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찌면서 일어나는 수면 이상
상태바
살이 찌면서 일어나는 수면 이상
  • 정일규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1.03.04 13: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뱃살이 늘면서 나타나는 현상 중의 하나가 수면장애이다.

수면장애는 호흡과 관련이 깊은데 복부에 지방이 쌓이면서 ‘환기효율’은 떨어지게 된다.

‘환기효율’이란 같은 양의 공기를 들여 마실 때 산소를 받아들이는 효율을 뜻한다. 

우리가 숨을 들여 마실 때에는 횡격막이 복강 쪽으로 내려가면서 가슴 안의 공간과 폐가 확장된다.

이렇게 가슴이 확장되면 외부의 공기가 쉽게 폐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정상적으로는 이처럼 주로 횡격막에 의해서 호흡활동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복식호흡이라고 한다.

그런데 복부의 피하지방이나 내장지방이 많으면 복강내압이 높아져서 숨을 들이쉴 때 횡격막이 아래쪽으로 밀고 내려가는 운동이 제한을 받는다.

이처럼 횡격막이 잘 움직이지 못하면 복식호흡을 하지 못하고 흉식호흡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진다.

갈비뼈 사이에 있는 늑간근이 호흡에 더 많이 참여하고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던 목과 가슴 윗부분에 위치하여 쇄골을 들어 올리는 호흡보조근들이 참여하는 비율이 높아진다.

복식호흡을 하지 못하고 흉식호흡에 의존할수록 호흡의 깊이가 얕아지면서 한 번에 마시는 호흡량이 감소하므로 호흡을 더 가쁘게 해야만 한다. 호흡이 얕아지면 1분 동안에 같은 양의 공기를 마시더라도 실제로 폐 안으로 들어오는 공기량은 감소하고 산소를 받아들이는 효율도 떨어지는 것이다.
살이 많이 찔수록 쉽게 숨이 차고 대화할 때 자주 헐떡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몸은 더 많은 산소를 요구하는데 실제로 산소를 받아들이는 효율은 떨어지므로 자신도 모르게 가슴과 목 부위의 호흡보조근까지 안간힘을 쓰면서 무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가운데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지고 교감신경이 더욱 우세한 상태가 되어서 불안이나 초조감과 같은 신경증적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데 더 심각한 일은 몸에 지방이 차오르면서 수면 이상을 초래하기 쉽게 된다는 점이다.

즉 과체중인 성인의 약 77%가 수면 이상으로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비만한 사람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수면 이상은 폐쇄성 무호흡증과 비만저환기증이다.

수면무호흡증인 사람이 자는 모습을 보면 코를 골면서 잠을 자다가 한동안 숨을 쉬지 않는 현상을 보인다.

그렇게 호흡이 한동안 멈춘 상태에서 다시 폭발적으로 호흡을 재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폐쇄성 무호흡증은 목 부위 조직이 비대하여 기도가 좁아진 상태에서 잘 나타나며 수면 중 근육이 이완되고 혀가 뒤로 돌아가 기도를 막게 되면서 한동안 호흡을 하지 못하는 현상이 수시로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호흡이 정지되면 혈중의 산소농도가 떨어지는데 이때 뇌에서 비상신호를 보내서 수면에서 깨어나도록 해 호흡을 재개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수면 중에 100회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수면무호흡증은 수면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며 수면 중에 돌연사하는 가장 흔한 원인이 된다.

비만저환기증은 과도한 복부지방에 의해 수면 중 횡격막의 움직임이 현저히 제한을 받게 되고 이로 인해서 흉식호흡에 주로 의존하며 호흡이 매우 얕고 가쁘게 되는 특징을 보인다.

이렇게 되면 환기효율이 떨어지면서 혈액 중에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상승하는데 이는 심장기능의 상실을 뜻하는 심부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로 인한 증상은 낮 시간 중 피로의 호소, 지나친 코골이, 체중의 지속적인 증가, 아침에 주로 발생하는 두통, 정서적인 변화와 초조감, 학습장애나 건망증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수면이상은 장거리 운전을 하는 동안 졸음운전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으므로 아주 심각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수면이상이 있고 비만한 상태라면 우선 체중을 감량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또 가능하다면 하루의 일과를 운동하는 시간을 중심으로 편성하여 생활리듬을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연구들에 따르면 하루 중 운동을 했을 때 밤 수면 동안 뇌파를 측정하면 수면의 질을 나타내는 서파의 출현빈도가 증가하고 논렘수면이 늘어난다고 보고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