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윗몸일으키기로 뱃살을 뺄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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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윗몸일으키기로 뱃살을 뺄 수 없을까?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교수
  • 승인 2020.12.2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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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빼기 운동에 대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신화가 하나 있다. 그것은 열심히 윗몸일으키기를 하면 뱃살이 빠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러한 믿음은 신체의 특정 부위를 더 많이 움직인다면 그 부위의 지방이 선택적으로 에너지원으로 쓰여 질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윗몸일으키기로 뱃살, 즉 복부지방은 제거할 수 없다. 신체의 특정 부위를 운동한다고 해서 그 부위의 지방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과학적 사실이다. 신체의 어느 부위만을 움직일 때 그 움직임을 위한 에너지원은 그 부위의 지방조직에서만 동원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아무리 팔을 힘차게 움직인다고 해도 팔의 지방만이 따로 제거되거나 허벅지를 열심히 움직이는 운동을 해도 허벅지의 지방만 빠지지는 않는다. 
복부지방도 마찬가지이다. 복부의 피하지방이나 내장지방은 윗몸일으키기를 한다고 해서 특별히 더 빠지지 않는다. 특정 부위의 운동을 하더라도 그 운동을 위한 에너지는 그 부위의 지방조직이 아니라 온 몸에 분포된 지방조직에서 동원된다. 운동을 할 때 분비가 증가하는 지질분해 호르몬들은 전신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비유로 쉽게 설명하자면 물이 가득 차있는 풀장을 상상해보자. 그 풀장의 한 구석에서 바가지로 물을 밖으로 퍼내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아무리 바가지로 물을 퍼내더라도 그 자리에서 퍼낸 자국은 남지 않는다. 그 대신 매우 여러 번 계속해서 물을 퍼내고 나면 전체 풀장의 수면은 결국 낮아지게 될 것이다. 


운동을 하거나 칼로리 섭취를 줄일 때 체지방량이 감소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풀장의 전체 수면이 낮아지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온 몸의 체지방이 줄어드는 것은 마치 양파가 가장 바깥쪽 껍질부터 벗겨지는 것으로도 묘사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체지방이 제거되면서 양파처럼 균일한 두께로 벗겨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어느 부위는 다른 부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이 그리고 더 빠르게 지방이 제거되는 현상을 보인다. 


예를 들어, 운동 중에는 대표적으로 카테콜아민과 같은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는데 이 호르몬의 혈액 중 농도나 지방조직과의 상호작용에 따라 지질이 분해되고 동원되는 수준이 결정된다. 보다 구체적으로 신체 부위에 따라 지질이 축적되거나 분해되는 정도는 카테콜아민 수용체의 분포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즉 신체의 어느 부위는 카테콜아민과 결합하는 베타(β) 수용체가 많은 반면에 어느 부위는 상대적으로 알파(α) 수용체가 많을 수 있다. 
카테콜아민이 베타 수용체와 결합을 하면 그 부위의 혈관이 확장되어 더 많은 혈액이 흐르는 동시에 지방분해효소의 활성도가 높아지면서 지질분해가 활발하게 일어난다. 
이와 반대로 알파 수용체와 결합하면 혈관이 수축하여 혈류량이 감소하고 지질분해효소의 활성도도 억제되어서 지질분해가 감소하게 된다. 이 카테콜아민 수용체의 분포는 성별이나 인종에 따른 특별한 양상을 나타내는데, 이로 인해 인체에 지방이 축적되거나 빠지는 양상도 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결론적으로 어느 특정 신체 부위의 지방을 빼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부위만을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전신운동을 통해서 총에너지소비량을 높이는 운동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복부지방을 빼거나 팔뚝의 늘어진 지방 살을 빼고 싶다면 그 부위만을 운동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운동방법이다. 총에너지소비량을 높이려면 온 몸의 큰 근육들을 동시에 사용하는 운동이 효과적인데 인체를 이동시키는 형태의 운동은 대체로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킨다. 그러한 형태의 운동으로는 달리기, 수영, 자전거, 노 젓기, 에어로빅, 구기 종목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물론 윗몸일으키기는 척추디스크나 요통의 이력이 없는 건강한 허리를 갖고 있다면 복부 부위의 근육이나 코어근육을 단련하는 좋은 운동이다. 그리고 윗몸일으키기로 복부둘레가 약간 감소되는 효과를 실제로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복부의 지방을 제거해서가 아니라 복부를 둘러싼 근육들의 긴장도가 증가되어 나타난 효과이다. 이제는 뱃살빼기 운동의 잘못된 신화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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