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벌컥벌컥 마시지 말라고 하는 이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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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벌컥벌컥 마시지 말라고 하는 이유 (1)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1.02.18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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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오랜만에 가본 초등학교 운동장이 기억 속의 크기보다 훨씬 작은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초등학교(그 당시엔 국민학교) 시절 여름철의 뜨거운 햇볕을 아랑곳하지 않고 뛰어놀던 운동장이었다.

대부분 학교 주변에 살고 있어서 골목에서 놀다가도 학교 운동장으로 찾아가는 일이 잦았다.

여름철이 되면 너 나 할 것도 없이 피부가 새까맣게 그을린 모습들이 빛바랜 사진에 남아 있다.

한참을 뛰어놀다 보면 땀범벅이 되어 운동장 구석에 설치된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던 기억이 난다.

목이 타서 한참을 입에 대고 물을 마시고 나면 별안간 주변이 빙글빙글 돌고, 눈앞에 별 같은 것이 어른거리는 증세를 경험한 적이 있다.

도시의 아파트에 사는 대부분의 요즘 아이들에겐 경험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땀을 많이 흘린 상태에서 한꺼번에 물을 많이 마셨을 때 나타나는 이러한 증상을 ‘이차탈수’라고 한다.

‘이차탈수’는 많은 물이 일시에 혈액으로 들어와 혈액이 희석되어 일어나는 현상이다.

즉 혈액은 적정한 범위 내에서 삼투질농도가 유지되고 있는데, 갑자기 염분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많은 물이 들어오면서 혈액의 삼투질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다.

즉 땀을 통해서 수분과 염분을 손실했는데, 염분을 함께 보급하지 않고 물을 다량으로 일시에 섭취한 결과로 혈액이 묽어지게 된다.

혈액이 너무 묽어지면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항이뇨호르몬의 분비가 억제된다.

항이뇨호르몬은 콩팥에서 수분을 재흡수하는 비율을 높여서 소변 생성량을 감소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러므로 항이뇨호르몬의 분비가 중지되면 콩팥의 혈류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재흡수율은 떨어지면서 소변생성이 증가하게 된다.

또 한꺼번에 물을 마셔서 혈액이 급격히 묽어지면 삼투현상에 의해서 혈액 중의 수분 성분이 혈관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이러한 수분의 이동이 너무 급격하게 일어나면 문제가 된다.

그렇게 되면 혈액량도 다시 감소하고 혈압도 일시적으로 감소하면서 앞에서 설명한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차탈수’가 아니더라도 일상생활 중에 물을 한꺼번에 많이 마시지 말고 조금씩 나누어 먹는 것이 좋다.

요즘 건강을 위해서 또는 다이어트를 위해서 물을 마시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다 보니 물을 한꺼번에 많이 마시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물을 마실 때 조금씩 씹어서 먹듯이 먹으라고 하는 이유가 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물을 마실 때 최종목적지는 우리 몸의 세포 안이다.

물론 혈액의 구성분으로서도 물은 중요하지만 결국은 세포 안까지 물이 보내져야 한다.

뇌세포, 간세포, 근육세포, 피부세포 등 우리 몸을 구성하는 70조 개나 되는 모든 세포는 수분으로 채워져 있다.

그러므로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화학반응은 결국 물속에서 물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물을 조금씩 먹는다면 장벽을 통해 흡수된 물은 혈액과 사이질액을 통해서 점차적으로 세포 안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렇지만 한꺼번에 물을 마시면 그 결과 항이뇨호르몬의 분비가 중지되면서 급격히 소변을 통해서 체외로 배출된다.

대부분이 최종목적지까지 도달하기도 전에 중간에 새어버리는 셈이다.

평소에 물을 조금씩 섭취하되 더운 날 운동하느라 많은 땀을 흘린 탓에 빨리 갈증을 해소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염분이 조금 포함된 음료를 마시는 것이 좋다.

몸에서 손실된 전해질을 보충하고 삼투질농도가 급격히 떨어져서 일어나는 ‘이차탈수’와 같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땀을 많이 흘릴 것으로 예상되는 운동을 할 때는 특별히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운동을 시작하기 20-30분 전에 조금씩 물을 마셔두는 것이 좋다.

운동초기에는 세포 내로의 수분이동이 증가하면서 에너지대사가 촉진되는데, 운동 전에 보충하는 수분은 이러한 연쇄적인 수분의 이동에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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