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종 포도, 들어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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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종 포도, 들어보셨나요?
  • 김수연기자
  • 승인 2020.12.24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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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면 이대겸 씨
이대겸 대표가 친환경 농법으로 기른 유럽종 포도를 들고 있다.
이대겸 대표가 친환경 농법으로 기른 유럽종 포도를 들고 있다.

 

이솝이 쓴 우화에서 포도가 먹고 싶어 몰래 포도밭에 들어가 잔뜩 포도를 먹곤 배가 걸려 나오지 못한 여우의 이야기는 대부분이 알 것이다. 또 ‘얼마나 맛있길래 들어간 구멍으로 나오지 못할 정도로 포도를 먹었을까? ‘여우가 반한 포도’는 어떤 맛일까?’라는 생각도 해봤을 것이다.
이솝의 고향인 그리스가 있는 남유럽은 고온다습한 환경으로 대부분 과일의 당도가 아주 높다. 또 현대엔 과학 기술의 발달로 더 맛있는 품종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솝이 쓴 동화 속 ‘여우가 반한 포도’를 먹으려면 비행기를 타고 그리스까지 가거나 수입 포도를 먹어야 할까? 그렇게까지 돈과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그리 멀지 않은 곳, 이원면에서 ‘여우가 반한 포도’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여우가 반한 포도’가 생산되는 곳, ‘태금농산’을 운영하고 있는 이대겸(40) 대표는 대전에서 엔지니어 일을 하다 홀로 포도밭을 일구는 어머니를 위해 과감히 농업에 뛰어든 젊은 농부다.
이 대표는 당시 포도 시장을 주름잡고 있던 캠벨 대신 흑바라드, 골드핑거, 매니큐어핑거 등 이름마저 생소한 유럽종 포도를 친환경으로 키우는데 집중했다. 스페인, 이탈리아 같이 지중해의 고온 건조한 기후에서 길러지던 식물을 대한민국에서 기르자니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았다. 유달리 습도에 약한 녀석들이기 때문. 이 대표는 “유럽종 포도는 맛있지만 그만큼 더 예민한 품종들이다”고 했다.
이 대표는 2016년 네이버와 농사펀드, K-Crowd가 함께 진행하는 ‘가업을 잇는 청년농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의 브랜드 ‘여우가 반한 포도’도 그 때 만들어진 것이다.
프로젝트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가지게 된 이 대표는 현재까지 ‘친환경 농법으로 키운 유럽종 포도’라는 타이틀을 달고 직거래 위주로 판매를 이어 나가고 있다. 때문에 농사와 유통 판로, 마케팅, 홈페이지, 배송까지 모두 관리하고 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생산부터 판매까지 총괄하는 것 역시 쉽진 않다. 특히 올해는 기나긴 장마의 영향을 받아 가뜩이나 습도에 약한 포도에 병충해도 많이 꼬이고 열과(열매 내부압력을 과실의 껍질이 견디지 못해 터지는 현상)도 많이 생겼다. 아쉽지만 자연현상이 과실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는 데도 한계가 있으니 올해는 어쩔 수 없다. 내년을 기약할 수 밖에.
이 대표는 동병상련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다른 농업인들에게 “올해 농사는 아쉬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샤인머스켓’이 들어오면서 포도산업이 상향세를 타고 있는데 다같이 품질에 신경써서 옥천 포도가 전국에서 알아주는 포도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더해 “옥천군에서 품종개량사업, 하우스, 상품 박스 등 다양한 지원을 해줘서 농민들이 불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잠재울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이 대표가 바라는 점이 있다면 옥천군이 개인 브랜드의 박스, 마케팅 등에 대한 지원도 고려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그는 “개인 박스를 지원하고 거기에 옥천군의 마크를 붙인다면 결과적으로는 전국의 소비자가 인식하는 옥천군의 브랜드도 다양해질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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