 주력으로 내세워 기타 디저트를 더해 영업을 하고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미스터 브루쓰’에는 아메리카노 대신 핸드드립 커피가 있다. 기계의 힘을 빌린다면 원두를 분쇄해 에스프레소 샷을 뽑아내는 데까지 평균적으로 20~30초가 걸리는 반면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추출한다면 2~3분이 걸린다. 시간이 오래 걸림에도 불구하고 그가 핸드드립을 고집하는 이유는 핸드드립이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을 더욱 잘 보존하고 살리기 때문이다.


 백 대표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원두도 직접 로스팅한다. 이틀에 한번 꼴로 하는 원두 로스팅은 할 때 마다 4~5시간이 걸리지만 더 나은 맛의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서 그는 몸이 조금 더 피곤할지라도 직접 하는 로스팅을 고집하고 있다. 그가 직접 로스팅까지 하는 까닭에 독특한 향을 살린 다양한 커피를 개발할 수 있었다. ‘옥천 블렌딩’, ‘향수 블렌딩’, ‘미스터 블렌딩’이 그 예다.
뿐만 아니라 콜드크림슈페너에 들어가는 크림부터 디저트의 한 종류인 브라우니까지 그가 직접 꼼꼼하게 만들고 관리한다.


 이런 그의 노력 덕분에 ‘미스터 브루쓰’의 손님 연령층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그는 시력이 좋지 않은 어르신들을 위해 큰 글씨로 씌여진 메뉴판까지 따로 만들었다. 또한 ‘핸드드립은 익숙하지 않은데…’라는 걱정을 할 손님을 위해 직접 향을 맡아 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카페 중앙 테이블에 시향병도 구비해놨다.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카페에 오는 모든 사람이 행복하길 바라는 백 대표의 마음이다.
청명한 하늘이 우릴 내려다보고 선선한 바람이 살결을 간지럽히는 가을, ‘미스터 브루쓰’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하는 여유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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