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 숨을 쉬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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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 숨을 쉬어야 하는 이유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1.05.06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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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 숨을 쉬어야 한다는 말을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코 호흡의 중요한 기능으로 다음 세 가지가 잘 알려져 있다. 들여 마시는 공기를 여과하고, 따뜻하게 데우며, 적당한 습도를 머금게 한다.

이에 반해 입으로 공기를 들여 마시면 외부의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바로 기관과 기관지로 유입되고 이는 기도의 벽으로부터 점성이 높은 점액의 분비를 초래한다.

점액질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호흡기 통로에 있는 섬모 운동을 방해하고 결국 허파꽈리와 모세혈관 사이에서 이뤄지는 가스교환을 방해하므로 산소 섭취를 감소시키는 원인이 된다.

코와 부비동(副鼻洞)에서는 산화질소를 생성하는데 부비동은 코 주변 뼛속에 있는 공간을 말한다. 우리가 코를 통해 받아들인 공기는 이곳 부비동 안에서 산화질소와 잘 섞인 상태로 기도와 허파꽈리까지 도달하게 된다.

이 산화질소는 강력한 기관지 확장작용과 혈관 확장작용을 하고 있어 고혈압을 감소시키고 산소 섭취를 증가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또 주로 입 호흡에서 일어나는 과호흡을 예방하는데도 코 호흡이 도움을 준다.

이처럼 코의 뒤편에서 눈과 귀에 이르는 부비동과 같은 커다란 공간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 두개골의 무게를 줄인다든가 외부압력 변화에 대응한다든가 미각이나 후각의 향상을 위한 것으로 설명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공간의 역할이 그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밝혀졌다. 부비동의 역할은 마치 컴퓨터의 환풍 장치와 같다는 것. 즉 두개골로 둘러싸여 있는 뇌는 매우 많은 에너지를 쓰는 기관이다. 이것은 그만큼 많은 양의 열에너지를 생산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지만 뇌는 두꺼운 두개골에 둘러싸여 그 열을 발산시키지 못하므로 열이 축적되기 쉬운 구조다. 또 뇌의 단백질 조직도 열에 취약해 축적 열을 발산시키지 못하면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뜨거운 날 운동을 할 때 발생하는 열을 제대로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면 뇌에 열이 축적돼 돌이킬 수 없는 뇌 조직 변성을 초래하게 된다. 열사병이 바로 그것이다.

이처럼 코로 숨을 쉴 때 부비동을 통해 공기 순환이 이뤄지는데 이는 뇌를 식히는 작용을 할 뿐만 아니라 눈 뒤편 공간을 통해 망막도 식히는 작용을 한다. 망막도 뇌에 못지않게 대사 수준과 열 생성량이 많아 혈액의 순환만으로 열 발산을 전부 감당하기 어렵다.

또 우리 뇌에는 뇌하수체라고 하는 매우 중요한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이 있다. 이 호르몬 분비 기관을 둘러싸고 있는 뼈 공간이 있는데 이 공간을 접형동이라고 한다. 이 접형동도 공기가 순환하면서 뇌하수체의 열 발산을 도와주는 작용을 한다.

뇌하수체는 인체의 생리적 조절에 가장 중요한 작용을 하는 호르몬들이 분비된다. 예를 들어, 성장호르몬이나 갑상선자극호르몬, 부신피질자극호르몬, 항이뇨호르몬 등이 분비된다. 또 남성과 여성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하는 성선자극호르몬도 여기에서 분비되므로 여성의 출산과 임신, 성 기능과 관련이 있다.

입으로 호흡할 때는 기관으로 바로 공기가 들어가므로 부비동이나 접형동에 의한 공기 순환 기능을 기대할 수 없고 대신에 혈류순환의 속도를 높여서 열을 식히려고 하므로 혈압이 상승하고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또 입 호흡을 하게 되면 과호흡 위험이 커지는데, 코 호흡은 이러한 위험을 낮추어 준다. 과호흡하면 혈액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현저히 감소하고 혈액이 지나치게 알칼리화된다. 혈액이 알칼리화되면 헤모글로빈과 산소의 결합이 너무 강해져 조직에 다다른 헤모글로빈이 산소를 내보내지 못하므로 조직이 산소를 공급받는 것이 저해된다.

이런 이유로 입 호흡과 비교해서 코 호흡을 할 때는 산소섭취량은 약 10~20% 정도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비염이나 축농증은 코 호흡을 방해하는 가장 흔한 원인이므로 당연히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그 밖에 자신도 모르게 입 호흡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면 의식적으로 코로 숨을 쉬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다음 말을 기억하자! ‘코로 꽃향기를 마시고 입으로는 캔들을 불어 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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