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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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이 좋아요”
  • 오현구기자
  • 승인 2021.04.22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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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읍 ‘헤어명가’
박영희 대표가 손님의 머리를 다듬고 있다.
박영희 대표가 손님의 머리를 다듬고 있다.

 

‘헤어명가’를 운영하는 박영희(57) 대표는 손님이 오면 머리 모양부터 살펴본다. 곱슬머리, 반곱슬머리, 뜨는 머리 등 사람마다 머리카락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손님의 머리를 다듬으면서도 “가르마 방향은 왼쪽으로 할까요. 오른쪽으로 할까요” 묻고는 대답에 따라 가위질 방향을 다르게 한다. 앞머리를 더 잘라 달라는 손님의 머리를 유심히 살피고는 “조금은 쳐도 괜찮겠다”면서 가장 좋은 머리 모양이 되도록 쳐낸다.

도시 생활 32년과 미용 봉사의 보람

박 대표는 옥천으로 오기 전 경기도 오산에서 미용실을 32년 동안 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허리도 안 좋아지고 목디스크까지 생기는 등 몸에 이상이 생겼다. “오산의 아파트는 공기가 정말 탁하거든요” 하며 귀촌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토로했다.

남편이 토목 일을 하느라 전국을 다니는데 충북 영동에 일하러 왔다가 아는 사람이 굴삭기를 빌려 달라 하더란다. 그런데 그 사람이 땅을 내놔서 사게 됐다고 한다.

박 대표는 영동군 용산면에서 할머니들의 머리를 다듬어주는 봉사를 했다.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에는 할머니들이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다듬었는데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장발이 되도록 머리를 다듬지 못하는 할머니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박 대표는 가슴이 아팠다. “제가 기술이 있으니 하루 날을 잡아 다듬어 드리면 돼요” 하며 머리가 잔뜩 자란 어떤 할머니 이야기를 꺼냈다.

“어머니 머리 좀 자르세요”하고 물었더니 “다리가 아파서 걷지를 못하겠어”하는 말이 사무쳤다고 했다. 박 대표는 이 할머니와의 만남이 시골의 할머니들을 위해 미용 봉사를 하겠다는 결심을 한 계기가 됐단다.

박 대표는 영동군 용산면에서 있는 동안 건강이 회복되자 다시 미용업을 하고 싶었다. 가게 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영동장에 여러 번 갔다. 그런데 생각보다 가겟세도 비쌌고 자리도 볼 곳이 없었다고 했다.

어느 날 아는 사람에게 옥천장이 영동장보다 볼거리가 많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그날로 장 구경을 하기 위해 옥천에 왔다. 아는 사람의 말대로 옥천장은 볼거리가 많았다. 이날의 일이 옥천에서 미용실 개업을 결심한 계기가 되었다.

이날부터 박 대표는 옥천읍에서 개업할 자리를 찾아다녔다. “알아보니까 영동보다 옥천이 가겟세도 엄청나게 싼 거예요” 하며 옥천에서 개업한 것을 만족스러워했다.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시보다 인간미 있는 옥천이 좋아

박 대표는 경기도 오산에 살 때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게 싫었다. 주변이 온통 회색빛 콘크리트로 둘러싸여 있는 것도 싫었다. 옥천에 오니 미용실 문에서 보이는 반듯하게 뻥 뚫린 길로 아침, 점심, 저녁 등 때마다 달라지는 햇볕을 받으며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이 너무 생동감 있어 보였다.

옥천에서 지난 2월 미용실을 차릴 때 남편은 “이제까지 일했는데 나이 먹어서 뭘 하려고 그러냐”며 반대를 했다. 박 대표는 집에 있는 게 너무 지루했다. 보험료와 생활비라도 벌려고 가게를 차렸는데 손님이 너무 없어 가겟세도 안 나오겠다는 생각에 괜히 차렸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애들 다 키워놔 조바심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옥천은 처음이라 아는 사람도 없는데 과연 잘 될까’하는 의문까지 들었다. 이때가 옥천으로 와서 제일 힘든 시기였다고 한다. “지금은 주변에 있는 의료기 사장님도 많은 사람들을 소개를 해줬다”며 “한번 머리를 하고 간 손님들도 주변에 소개를 해줬다”고 고마워했다.

박 대표는 이어 “요즘은 처음 개업했던 2월의 3배 정도 매출이 늘었다”며 “이제 몇 달 있으면 자리를 잡을 것 같다”고 했다.

특히 박 대표는 “옥천 사람들이 정말 순수하다”면서 “진심으로 하니까 어머니들이 금방 아세요”라며 고마워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미용실이 아무리 바쁘더라도 명절에는 시간을 내어 미용실을 이용할 수 없는 할머니들을 위해 미용 봉사를 하는 일을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이어 “일단 직원이 없으니 다른 미용실보다 가격은 저렴하게 하고 파마, 염색 등에 쓰는 머리 약은 좋은 것으로 사용하는 것”을 신조로 삼고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머리를 감을 수 있는 전자동 샴프대, 가위 등을 소독하는 자외선소독기 등 위생 용구 교체 및 내부 인테리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며 “군에서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을 맺었다.

주소: 옥천군 옥천읍 중앙로 10 1층
전화번호: 010-9224-4996
영업시간: 오전 8:00 ~ 오후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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