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통증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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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통증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 정일규 한남대학교스포츠과학과교수
  • 승인 2021.03.1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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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경기에서 선수가 쓰러져서 정강이나 발목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 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이처럼 직접적인 신체접촉이 많은 종목일수록 상대방과 충돌에 의해서 운동장이나 코트에서 부상을 입는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

그런데 충돌했을 당시에는 심한 통증을 호소하더라도 심한 부상이 아니라면 대부분 다시 일어나서 뛰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데 경기 중에는 잠시 통증을 잊고 뛰었지만 경기가 끝난 후에야 타박부위에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 현상을 ‘운동유발성 무통증’(exercise-induced analgesia)이라고 한다.

경기하는 동안에는 한동안 통증을 잊어버리는 이러한 효과는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운동유발성 무통증’ 현상을 설명하는 여러 이론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운동의 ‘오피오이드(opioid)’ 효과이다.

‘오피오이드’란 아편과 유사한 진통제를 뜻한다.

운동하는 동안 뇌하수체전엽으로부터 베타 엔돌핀이나 엔케팔린과 같은 오피오이드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들 호르몬은 장시간 운동을 할 때 나타나는 유쾌한 기분, 즉 소위 ‘러너스하이(runner’s high)’나 운동중독과도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뇌나 척수와 같은 중추신경세포에서도 분비되어 신경전달물질로서 작용하는데 연구에 따르면 대체로 중간 강도 이상의 운동을 수행할 때 혈액 중에서나 중추신경의 통증조절에 관여하는 여러 영역에서 이들 물질의 농도가 증가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주로 동물을 이용하는 실험에서 오피오이드 수용체를 차단하는 약물인 날녹손(naloxon)을 척수강 내로 투여하면 운동으로 인해서 나타나는 무통증효과가 사라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운동에 의해서 나타나는 통증경감이나 무통증효과가 중추신경계의 오피오이드 수용체 조절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해준다.

운동유발성 무통증효과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유력한 이론은 세로토닌 효과이다.

일회적인 운동을 하거나 정기적인 운동훈련을 할 때 뇌의 여러 영역에서 세로토닌 농도가 증가하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연구들은 인위적으로 신경을 손상시킨 쥐를 대상으로 달리기나 수영운동을 시켰을 때 뇌간이나 시상하부에서 세로토닌 농도가 증가하며 4주간 또는 8주간 지속적으로 운동함에 따라 점차 대뇌피질과 중뇌의 통증조절과 관련된 영역에서 세로토닌 농도가 증가하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세로토닌 합성을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하면 운동에 의한 무통증효과가 사라지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운동에 의해 나타나는 통증감소효과가 세로토닌의 작용과 관련되어 있음을 발견하였다.

최근에는 뇌의 연수에 있는 세로토닌 신경세포가 중뇌 부위에 있는 오피오이드 신경세포와 상호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즉 뇌나 척수 부위에서 세로토닌 수용체를 차단하면 모르핀에 의한 진통작용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운동을 하고 나서 샤워를 할 때 느끼는 ‘기분좋은 피로’ 즉 기분(mood)이나 정서의 긍정적인 변화는 바로 이 오피오이드와 세로토닌의 조절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최근에 알려지기 시작한 더욱 놀라운 사실은 오피오이드 호르몬의 이러한 작용은 단순히 심리적이거나 정서적인 변화에 그치지 않고 신경면역기능과도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운동 중 근육에서 생성되는 대사물질은 면역세포인 M1 대식세포에서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분비되는 것을 억제하고, 그 대신 M2 대식세포로부터 항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촉진한다. 이 항염증성 사이토카인은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에서 통증을 억제하는 매개체로서 작용한다.

만성적인 통증일 때 일회적 운동이 통증을 더 악화시키기도 한다는 보고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통증이 있다고 해서 활동이 제약되면 그것으로 인해 통증기전이 더욱 활성화되는 악순환을 겪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연구들은 정기적인 운동이 이러한 만성적 통증을 경감시키는 효과적인 비약리적 요법임을 증명하고 있다.

운동에 의한 무통증효과는 앞으로 섬유근육통이나 요추의 통증, 근막통증증후군과 같은 만성 통증의 임상적 적용을 위해서 더 연구되어야 할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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