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향수신문’ 창간5주년 기획특집 학교가 살아야 지역이 산다-“우리 학교 우리가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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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향수신문’ 창간5주년 기획특집 학교가 살아야 지역이 산다-“우리 학교 우리가 살린다”
  • 김병학기자
  • 승인 2021.05.06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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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동문회 결성 각고의 노력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인성·감성 배가
모교살리기 성금, 석달새 7천만원
89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청성초 전경. 4,000여 동문들에겐 마음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89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청성초 전경. 4,000여 동문들에겐 마음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교장 김욱현
교장 김욱현
이종두 총동문회장
이종두 총동문회장

 

사람이 살아가면서 갖는 기억 가운데 초등학교만큼 깊고 아련한 것도 드물다. 그래서 나이가 든 훗날 과거를 떠올릴 때도 가장 먼저 회상되는게 초등학교다.

그때는 그만큼 순수했고 그저 철없이 노는게 좋았으며 친구들과 삼삼오오 짝을 지어 들로 산으로 종횡무진 메뚜기도 잡아 먹고 남의 밭에 있는 무와 고구마도 스스럼없이 캐 먹었다. 그렇다고 누구 하나 타박하거나 나무라지 않았다. 그저 그러려니 했다. 왜, 내 자식도 똑같이 그럴거니까.

또 있다. 어릴적 학교 운동장만큼 큰 공간도 없었다. 학교 건물만큼 큰 건물도 없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 당시 다니던 학교를 가보면 왜 그리도 초라하고 조그마하게 보이는지 모를 일이다. 어쩌면, 나 자신이 너무 커버린 탓일까, 아니면 그만큼 세속의 때가 묻어 그런 것일까.

바로 그러한 추억을 지닌, 추억의 보물창고와도 같은 초등학교가 사라진다면, 더욱이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가 다시는 볼 수 없는 영원한 추억 속에 파묻혀 버린다면 얼마나 마음이 짠하고 아릴까.

많을 때는 전교생 1,000명 농촌의 고령화가 주 요인

옥천군 청성면 산계길 63에 자리하고 있는 청성초등학교(교장 김욱현)가 바로 그러한 위기에 처해 있다. 단연 학생수의 감소가 주 요인이다. 이 학교는 언제부턴가 신입생이 들어오지 않았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기억조차 없다. 분명한 건 1960년대 까지만 해도 한 학년이 3개 학급으로 전교생이 1,000명이 넘었다.

그런데 해를 거듭하면서 태어나는 아이들 숫자보다 나이든 어른들만 늘어갔다. 청성초 이종두 총동문회장은 “입학생 숫자가 줄어든 원인은 아마도 농촌의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가 크다고 봅니다”라고 했다.

문제는 학생 수가 줄어든 것과 동시에 학교 존립 자체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했다. 과연 지금의 이 학교를 어떤 방법으로 정상화를 이루어야 좋은건지. 그렇다고 이렇다 할 묘안이 떠 오르지도 않았다.

다만, 계속해서 학생 수가 줄어들 경우 분교나 심하면 폐교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불안감만 증폭되고 있을 뿐이다. 물론 학교 관계자나 주민들도 다 안다. 충청북도교육청 육성기준 지침 상 전교생 숫자가 3년 연속 20명 이하이면 분교로 격하된다는 것도. 그래서 더 불안하고 안달이 난다.

총동문회 결성 두 팔 걷어

그렇다고 이러한 사실을 뻔히 알고 있는 청성초 관계자들이 팔짱만 끼고 있기에는 너무도 상황이 급박했다.

현재 18명(유치원 2명 1학년 2명 2학년 3명 3학년 3명 4학년 2명 5학년 4명 6학년 2명)이 전부인 청성초 학생 문제를 제3자로 하여금 해결해 달라고 할게 아니라 직접 해결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

더욱이 89년 역사에 3,917명이라는 졸업생을 확보하고 있는 이들 동문들로서는 다른 그 무엇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분교로의 전락만은 막아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에 공감하고 본격적으로 행동에 돌입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청성초 모교살리기 운동’이다.

우선 학교 사정을 잘 아는 이종두(72, 28회) 동문을 추진위원장으로 추대했다. 그리고 지난 11일 창립총회도 마쳤다. 동시에 모금운동도 시작했다. 석달새 무려 6,700만 원이 모아졌다. 실로 놀라운 모금액이다. 그만큼 학교를 살려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했다는 증거다.

이러한 결실에 힘입은 동문회는 오는 5월 5일 어린이 날을 맞아 ‘어린이 날 특별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동문들과 재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학교 발전과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 줄 것인가에 대해 함께 고민하기로 했다.

동문회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재학생과 동문들이 서로 멘티와 멘토가 되어 정기적으로 만남의 날을 갖기로 했으며 학생 개개인이 지니고 있는 ‘끼 발굴 지원’과 ‘장학금 지원’, ‘생활비 지원’ 등 다양한 혜택도 줄 계획이다.

이외에도 매년 연말 기수별 실적을 평가하여 우수기수에 대해서는 표창을 실시, 모든 동문들에게 힘을 실어줄 계획이다.

이미 6명 학생 전입시켜 올 상반기 내 20명 넘길 것

그렇다면, 청성초 총동문회가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인데에는 어떤 힘이 작용했을까. 다름 아닌 인근 괴산군 청안면 소재 백봉초등학교와 보은군 세중초등학교에서 힘을 얻었다. 사실 이 두 초등학교는 청성초등학교보다 상황이 더 나빴다.

하지만 해당 지역사회와 학교 그리고 동문회 등에서 발벗고 나선 결과 무사히 본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실제로 청성초 동문은 6명(창녕 2명 충주 2명 안산 2명)의 새로운 학생을 전입시키는 열매를 거두었다.

전재수 ‘청성초 모교 살리기’ 사무국장(옥천군청 경제개발국장)은 “청성초 동문회의 단합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합니다”라며 “비록 지금은 전교생이 18명에 불과하지만 올 상반기 내에 반드시 20명을 넘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사무국장은 이어 “대도시 대규모 학교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비록 소규모이지만 농촌에서 자란 아이들이 훗날 어른이 되어서도 인성면이나 감성면에서 훨씬 뛰어나다는건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지나친 경쟁보다는 자연과 함께 하며 더불어 사는 방법을 체득하는 그런 아이들로 성장시키는데 저희 청성초 동문회가 밑거름이 되겠습니다”라고 했다.

한편, 옥천군은 관내 9개 읍면 학교를 상대로 외지에서 입학이나 전학을 올 경우 학생과 학부모들의 거처를 대비해 교육이주주택 사업비로 8천만 원의 예산을 책정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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