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덮힌 정지용 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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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덮힌 정지용 생가
  • 김병학기자
  • 승인 2021.01.07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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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어제밤에도 이어졌습니다.

감나무 위에도 담장 위에도 그리고 정지용 생가 지붕 위에도. 

모처럼 눈다운 눈에 마음이 설레었습니다.

앞서 살다 간 정지용 시인도 나만큼 마음이 설레었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눈이란 부자든 가난한 자는 일단은 마음의 포근함과 풍요로움을 줍니다.

당시 정지용 시인이 살던 시대는 지금과 달라서 무척이나 힘들고 배고팠던 시절이었을 겁니다.

그래도 밤새 내린 눈을 보노라면 왠지 모를 안락함에 안도감을 가졌을 겁니다.

아직 봄은 멀었지만 문득 정지용의 ‘춘설’이라는 시가 생각났습니다.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 들어
바로 초하루 아침,
새삼스레 눈이 덮인 멧부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 받이하다.
얼음 금 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기로워라
옹송그리고 살아난 양이
아아 꿈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고
옴짓 아니 기던 고기 입이 오물거리는,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춥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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