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와 독거노인은 무료예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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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와 독거노인은 무료예유”
  • 오현구기자
  • 승인 2021.04.29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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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읍 ‘현대세탁수선’
김만호 대표가 재봉틀로 옷을 수선하고 있다.
김만호 대표가 재봉틀로 옷을 수선하고 있다.

 

지난 3일, ‘현대세탁수선’을 개업한 김만호(65) 대표는 가게 문을 열자마자 천장에 걸려있는 손님들의 옷부터 확인한다.

그 후 세탁물 장부를 펼친다.

밤새 없어진 옷들은 없는지 장부와 대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조 확인이 끝나면 드라이클리닝 등 세탁에 들어갈 의류들을 확인하고 찌든 때가 있는 옷들은 세탁에 들어가기 전 별도의 대야에 담아 뜨거운 물에 불린다.

김 대표는 옥천읍 가화리가 고향이다.

하지만 젊은 시절 봉제기술을 배우기 위해 서울로 올라갔다.

그렇게 시작된 서울에서의 삶은 이후 40년 동안 이어진 고달픈 타향살이의 시작이었다.

귀향을 결심하다

서울 도봉구에서 ‘한강실업’이라는 봉제공장을 차려 운영하던 중 IMF를 맞았다.

다행히도 거래처를 잘 만나 버틸 수는 있었으나 돈벌이는 조금씩 줄어들었다.

결국 3년 뒤 김 대표 부부는 노점에서 의류상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 이후에도 3년을 주기로 재산이 모이는가 싶으면 다시 없어지는 일이 반복됐다.

삶의 고달픔에 지칠 대로 지친 김 대표 부부는 결국 고향인 옥천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만류도 물론 있었다.

죽마고우인 정해영 가화리 이장이다.

“서울 생활을 오래 한 사람이 시골에서 일도 없는데 어떻게 살려고 그러냐”는 걱정이었다.

당시 김 대표는 옥천으로 돌아가 소박하게 살 생각 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내에게도 “시골 내려가 가게 하나 얻어 욕심부리지 말고 편안하게 살자”고 했다.

아내는 묵묵히 듣고 있었다.

아내 역시 서울 생활의 고달픔에 지쳐있었다.

아내는 김 대표를 가만히 바라보며 “앞으로 크게 욕심부리지 말고 나눠주면서 삽시다”라고 격려했다.

2018년 1월 옥천으로 내려온 김 대표는 봄부터 옥천의 한 중소기업에서 봉제 관련 계약직을 했다.

하지만 그 일도 가을까지 밖에 할 수 없었다.

겨울에는 일용직과 공공근로를 했다.

겨울이 지나고 회사에서 다시 연락이 오면 봉제 관련 계약직을 했다.

이 시기 김 대표의 몸은 힘들었지만 고향에 있는 것만으로도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고 좋았다.

무한 경쟁만을 일삼던 서울생활과는 달리 고향에서 그런 것들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너무나 편안했다.

뭘하는 게 좋을까?

올해 초까지 김 대표는 ‘뭘하는 게 좋을까’하는 고민이 이어졌다.

하지만 전문 봉제 쪽으로만 떠올랐을 뿐 봉제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세탁업 쪽으로는 생각이 이어지지 않았다.

고민 끝에 여러 사람과 의견을 나누다 보니 ‘세탁소 개업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귀향한 지 4년 만에 기나긴 고민을 끝낸 순간이다.

지난 4월 초 김 대표는 세탁소 개업을 했다.

많은 친구가 와서 “자신들은 몇 년째 놀고 있는 상태인데 너는 좋은 기술이 있어서 이런 일을 하니 부럽다. 앞으로 20~30년은 벌 수 있지 않으냐”는 격려를 해주었다.

김 대표는 세탁소를 개업한 후 고향에서 가게를 열었다는 생각에 감회가 새로웠다.

‘현대세탁수선’이라는 간판이 처음 걸렸을 때 한참을 올려다 봤다.

“지금도 독거노인들이 오면 세탁비는 괜찮다”며 “저 자신도 어려운 삶을 살았던 이유로 독거노인과 장애우에게는 세탁비 무료 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이 경영 신조라고 했다.

이어 ‘현대세탁수선’은 “세탁은 깨끗하게 세탁 약은 고급으로 손님 마음에 드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40년 수선 경력까지 갖춰진 종합 세탁소”라고 자랑했다.

군에서 필요한 지원으로는 “창업자금 문제로 폐쇄회로 TV를 비롯한 가게 출입문 등 내부 인테리어 준비가 부족한데 소상공인 리모델링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세탁소를 더 확장해서 단체복 제작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다”고 했다.

주소 옥천군 옥천읍 금장로 11
전화번호 043-731-4971
영업시간 아침 7:00-오후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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