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면 장찬리 송경숙 이장 "숲 속의 고래가 공을 가지고 놀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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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면 장찬리 송경숙 이장 "숲 속의 고래가 공을 가지고 놀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병학기자
  • 승인 2020.10.29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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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늘 고민한다는 송경숙 이장은 자신이 지니고 있는 미술을 바탕으로 부단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마을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늘 고민한다는 송경숙 이장은 자신이 지니고 있는 미술을 바탕으로 부단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마을 앞 저수지 모양이 흡사 고래를 닮았다고 해서 ‘고래마을’로 더 잘 알려진 옥천군 이원면 장찬리(이장 송경숙, 53).
남편의 고향인 이곳 장찬리로 시집 와 아직껏 단 한 번도 외지에서 살아 본 경험이 없다는 송 이장은 이원면 28개 부락 이장 가운데 유일한 홍일점이다. 흔히들 이장은 남자가 맡는다는 구태연한 사고는 이곳 장찬리에서 만큼은 안 통한다. 그만큼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아기자기함이 오히려 마을 부민들의 삶에 활력소를 불어 넣어 주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인지 다른 마을과 달리 장찬리는 여성이 이장을 자주 맡았다. 송 이장 전임자도 여성이었다. 사실 이러한 광경은 다른 마을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물다.
“지형 특성상 마땅히 농사 지을 땅도 없을 뿐더러 있다 해도 소수 몇 가구만이 농사에 종사하고 있습니다”라는 송 이장은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14년 1월부터 이장을 지내고 있다. 줄곧 장찬리에서만 살아온 그녀인지라 어느 누구보다 마을 특성과 주민 개개인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점이 이장으로서 합격점수를 받았다.

 

'아름다운 마을, 찾아오는 마을'

이장을 맡고부터 고민이 생겼다. 기왕 맡은 이장, 남자 이장 못지 않은 그 무엇인가를 이뤄보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아름다운 마을, 찾아오는 마을’을 만드는 것이었다. 즉, 관광마을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 부쳤다. 대학 시절 미술을 전공한 ‘끼’를 살려 외지인들을 장찬리로 오게 하는 ‘마을홍보’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특히, 마을 입구에 세운 ‘고래’모양의 조각물은 지금 생각해도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송 이장은 저수지 모양을 본 뜬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쳤다. 크고 작은 고래 모양의 조각물은 물론 홍보용 리본 등 고래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면은 최대한 활용을 했다.
“아무리 이렇다 할 특산물이 없는 정찬리라 해도 가만히 앉아서 마을의 부를 꿈꿀 수 없잖아요”라는 송 이장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또는 카톡과 같은 다양한 SNS를 최대한 활용, 틈만 나면 마을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방법도 온라인 상에서만 효과가 있을 뿐 오프라인을 통한 홍보도 문제로 남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12명으로 이루어진 ‘돌핀스밴드’ 즉, ‘고래음악단’을 만들었다. 나름대로 연주와 노래에 일가견이 있는 뮤지션들을 끌어 들였다. 여기서 송 이장은 키보드를 맡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밴드 창립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24일 오후 2시 마을 앞 수변데크에서 처녀공연도 열었다. 그렇게 되면 공연을 본 사람들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서 지인들에게 장찬리 아니 ‘고래마을’을 입에서 입으로 홍보를 해 줄게 아니냐는 나름의 전략이 있기 때문이다.

 

'소나무갤러리' 누구나 쉴 수 있는 휴게공간

송 이장은 농사를 짓지 않는다. 조그마한 찻집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그녀가 운영하는 ‘소나무갤러리’에는 다양한 소품들이 즐비하다. 가게 입구부터 죽 늘어선 각종 조각품들은 송 이장의 세심하고 미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게 한다. 여기에는 전 국민의 관심사를 모았던 ‘소녀상’을 비롯해 도기와 부조들이 넘쳐나며 가게안에도 다양한 조각품들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이익보다는 누구나 와서 이야기를 나누고 피곤한 몸을 쉬어 가도록 휴식처 역할을 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가장 젊은 사람이요? 제가 아닐까요”라는 송 이장은 농촌의 고령화에도 많은 신경이 쓰인다. 조만간 이장직을 내려 놓을 생각인데 아직 마땅한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장이라는 직책이 단순히 행정관서의 심부름이나 하고 비료나 나눠주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마을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늘 고민하고 주민들에게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이장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라는 송 이장은 그래서 송 이장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살려 ‘예술마을’을 만들려는 욕심을 가지고 있다. 농사로 먹고 살기에는 너무도 열악한 환경이 그러한 생각을 갖도록 만든 것이다.
그래서 송 이장은 일(?) 하나를 저질렀다. 자신의 가게 바로 옆에 농특산물 판매장 및 문화공간 역할을 하는 ‘장찬고래마을장터’를 연 것이다. 이는 순전히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장소로서 어르신들이 직접 재배한 콩과 도라지 등을 판매토록 하고 있다. 그러한 이유로는 장사라는 일련의 행위를 함으로써 자칫 어르신들에게 발생하기 쉬운 치매 관련 질병을 조금이나마 막아보자는 취지에서다. 어르신들이 너무도 좋아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주민숙원 사업비로 마을 주민들을 위해 빵만드는 기구도 구입했다. 비료같은 경우  특정인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으나 빵은 말 그래도 주민이면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르신들에게 ‘빵’은 최고의 간식이며 군것질 거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숲 속의 고래가 공을 가지고 놀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송 이장의 ‘고래마을’ 자랑은 그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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