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78년 이어온 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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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 78년 이어온 마트
  • 오현구기자
  • 승인 2021.04.15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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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읍 ‘만물마트’
만물마트 전경
만물마트 전경

 

정지용 생가에서 몇몇 사람이 사진을 찍고 있다.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사람도 있다.

생가가 복원되기 전에는 코뚜레를 한 황소가 매여 있기도 한 곳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회칠이 된 흙벽돌 집이 있고 현재의 정지용 생가 맞은편에 있던 협동이발소에서는 300원을 내면 머리를 깎아줬다.

생가 앞 실개천을 건너면 가게가 있었다.

과자와 공책, 딱지와 뽑기, 이어 형광등과 망치, 낚싯바늘에 이르기까지 없는 것이 없는 가게였다.

그래서 붙게 된 가게 이름이 ‘만물마트’였다.

‘만물마트’(대표 정찬영, 72)는 구읍에서 어릴 때부터 살아온 사람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 가게 문을 연 지 올해로 78년째라는 정 대표.

읍사무소와 옥천여중이 구읍에 있을 당시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과자, 아이스바 등 군것질거리를 샀고 읍사무소 공무원들이 연필과 칼, 풀 등 문구류를 사기도 했다.

육영수 여사도 1945년 당시 옥천여중 가사 담당 교사였다고 하는데 정 대표의 어머니가 운영한 ‘만물마트’에 식료품 등을 사기 위해 들르지 않았을까.

정지용 생가로부터 20여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만물마트’에서 마침 전자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흰 페인트로 쓰인 ‘만물마트’ 글씨가 금방이라도 지워질 듯 희미해진 간판을 올려보다 가게 안에 들어섰다.

정 대표가 방금까지 치고 있던 ‘울고 넘는 박달재’ 악보를 접는다.

정 대표는 어머니가 하시다가 막내로써 이어 받았다며 가게 이야기를 했다. 2대째 하는 가게지만 3대째는 힘들 거라고 했다. 이유는 아들 둘이 있는데 모두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어 가게를 이어 갈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때는 장학생으로 구내매점을 맡았고 군대 가서는 군대 매점에 있었는데 제대 후에는 만물마트를 맡아 하게 되었다며 외길로만 살아왔다는 정 대표는 나이를 원망스러워 했다.

“70살 넘으니 안 아픈 곳이 없다”며 “그전에는 안 그랬는데 한순간에 깨져 버려. 살도 빠지고”
힘든 건 하루 18시간을 가게 안에서 보내는 것이라 했다.

앉았다 섰다 공간도 좁아 창살 없는 감옥이란다. “나갈 일이 있어도 가게를 봐줄 사람이 있기 전에는 나갈 수도 없다”며 “정말 힘든 일이다”고 했다.

이어 정 대표는 “취미 삼아 전자 피아노를 치고 있다”며 특히 잘 치는 곡은 ‘트로트와 뽕짝’이란다.

정 대표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코로나 때문에 소비가 위축돼서 손님도 요즘에는 많이 끊어졌다”며 “지하에 있는 노래방은 완전 폐쇄가 된 지 오래”라고 했다.

이어 정 대표는 “어머니는 연세가 많으셔서 98세로 돌아가셨고 아내는 뇌출혈로 8년간 식물인간으로 고생하다 가서 지금은 홀로 남았어”라며 “이러다 죽는 거지 뭐”하고는 잠시 눈을 감았다 뜬다. 그래서인지 속이 좋지 않은 날에는 소주 1병을 마신다고 했다.

침울해 보이는 정 대표의 기분 전환을 위해 가게와 구읍 자랑을 부탁했다. “가게는 장인정신으로 하는 것”이라며 “처음 개점했을 때처럼 하는 거지”하고는 말머리를 돌려 구읍의 옛날이 어땠는지 말을 이었다.

예전에 구읍 사거리에서 옥주교회(구 동성교회) 앞까지 옥천장이 서서 현재도 장터라고 부른다고 했다.

읍사무소도 옥주교회 바로 아래 남향으로 지어진 기와집 자리에 있었다고 했다.

옥천여중 역시 구읍 사거리에 있었는데 ‘만물마트’ 인근에 있는 지금의 ‘그냥 찻집’ 한옥이 교무실로 쓰였고 ‘할매묵집’ 주차장까지 학교였다는 부분까지 이야기를 진행했다.

하지만 막걸리를 사러 온 단골손님이 들어오면서 구읍 이야기는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

구읍에는 ‘정지용 생가’ 말고도 볼 곳이 여러 곳 있다.

정 대표의 어머니가 가게를 하던 시절 옥천여중 교사로 재직 중이던 육영수 여사가 문구류 등을 사기 위해 들렀을 가게인 ‘만물마트’도 만약 육영수 여사의 자취가 그립다면 들러볼 만한 곳으로 추천한다.

영업시간 오전7시~오후10시
전화번호 043-731-4305
주소 옥천군 옥천읍 향수길 52

만물마트 정찬영 대표가 V자를 그려 보이고 있다.
만물마트 정찬영 대표가 V자를 그려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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