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안의 야생화(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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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안의 야생화(76)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21.05.0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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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

철쭉은 종류도 많고 이름도 가지가지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꽃으로 진달래, 참꽃, 철쭉 등이 있다. 철쭉이 처음 기록에 등장하는 것은 삼국유사의 수로부인 이야기다.

신라 성덕왕 27년 순정공이 강릉 태수로 부임하러 갈 때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바닷가 옆 천 길이나 돼 보이는 벼랑에는 철쭉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수로는 이 꽃을 보고 아름다움에 겨워 말했다. “누가 저 꽃을 꺾어다 주겠소” 일행들은 감히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그때 암소 한 마리를 끌고 지나던 노인이 부인의 탄식을 듣고 발길을 멈췄다.

수로의 모습은 벼랑에 핀 꽃보다 더 아름다웠다. 철쭉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의 마음을 꺾으려면 아예 생명을 내놔야 할 지경이었다.

노인이 수로부인에게 ‘헌화가’ 시(詩)를 지어 읊었다. ‘진 붉은 벼랑 아래 암소 잡은 손을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하고는 벼랑의 꽃을 꺾어 수로부인에게 줬다.

수로는 그 꽃을 가슴에 안고 좋아했다. 마음과 마음이 통했다. 이는 수많은 꽃 중에서 철쭉꽃을 미인에 비유한 것이다.

이름 역시 꽃이 너무 아름다워 지나가던 나그네가 자꾸 걸음을 멈췄다고 해서 철쭉을 나타내는 ‘척(躑)’에 머뭇거릴 ‘촉(躅)’을 썼다. 이 ‘척촉’이 변하여 철쭉이 됐다. ‘정열, 명예’가 꽃말이다.

 

사과꽃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헤라클레스가 좁은 들길을 걷다가 길에 떨어진 사과를 밟았다. 그 사과는 헤라클레스가 밟았는데도 부서지기는 커녕 오히려 원래 크기에서 두 배나 커졌다. 헤라클레스는 호기심이 생겨 사과를 다시 밟아 봤다. 그러자 사과는 다시 두 배만큼 커지는 것이다.

헤라클레스는 화가 치밀었다. 이번에는 가지고 있는 지팡이로 힘껏 내리쳤다. 그러나 사과는 점점 커질 뿐이었다.

그때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가 나타나 충고했다. “이 사과는 싸움의 사과입니다. 섣불리 손을 대면 점점 커질 뿐이니 그대로 놔두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쓸데없는 일로 힘자랑을 하거나 짜증을 부리지 말라는 교훈을 준다. 꽃말은 ‘유혹’이다.

 

캄파눌라

캄파눌라는 종 모양 꽃을 가졌다 해서 지어진 이름인데, 전해지는 유래가 있다.

‘캄파눌라’라는 예쁜 소녀는 신전 과수원의 황금사과 지기였다. 어느 날 과수원에 도적이 들어 사과를 가져가고 못된 짓을 하자 그녀는 즉시 100개의 눈이 달린 용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은종을 울리려 하였다. 이를 눈치챈 도적이 은종을 빼앗고 ‘캄파눌라’를 죽이고 도망쳤다.

꽃의 신 ‘플로라’는 이를 슬퍼해 ‘캄파눌라’를 종처럼 예쁜 꽃으로 변하게 했다. ‘아양 떠는 모습’이 꽃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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