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록위마(指鹿爲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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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록위마(指鹿爲馬)’
  • 박승룡 논설위원
  • 승인 2016.07.0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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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수시의회에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한 간부공무원이 시장의 눈과 귀를 가려 의회와 집행부 시민들과의 소통을 가로막고 있다는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한 의원은 시장의 최측근인 한 간부공무원이 시장의 모든 사업에 관여해 오직 자신의 생각과 의중만 전달하면서 발생한 사태였다.

2014년 말, 교수들이 그 해를 특징 짓는 사자성어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일컫는다'는 뜻의 '지록위마(指鹿爲馬)'를 꼽았다.
'지록위마'는 '사기'에 실린 고사성어로, 진시황본기에서 조고가 자신의 힘을 자랑코자 황제에게조차 '사슴을 말'이라고 한 데서 유래됐다.

지역에서 생각하기도 싫은 불미스런 일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 일이 단순히 한 사람의 불미스런 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공무원 세계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한 나라가 잘되려면 군주의 지혜도 필요하지만 군주를 모시는 참된 신하의 올곧은 간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중심을 잡아야 할 주요직책의 신하가 힘의 우위를 실어 한 나라를 좌지우지 한다면 그 나라는 이미 흥망성쇠가 그 신하의 손에서 결정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진나라 신하의 조고처럼 자기의 권력을 세우기 위해 한 마리의 미꾸라지가 물을 흐리는 것처럼 온 나라를 흐리게 한다면 이는 다시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그렇다면 한 나라를 좌지우지 했던 조고의 끝은 어떠했는가.
진나라의 국세는 기울었고 전국에서 일어난 반란의 불길 속에 멸망을 하게 된다.

이처럼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한 신하의 말에만 귀를 기울인다면 그것이 거짓임에도 불구하고 진실이 되어 버리는 우를 범하게 된다.

지도자는 여러 의견을 존중하고 고심을 하며 풀어나가야 한다. 그것이 대의요, 도다.
한쪽 의견만 듣고 무조건의 행동을 보인다면 주변의 권력이 없는 신하들은 마음을 버리게 마련이다.

주변을 차단해 지도자를 세뇌시키며 잡은 권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모든 백성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똑똑한 지도자일수록 이런 우를 범하는 때가 많다. 남들의 조언보다도 자신의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참모진들의 의견만 수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현실을 잘 바라보고 오해를 진실로 만들지 않고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참된 참모를 옆에 두어야 한다.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연계성이 있게 마련이다. 무조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공직에 관련된 일은 그러할 수 있다.

혹자는 말한다. 군주의 힘이 무력해지면 그를 도우려는 사람들조차 간접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한다.

거짓이 참을 압도하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면, 결국은 망한다. 손바닥으로 아무리 해를 가려보고, 풀숲에 머리를 처박고 숨어 봐도 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군주를 제대로 모실 줄 하는 신하를 옆에 두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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