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상처, KBS ‘이산가족찾기’ 기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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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상처, KBS ‘이산가족찾기’ 기록물
  • 오현구기자
  • 승인 2021.05.1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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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6월 ‘이산가족찾기’ 방송 당시 KBS 본관 앞에 모인 이산가족들.
1983년 6월 ‘이산가족찾기’ 방송 당시 KBS 본관 앞에 모인 이산가족들.

 

6·25 휴전 이후 30년이 지난 1983년 6월, 서울 여의도에는 10만 명의 이산가족이 상봉을 기다리며 여의도광장과 KBS 앞에 운집했다.

전 국민은 이산가족의 감격과 통곡으로 이어지는 상봉 장면을 TV 화면으로 보며 눈물을 흘렸다.

‘이산가족찾기’ 프로그램은 1980년대 냉전체제의 극복이라는 평화운동의 상징이었고 전 세계에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인류애의 중요성을 전달했다.

KBS는 ‘이산가족찾기’ 생방송은 모두 실시간 녹화했다. 1983년 6월 30일 밤 10시 15분부터 11월 14일 새벽 4시까지 453시간 45분에 걸쳐 방송에 소개된 이산가족들의 상봉 장면을 일자 별로 테이프 463개에 생생하게 담았다. 당시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서 실시한 ‘KBS 이산가족찾기 방송에 대한 전 국민의 여론조사 결과표’를 보면 시청자들의 시청 소감을 알 수 있다.

특히 여성 응답자의 96.3%가 “방송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답했다. 대한적십자사에서 발간한 인명부(12권)와 TV 특별생방송의 타이틀곡으로 사용된 설운도의 ‘잃어버린 30년’, 이산가족 상봉 시 배경 음악이었던 패티김의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등 이산가족을 주제로 한 음반(10종 152장)도 보존됐다.

또한, 1만 7천여 점의 ‘이산가족찾기’ 관련 사진 기록물도 보관했다. 이 사진들은 KBS 주변과 만남의 광장에 모인 인파, 다양한 사연의 벽보와 현수막, 상봉 순간들을 생생하게 포착해 역사적 가치가 높다.

KBS ‘이산가족찾기’ 프로그램의 기록물은 한국전쟁과 남북 분단 시대를 살아온 1천만 이산가족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참상을 고발하고 30년 이상 헤어졌던 이산가족들의 상봉을 통해 ‘이산’의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기록물이다.

30여 년 만에 만난 가족들이 얼싸안고 울부짖는 이산가족의 모습에서 끈끈한 가족애와 형제애를 확인했으며 남북한의 체제와 이념 차이로 만날 수 없는 미상봉 이산가족들의 애환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은 정치, 군사와는 별개인 인도주의적 차원의 문제라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린 보편적 인류애의 기록물이다.

KBS ‘이산가족찾기’ 프로그램의 기록물은 이산가족 문제가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북통일을 통해 남북한 모두가 극복해야 할 과제임을 알렸다. 지구상에 이런 비극이 또 다시 생겨서는 안 된다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달한 기록물이다.

이러한 이유로 유네스코에서는 KBS ‘이산가족찾기’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2015년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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