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언(諫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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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언(諫言)
  • 김병학편집국장/언론학박사
  • 승인 2020.12.03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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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보다 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의 잘못을 지적한다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말처럼 쉽지 않다. 마음 속으로는 당장에라도 내뱉고 싶지만 자칫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고 또 현 직책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는 매우 위험하고 불안한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목숨이 위험하고 자리가 흔들린다 해도 진정으로 상대방을 위하고 조직(나라) 전체를 생각한다면 개인의 목숨이나 자리에는 과감할 줄 알아야 하는게 사람이 살아가는 목적이 아닐는지.

2,000년 전이나 2,000년이 지난 오늘날이나 진정한 간언자를 찾아 볼 수가 없다. 하지만 그때마다 비록 소수이나마 간언자는 존재했고 바로 그러한 간언자들 덕분에 이나마 세상은 지탱해 왔다. 이중적이 아닌 진정한 간언자가 그리운 시절이다.

 

의견에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받아 들여

(episode1) 항우와 유방은 진나라 시황제가 죽자 천하를 얻기 위한 패권다툼을 벌였다. 물론 유방이 항우를 이기고 천하를 통일, 한 왕조를 세웠지만 처음부터 유방이 우세한건 아니었다. 유방의 승리 뒤에는 또 다른 비결이 있었다.

짐에게는 소하, 장량, 한신이라는 세 유능한 인재가 있소. 짐이 항우를 이길 수 있었던 비결은 이들을 잘 다스렸기 때문이오. 물론 항우에게도 범증이라는 책사가 있었지만 그는 그 자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기에 결국 지고 말았오

그렇다고 유방이 이들 세 사람을 쥐잡듯이 닦달하거나 수족처럼 부렸다는 의미가 아니다. 유방은 늘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좋은 의견은 적극적으로 받아 들였다. 더욱이 자신이 직접 명령을 내리거나 지시를 하지 않고 부하의 의견이 옳다고 판단되면 실행하도록 지시만 내렸다.

 

의견이 다르다고 거부해서는 안돼

(episode2) 하루는 태종이 중신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옛날부터 자기 맘대로 행동하는 제왕이 많았소. 기분 좋을 때는 아무런 공로도 없는 사람에게 상을 내리고 화가 날 때는 아무렇지도 않은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기도 했소. 그래서 대란이 끊이질 않았소. 짐도 그들과 같은 길을 걸을까 두렵소. 그러니 짐이 그럴 경우 아무런 부담 갖지 말고 말해 주시오. 또한 그대들도 부하의 간언을 기쁘게 받아 들이시오. 의견이 다르다고 거부해서는 안되오. 부하의 간언을 받아 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윗사람에게도 간언할 자격이 없소

꽤 세월이 흘러 태종이 위징에게 물었다. “요즘은 의견을 말해 주는 사람이 통 없으니 도대체 어찌된 일이오?” “폐하는 신하들의 간언을 아무 거리낌없이 솔직하게 들어 주셨습니다. 그러니 거림낌없이 의견을 말하는 자도 있을 법합니다. 그러나 다들 침묵을 지키고 있고 그 이유는 서로 다릅니다. 의지가 약한 사람은 속으로 생각하고 있고 평소에 모시던 분이 아닌 사람에게는 미움을 살까 좀처럼 말을 하지 않습니다. 또한 지위에 집착한 사람은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힘들게 오른 지위를 빼앗길까 두려워 적극적으로 말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다들 침묵을 지키는 이유이옵니다

과연 그대 말이 맞소. 짐도 항상 그것이 마음에 걸렸소. 신하가 군주에게 간언하려면 죽음을 각오해야 하오. 이는 사형장에 끌려 가거나 적진 한가운데로 뛰어 들어가는 것과 같소. 두려움없이 간언하는 이가 적은 것은 다 이 때문일 것이오. 짐은 앞으로 겸허한 자세로 그대들의 간언을 받아들일 생각이오. 그러니 그대들도 괜한 걱정하지 말고 거리낌없이 의견을 말해 주시오

 

당신이 바로 그 사람이오

(episode3) 선지자 나단이 다윗왕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한 성읍에 두 사람이 있는데 한 사람은 부자이고 다른 한 사람은 가난합니다. 부자는 양과 소가 매우 많으나 가난한 사람은 아무 것도 없고 자기가 사서 기르는 작은 암양 새끼 한 마리뿐입니다. 그 암양 새끼는 그와 그의 자식과 함께 자라며 그가 먹는 것을 먹으며 그의 잔으로 마시며 그의 품에 누우므로 그에게는 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행인이 그 부자에게 오자 부자는 자기의 양과 소를 잡지 아니하고 가난한 사람의 양 새끼를 빼앗아다가 자기에게 온 사람을 위하여 잡았답니다이 말을 들은 다윗왕은 여호와의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하노니 그러한 일을 행한 그 사람은 마땅히 죽을 자라, 그가 불쌍히 여기지 아니하고 이런 일을 행하였으니 그 양 새끼를 네 배나 갚아 주어야 하리라했다. 이때 나단이 다윗에게 말했다. “당신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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