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와 불확정성
상태바
사주와 불확정성
  • 김현희 명리학자
  • 승인 2021.05.06 11: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주는 운동하고 변화하고 생성하고 소멸한다. 사주 해석은 양자역학처럼 불확정적이다. 불확정성은 어떤 입자든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는 이론으로 모든 사건과 사상이 확실하게 결정돼 있지 않다는 이론이다. 주변 상황이나 기류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는 이론이다.

사주학에 통달했어도 오늘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확히 알 수 없고 확률처럼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갑인(甲寅) 일주(日柱)인데, 오늘이 ‘2021년 5월 12일 16시’라면 ‘신축년, 계사월, 경신일, 갑신일’이 되는데, 이날은 금(金) 기운이 많은 날로, 갑인 일주는 금극목(金剋木)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나 사주에 화(火) 기운이 많으면 화극금(火剋金) 하기에 이날 무탈하게 지나간다. 이런 식으로 사주는 일진에 따라 상호작용한다.

사주 해석의 기본은 생극제화(生剋制化), 합형충파해(合刑沖破害)다. 생은 살리고, 극은 억압하고, 제는 다스리고, 화는 변한다. 합은 화합하고, 형은 부딪치고, 충은 깨지고, 파는 찢어지고, 해는 상처 입는다.

좋은 글자를 극제화(剋制化)하면 힘들고, 나쁜 글자를 생(生)하면 힘들다. 좋은 글자를 합(合)하면 힘들고, 나쁜 글자를 형충파해(刑沖破害) 하면 좋아진다. 생과 합이 항상 좋은 것만도 아니고 극제화나 형충파해가 항상 나쁜 것만도 아니다. 

물방울 하나가, 혹은 나비의 가벼운 날갯짓이 대기의 기후를 바꾸듯이 사주팔자도 일진에 따라서 바뀐다. 일진은 오늘의 천간과 지지로서 일(日)은 천간이고 진(辰)은 지지이다. 사주는 오늘 내가 만나는 사람의 사주와 부딪쳐 생극제화나 합형충파해를 한다.

나와 조화되는 사주가 있고 나와 부딪치는 사주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궁합(宮合)을 본다. 궁합은 각각의 궁에 있는 글자끼리 생극제화, 합형충파해를 보는 것이다.

궁에는 연주(年柱), 월주(月柱), 일주(日柱), 시주(時柱)가 있다. 연주는 태어난 해, 월주는 태어난 달, 일주는 태어난 날, 시주는 태어난 시간이다. 각각의 주(柱)끼리 합(合)이 들어 있으면 궁합이 좋다고 본다. 합은 내 생각과 상대방의 생각이 맞아 떨어져 자기 고집을 피우지 않고 화합한다.

내가 계묘(癸卯) 일주인데 무술(戊戌) 일주의 사람을 만나면 그날은 운이 좋게 풀린다. 천간에서 무계합(戊癸合)이, 지지에서 묘술합(卯戌合)이 일어나고 무계합화(戊癸合化), 묘술합화(卯戌合化)는 화(火) 기운을 만들고 화(火) 기운이 필요한 사주라면 그날의 운세는 좋게 작용한다.

그러나 사주에 화 기운이 많은데 무계(戊癸) 합화(合火)까지 일어나서 화(火) 기운이 많아지면 좋지 않다. 사주는 어느 한 오행으로 치우치기보다는 오행이 중화되는 게 좋다.

내가 갑인(甲寅) 일주(日柱)인데 경신(庚申) 일주의 사람을 만나면 갑경충, 인신충이 일어나서 갑인 나무가 경신 금(金)에게 금극목을 당한다.

그런데 만난 날의 일진(日辰)이 갑인(甲寅) 일이면 갑경충(甲庚沖), 인신충(寅申沖)에서 갑인 일주가 경신 일주에게 무조건 당하는 건 아니다. 일진 갑인이 갑인 일주를 도와서 경신의 힘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갑경충, 인신충 한다고 해서 갑인 나무(木)가 경신 금(金)에게 항상 극을 당하는 건 아니다. 일진 글자에 따라서 갑인도 경신과 맞서 싸울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사주는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 혹은 어떤 일진이 들어오느냐에 따라 다르게 작용한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일진이 마주치면서 사주가 변한다.

이런 원리가 불확정성 원리다. 타고난 생년월일시(生年月日時)가 어떤 사람, 어떤 일진을 만나는지에 따라 합이든 극이든 다른 모습으로 변해 어떤 사주학자도 정확하게 사주를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사주팔자를 정해진 양 해석하면 안 된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나무가 나이테를 다르게 만들 듯, 햇살의 방향에 따라 꽃의 방향이 다르게 피어나듯, 사주도 만나는 사람이나 일진에 따라 변한다.

사주에 묘지(墓支)가 있다. 묘지가 들어온 날(日)이나 해(年)에는 병이 들거나 일이 정체되거나 임종할 수 있지만 어떤 의사 어떤 병원을 만나느냐에 따라 병이 나을 수도 있고 더 건강해질 수도 있다.

묘지가 들어온 날이라고 해서 나쁘게만 작용하지 않는다. 사주는 주어진 조건이 같아도 만남의 인연(因緣)이 다르면 다르게 변한다. 사주는 확정된 게 아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