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고향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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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고향 ‘청산’
  • 오현구기자
  • 승인 2021.04.22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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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면 ‘김수복 씨’
김수복 씨가 포도를 재배할 비닐하우스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김수복 씨가 포도를 재배할 비닐하우스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옥천군 청산면 신매리로 귀농한 김수복(63) 씨는 비닐하우스로 가기 전 날씨부터 살폈다. 농사일에는 날씨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비닐하우스에 도착하자마자 손상된 곳은 없는지 비닐부터 먼저 살폈다. 이어 비닐하우스 출입문과 시설을 점검했다.

김 씨는 경기도 의정부에서 신혼집을 마련한 이후 30년 넘게 전기공사 일을 하며 살았다. 일 때문에 전국 각지를 다니면서 시골에서 생활하는 귀촌인들이 만족스럽게 사는 모습을 많이 봤다. 그때부터 ‘나이 먹으면 나도 도시 생활을 내려놔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게 귀농을 결심한 계기가 됐다고 한다.

아내 반대 이기고 홀몸으로 귀농

2015년 청산으로 내려올 당시 귀농을 반대하는 아내에게 설득을 거듭해서 겨우 귀농을 하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도 경기도 의정부에서 회사에 다니는 아내는 내려오지 않았다.

청산면으로 귀농한 지 6년이 된 지금도 아내에게 귀농 이야기를 하면 “내려가고 싶지 않다”며 거부한다고 했다. 하지만 “아내도 올해 정년퇴직을 하는데 남편이 있는 곳으로 내려오지 않을 수 있겠어요” 하며 웃었다.

“귀농을 했다가 지역의 텃세를 못 이기고 다시 올라가는 사람이 많아요”라며 “처음부터 머리를 숙여야 해요. 웃는 얼굴에 침 뱉는 사람은 없잖아요”라고 했다.

김 씨는 그렇게 귀농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 그를 보고 신매리 사람들 모두가 ‘저 사람은 또 얼마나 살까? 한 이태 살다 가겠지’ 여겼다고 한다.

당시 김 씨는 신매리 농토에서 이 작물 저 작물 심어 보는데 “아내라도 같이 있으면 반 시간이면 되는데 혼자서는 한 시간을 하잖아요”라며 몹시 고달팠다고 했다. 그런 김 씨의 사정을 알게 된 귀농·귀촌 회장도 “어떻게 혼자서 농사일을 해요” 하며 걱정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었단다. 한번 심은 식물은 보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귀농 후 노력도 많이 했다. 귀농 초창기 때 멜론을 재배했는데 초보 농사꾼치고는 굉장히 잘 돼서 공판장에서 1등을 먹었다고 한다. 그때 ‘열심히 하니까 되는구나’ 싶어 자신감을 얻게 됐다.

그후 양상추도 심고 고추재배도 했는데 하는 작물마다 작황이 모두 좋았다. 이번에는 청포도의 일종인 ‘샤인머스켓’을 심었다. 로컬푸드에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내가 고생한 만큼 보람은 있어요”라며 “다만 한 가지, ‘외롭다’ 그런 것은 있어요”라며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진하게 토로했다.

농작물의 판로에 대해서는 “로컬푸드, 직매장 외에 쿠팡, 네이버 등 인터넷으로도 많이 나간다”며 “블루베리 비슷한 과일인 블랙커런트를 가공해 잼과 주스로 만들어 판 적도 있다”고 했다.

취미도 있어야 하지만 원주민들과도 친해지려 노력해야

귀농인에게는 “식물 재배에 어느 정도는 취미가 있어야 한다”며 부탁의 말을 이어갔다. “발품을 팔아서 내가 모르는 것을 알려면 쫓아다니며 공부도 해야 합니다. 저도 많이 당했어요. 원예시설 채소를 재배해보니 모르는 게 많아요. 가서 물어도 선뜻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그러면 음료수라도 한 상자 들고 가서 실례합니다. 구경 좀 왔습니다. 하고 담배도 같이 피웁니다. 바쁘면 같이 도와줍니다. 그러다 친해집니다. 하나하나 물어봅니다. 그 사람들의 비법을 접목하는 거죠”

실수한 기억으로는 “어느 해인가 오이를 재배했는데 추석 차례를 위해 전날 저녁 고향 집에 가게 됐다”며 “비닐하우스 문을 열어놓고 갈 수 없어 닫아놓고 갔다. 추석 아침에 출발해 저녁 5시 여기 도착했는데 와보니 비닐하우스 온도가 올라서 오이들이 모조리 축 늘어져 농사를 모두 망쳤다”는 경험을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농장을 지금보다 확장해서 포도를 더 심어볼까 하는 욕심이 있다고 했다.

군청에서 필요한 지원으로는 “비닐하우스 같은 경우 군비 지원이 50% 나오는데 그조차 자신들이 책정한 한도 내에서 50% 지원해 준다”며 “농민 입장에서는 실비를 투자해서 짓는 비용의 50%를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이어 “귀농 첫해 비닐하우스를 11월에 지었다”며 “땅을 사서 경영체 등록까지 모두 했는데도 군비 신청을 하니 되지 않았다”고 했다. 군비 신청에서 되지 않은 이유로 김 씨는 “1년 미만 거주자는 군비 신청 자격이 되지 않아요”라며 “1년 미만 귀농인도 군비 신청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인터뷰가 끝나자 김 씨는 “서로 떨어져 사니까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꼭 전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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