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우리 이장님] “이용자 적은 경로당 굳이 만들 생각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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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 우리 이장님] “이용자 적은 경로당 굳이 만들 생각없어”
  • 김병학기자
  • 승인 2021.04.08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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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성면 무회리 이기수 이장
무회리 이기수 이장은 귀농·귀촌인들이 자신들의 주장만 펼치기 보다는 마을 원주민들의 의견에 먼저 귀를 기울일 때 서로가 평안한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회리 이기수 이장은 귀농·귀촌인들이 자신들의 주장만 펼치기 보다는 마을 원주민들의 의견에 먼저 귀를 기울일 때 서로가 평안한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이 높고 물이 맑아 이곳을 지나쳐도 마을이 보이지 않아 ‘모든 것을 비우고 자연 상태로 돌아가는 무위자연’(노자)과 같다 하여 이름 붙여진 ‘무회리(無懷里 이장 이기수, 59).

55가구에 110명이 살아가는 무회리는 다른 읍면과 달리 이렇다 할 특산물은 없다.

그저 복숭아와 고추, 벼 등 여느 농촌과 다를 바 없이 자급자족 수준의 농사에 전념할 정도다.

참으로 순박한 인심을 가진 마을이다.

그런 마을을 위해 올해로 3년째 이장을 맡아 동분서주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이기수 이장.

이 이장이 고향 무회리를 떠나 산 건 군 생활 3년 남짓, 나머지는 온전히 무회리에서 삶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느 집에 숟가락 몇 개 젓가락 몇 개가 있는지 훤히 꿰뚫고 있다.

36년 직장생활 접고 고향으로 유턴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아픔이 있었다.

지난 36년 동안 다니던 회사가 경영상의 이유로 문을 닫고 말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경영이 어려워 문을 닫겠다는데 어쩔 수 없지”하며 체념했다.

그러나 이후 들려 온 이야기는 회사가 경기도로 옮겨 정상적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격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 한마디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회사 문을 닫아 버린 회사는 최소한의 위로금도 주지 않았다.

너무도 진하게 밀려 오는 회한에 한동안 삶에 대한 회의마저 들었다.

그리고는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고향 무회리로 유턴을 결정했다.

“지금은 너무도 마음이 편합니다. 지난 세월 경쟁 사회 속에서 남모르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던 그때와는 너무도 큰 차이가 납니다. 하루하루가 평온함의 연속이죠”라는 그에게 언제부턴가 작은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바로 ‘귀촌·귀농인’들 때문.

원주민들 의견에 귀기울여야

“이분들의 공통된 현상은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온 원주민들과 상당 부분 괴리감을 가진다는 사실입니다. 원주민들의 경우 가능한 정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반면 귀농·귀촌인들은 무조건 법에 의한 판단을 받으려 한기 때문입니다”라고 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충돌은 발생하고 있지 않아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했다.

무회리 역시 특별히 손 갈데는 없다. 역대 이장과 현 이 이장의 노력으로 어지간한 것은 다 마무리를 지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난해 1억6천만원을 들여 마을 단위 사업으로는 가장 큰 수로 보강공사를 마쳐 주민들 삶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제가 하는 일은 주로 어르신들의 잔심부름 정돕니다”라는 이 이장은 “무회리 내 3개 마을 가운데 한 곳에 아직 경로당이 없는데 굳이 경로당을 만들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한 이유로는 이용자가 적은데 많은 세금을 들여 경로당을 짓는다면 이는 분명한 세금낭비라는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역시 이장다운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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