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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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77)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21.05.1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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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홍

영산홍을 지나치게 좋아한 임금은 연산군이었다. ‘영산홍 1만 그루를 후원에 심으라’ 했고 팔도에 명하여 왜척촉(철쭉)을 많이 찾아내어 흙을 붙인 채 바치되 상하지 않도록 하라고 했다. 이로부터 치자, 유자, 석류, 동백, 장미 등 여러 화초를 모두 흙으로 붙여서 바치게 했다.

감사들이 견책당할 것을 두려워해 종류마다 수십 주를 바치되 계속 날라 옮기니 백성이 지쳐서 길에서 죽는 자가 생기기까지 했다. 연말에는 영산홍을 재배한 숫자를 보고토록 했고 영산홍은 감상하기 좋은 꽃이나 이를 위해 백성이 고난을 겪었다.

영산홍을 가둬둠으로써 연산군 자신의 아름다움과 억압을 함께 표현했다. 이후 조선 시대 인조대왕은 영산홍 꽃을 너무 좋아해서 정사를 돌보는 데 소홀할까 봐 중신들이 궁 안에 있는 영산홍을 모두 베어냈다고 한다.

아름다운 꽃임이 틀림없다. ‘첫사랑, 꿈, 희망, 열정, 사랑의 기쁨’ 등 여러 가지 꽃말을 가지고 있다.

 

아마릴리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아름다운 양치기 처녀 아마릴리스(Amaryllis)는 같은 마을에 사는 양치기 청년의 사랑을 얻길 원했다. 그러나 그는 화초만을 가꿀 뿐 어떤 처녀에게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사랑에 빠진 아마릴리스는 신전의 여사제에게 찾아가 그의 사랑을 얻는 방법에 관해 물었다. 여사제는 “양치기 청년이 그녀를 알아볼 때까지 움막 길을 반복해서 다녀오라”고 했다. 그녀는 29일째 매일 같은 길을 다녀왔다. 마침내 30일째 되는 날 양치기 청년의 움막으로 가는 길에서 이전에 보지 못한 꽃을 발견했다. 아름다운 꽃이다.

그녀는 그 꽃을 따서 한 아름 안고 청년의 움막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청년이 문을 열자 기절할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을 목격했고 바로 사랑에 빠졌다. 청년이 그녀의 이름을 묻고는 이 꽃을 아마릴리스라고 이름 지었다. 이들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져온다. ‘침묵’이 꽃말이다.

 

미나리아재비

미나리아재비는 원래 하늘에 살던 별이었다고 한다. 별은 낮이고 밤이고 항상 하늘에 있었지만 사람들은 밤에만 별이 있다고 했다.

사실 낮에는 큰 별인 태양이 있어서 아무리 반짝거려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가 없다. 그 많은 별 중에 아주 노란 별이 있었는데 이 별은 한 가지 소원이 있었다. 그래서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 저는 낮에도 사람들이 예쁘다고 반짝이는 별이 되고 싶어요. 밤은 너무 춥거든요”

그 기도가 얼마나 간절하던지 하나님은 그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노란 별은 별똥이 돼 땅으로 내려왔다. 그 별똥이 떨어진 자리에서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모양의 이파리를 가진 꽃이 피기 시작했다. 그 꽃이 미나리아재비다.

꽃말은 ‘아름다운 인격, 천진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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