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언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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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의 언행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1.05.0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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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단연 ‘말’하는 것일게다. 동물들이야 특정한 신호나 소리(울부짖음 따위)로 소통할지 모르나 인간만은 약속된 기호를 사용, 말하고 행동으로 옮긴다. 게다가 생각까지 하는 사고의 능력도 겸비하고 있다.

문제는, 그러한 말이나 행동에 따른 결과이다. 사실 필자같은 서민들이야 아무리 큰 소리로 외쳐대도 누구 하나 들어줄 사람이 없으나 불특정다수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선출직들이 내뱉는 언행은 사뭇 다르다.

그들이 취하는 작은 행동 하나 사소한 말 한마디도 예기치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에 더더욱 주의가 요구되는 것이다.

중국 당 태종(599~649)은 평생을 겸허한 태도로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를 사람들은 ‘명군’이라 칭했다.

중국 고전에 보면 ‘임금의 윤언은 땀과 같다’(綸言如汗)는 말이 있다. ‘윤언’이란 천자(天子, 황제)의 말을 뜻한다. ‘땀은 한 번 몸 밖으로 배출되면 다시는 몸 속으로 되돌아가지 못한다’라는 말이다. ‘한 번 뱉은 말은 다시는 주워 담지 못한다’라는 우리네 속담과도 같은 의미다.

그래서일까, 태종은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행여 농담이라 할지라도 가벼이 하지 않았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오. 일반 서민들도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 조금이라도 기분을 상하게 하면 그것을 기억했다가 언젠가는 보복을 하기 마련이오. 하물며 군주가 신하와 이야길 할 때는 사소한 실언도 용납되지 않소. 짐은 이를 항상 가슴에 새기고 있소. 수 나라의 양제는 감천궁을 보고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다 하오. 그런데 아쉽게도 반딧불이가 보이지 않아 등불 대신 반딧불이를 몇 마리 잡아 와 연못에 풀어 놓으면 좋겠다고 하자 즉시 수 천 명이 동원되어 엄청난 양의 반딧불이를 잡아 들였다 하오. 이처럼 사소한 말 한 마디에도 이러하니 중대사라면 어찌 하겠소. 군주인 자는 반드시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 법이오”

당 태종이 살던 1,400여 년 전이나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나 별반 다를게 없다. 굳이 다른 것이 있다면 말(馬) 대신 자동차를 타고 손편지 대신 휴대폰 문자로 소식을 전하는 과학 발전 외에 하루 세끼 먹고 자고 입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작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은 어떠한가,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러도 사람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 법이다. 다시 말해, 당 태종 때 지도자들이나 지금의 지도자들이나 똑 같다는 얘기다.

문제는 당 태종 재위 시절 지도자로서 지녀야 할 언행과 지금과는 너무도 다르다는 사실이다. 당시만 해도 국가의 규율이 엄격해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부를 축적하다 걸리면 귀양은 기본이요 목숨도 내 놓아야 했다. 그만큼 지도자들의 책무가 엄격했다.

그런데 오늘날 지도자들은 그렇지 않다.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이익이 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법과 편법을 일삼는다. 아니,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서라면 당장에 나라라도 팔아 먹을 기세다. 그 어디에서도 지도자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인 자세를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을 위해 일해 달라고 주문한다는 자체가 모순이 아닐까.

그렇다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도 불안하다. 몰상식한 리더들이 조직을 움직이고 나라를 움직이기에 끊임없이 감시하고 채찍을 가해야만 한다.

조금은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 1년여 후면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는 지방선거가 계획되어 있다. 지금부터 두 눈 부릅 뜨고 누가 우리 지역을 우리 공동체를 위해 헌신할 사람이겠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생각하면 이미 때는 늦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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