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해로울 수 있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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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 해로울 수 있는 경우
  • 정일규 한남대학교스포츠과학과교수
  • 승인 2021.03.2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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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사십대 초반인 A씨는 요즘 몸과 마음이 매우 힘들다.

지난 몇 년간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마다 달리기를 해왔던 터였다.

그런데 두 달 전 어느 날 아침이었다.

언제부턴가 무릎 안쪽이 약간 쑤시고 불편한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그날 아침은 평소 아픈 부위에 더 뚜렷한 통증을 느껴졌다.

A씨는 잠시 망설였지만 경험을 믿기로 했다.

운동을 하면 통증이 오히려 사라지는 경험을 했던 것이다.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달리면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는 동안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무릎의 불편감은 사라지고 상쾌한 기분이 됐다.

그러나 욕심을 내어 평소보다도 더 긴 거리를 달린 것이 화근이었을까? 달리기를 마치고 회사에 출근준비를 하면서 무릎의 통증이 다시 심해지는 것을 느꼈다.

심지어 계단을 내려갈 때 걸음을 딛기 힘들게 느껴지고 다리가 완전히 펴지지 않아 약간 절뚝거리며 걸어 다녔다.

하루나 이틀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이번에는 좀처럼 무릎의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다.

매일 해오던 달리기를 못하게 돼 보통 조바심이 나는 것이 아니었다.

결국 병원에 가서 내측측부인대와 반월연골판이 약간 손상된 것을 알게 됐다.

그런데 그보다 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은 퇴행성관절염이 진행되고 있다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운동애호가 중에는 A씨와 같은 경우를 겪는 일이 적지 않다.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하는 것이지만 부상이나 관절의 퇴행성 변화 때문에 운동은 커녕 걷는 것조차 힘들어진다면 그보다 더 억울한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운동을 할 때에도 절제가 필요하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건강에 매우 유익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때로는 절제하지 못해서 탈이 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운동중독’이라고 하는 현상을 들 수 있다.

운동을 할 때 뇌하수체 전엽에서는 마약보다 수십 배나 진통효과가 높은 내인성 오피오이드 호르몬이 분비된다.

대표적으로 베타-엔돌핀이나 엔케팔린과 같은 호르몬이다.

이들 호르몬은 신체의 염증이나 손상 부위에서 올라오는 통증신호를 중간에서 차단해 통증을 잠시 잊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뇌의 고위영역에도 영향을 미쳐서 기분이 고양된 상태를 맛보게 해준다.

이 호르몬들은 문제의 그날 아침에 A씨에게도 찾아왔다.

처음에는 통증을 느꼈지만 그것을 무시하고 달렸을 때 어느덧 통증이 사라지고 컨디션이 좋은 것으로 착각하고 좀 더 달리고 싶게 만든 것이었다.

이렇게 운동 중 기분이 업되는 상태를 ‘러너스하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러너스하이’를 맛 본 사람이 거듭해서 그 상태를 추구하다가 운동중독에 빠지게 된다.

운동중독이 심한 경우에는 하루라도 운동을 거르게 되면 자신의 몸이 쇠약해질 것 같은 강박증을 갖는다.

그래서 다리에 염좌가 있어서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하는데도 진통제를 먹거나 압박붕대를 감고 뛰기도 한다.

또 감기가 걸린 상태이고 바깥엔 비가 몰아치는 가운데에 우비를 쓰고 나가서 운동하는 무리수를 감행한다.

운동을 할 때에는 운동으로 인한 혜택은 최대로 하되 그 운동에 따른 잠재적인 위험을 최소로 하기 위한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첫째는 균형 잡힌 영양에 신경을 써야 한다.

운동을 하면 체내 활성산소의 발생량도 증가한다.

일반적으로 운동을 하면서 활성산소의 공격에 대해 인체가 방어할 수 있는 항산화능력도 점진적으로 증가한다.

그렇지만 항산화작용을 갖는 영양소의 섭취를 늘리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빨주노초파남보와 같이 다양한 색깔을 갖는 채소나 과일을 풍부하게 섭취하는 것이다.

둘째는 좋은 환경을 택해 되도록 맑은 공기를 마시며 운동하는 것이다.

분진이 많은 밀폐된 장소나 미세먼지가 많은 도심의 거리, 지나치게 강한 자외선을 쬐면서 운동을 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활성산소가 더욱 많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셋째로는 지나치게 경쟁에 의미를 두는 운동은 피해야 한다.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은 상대와 함께 웃으며 즐기며 행할 때 가장 큰 유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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