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향수신문 창간5주년 기획특집 ‘그곳에 가고 싶다’ -수생식물학습원-
상태바
옥천향수신문 창간5주년 기획특집 ‘그곳에 가고 싶다’ -수생식물학습원-
  • 오현구기자
  • 승인 2021.05.20 13: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청호의 비경, 자연과의 교감 그리고 ‘쉼’

떡갈잎수국, 산수유, 능수벚꽃, 산매화, 파피루스, 홍도화, 붓꽃…

이름도 생소한 꽃들이 온 산을 뒤덮고 있는 곳. ‘꽃천지’수생식물학습원(원장 주서택, 69).이다.

충북 옥천군 군북면 방아실길 수생식물학습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천상의 바람길’로 불어오는 대청호 산들바람이 ‘바람보다 앞서가지 마세요’ 푯말이 방문객을 맞는다. 이어 수 천 송이의 꽃향기와 함께 걷는 둘레길은 ‘꽃산 아래 벼랑’으로 이어진다. 벼랑을 지지대 삼아 설치된 잔도길 아래로 드넓은 대청호에서 밀어 올리는 물결 또한 절벽 아래 바위와 부딪혀 찰싹인다.

꽃산 아래 벼랑에서 바라본 대청호 모습. 탁트인 시야에 마음마저 시원함을 느낀다.
꽃산 아래 벼랑에서 바라본 대청호 모습. 탁트인 시야에 마음마저 시원함을 느낀다.

전북 장수군에서 발원한 금강은 여러 개의 지류와 몸을 섞는다. 쉬지 않고 흐르다 녹초가 된 금강은 대청호를 만나 비로소 휴식을 취한다. 대청댐이 1980년 12월 완공되면서 국토의 중심지인 옥천에도 바다처럼 드넓은 호수가 생겼다. 군북면과 안남면, 안내면의 강가 마을이 물속으로 잠기면서 마을 주위 높았던 산들은 물 흐르는 산모퉁이나 호수 속 무인도가 돼 새로운 풍경이 생겨났다.

수생식물학습원은 ‘천상의 정원’이라고도 불리며 대청호 옆의 비경(祕境)을 지닌 명소로 널리 알려졌다. 대청호와 둘레길,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자연을 느끼고 교감하는 사이 심리 치유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내적치유센터’라는 이름도 내걸었다.

다섯 가구 모여 꿈 실현

충북 청주에서 목사이자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던 주 원장은 일본에 갔다가 ‘경관농업(景觀農業)’을 이용함으로써 농촌의 자연환경과 꽃, 화초 등 녹색식물 및 수생식물을 경작하여 관광자원을 만드는 새로운 개념의 농업을 하는 현장을 보게 된다.

특히, ‘경관농업’은 녹색식물 및 수생식물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므로 환경 보호에도 커다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눈여겨봤다.

이후 ‘경관농업’에 꿈을 둔 다섯 가구가 힘을 합쳤다. 대청호 주변 야산을 사들여 집을 지었다. 19년 동안 나무를 심어 정원을 만들고 식물원을 일궜다.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와 함께 도시에 사는 이들에게도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여기에 대청호 식수원의 보존과 보호에도 도움이 되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의 꿈을 실현했다.

자연 앞에서 겸손해야

수생식물학습원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고개를 숙이고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한다. 자연 앞에서 겸손해져야 자연과 교감을 할 수 있음으로 고개를 숙이고 겸허한 마음으로 자연을 대하라는 의미다.

이제 ‘좁은 길’이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너비다. ‘좁은 문’을 나오면 넓은 길로 가려 하지 말고 ‘좁은 길’로 가면서 잃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고 자연의 목소리를 통해 생명체인 꽃과 나무와도 교감을 해보라는 의미다.

여기에서 10m 정도 걸으면 ‘바위 정원’을 만날 수 있다. 검은색의 거대한 바위인 ‘흑색 황강리층 변성퇴적암’이다. 이 바위는 바다 밑에서 부서진 암석류가 쌓이다가 변형돼 생성된 독특한 바위로 ‘천상의 정원’을 처음 조성하던 시기 주 원장이 천상의 정원 둘레길을 조성하기 위해 원래는 포도밭이었던 이곳의 흙을 파던 중 바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주 원장과 다섯 농가는 이 바위가 파손되지 않도록 하려고 모든 흙 파기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했다. 이렇게 해서 바위를 모두 드러나게 했다. 주 원장은 이 과정이 ‘천상의 정원’ 조성 중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천상의 바람길

‘천상의 바람길’ 입구. 말 그대로 바람따라 마치 천상으로 들어가는 듯한 묘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만큼 아름답다는 얘기이리라.
‘천상의 바람길’ 입구. 말 그대로 바람따라 마치 천상으로 들어가는 듯한 묘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만큼 아름답다는 얘기이리라.

‘여기서부터는 거북이처럼 걸으세요’라는 푯말에 따라 느릿느릿 걷다 보면 ‘천상의 바람길’이 시작된다. 이곳은 잔디광장을 중심으로 백목련, 홍도화, 철쭉 등이 줄줄이 이어진다. 걷다 보면 ‘바람보다 앞서가지 마세요’ 푯말이 걸려있어 궁금증을 더한다. 주 원장은 푯말 붙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바람보다 앞서가지 마세요’ ‘침묵하세요’ ‘시간이 멈추어 버린 곳’ 팻말. 바쁜 일상을 뒤로하고 조용한 상태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또 다른 일상을 위한 준비의 시간으로도 최적이다.
‘바람보다 앞서가지 마세요’ ‘침묵하세요’ ‘시간이 멈추어 버린 곳’ 팻말. 바쁜 일상을 뒤로하고 조용한 상태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또 다른 일상을 위한 준비의 시간으로도 최적이다.

“이곳은 정원이므로 천천히 걸으며 자연과 교감도 하고 자신의 내면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하고 싶었어요. 꽃 한 송이, 이름 모를 들꽃 하나라도 자연과 교감을 하다 보면 자신의 내면으로 깊이 들어갈 수 있잖아요. 도시인들은 너무나 바쁘고 분주하게 살아요. 이곳에서는 거북이처럼 천천히, 바람보다 앞서지 않게 걸으세요. 일반적인 관광지 코스가 아니니 푯말을 보며 자연과 마음속 깊이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해요”

‘천상의 바람길’을 지나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언덕 위에 우뚝 선 ‘달과 별의 집’과 마주치게 된다. 진회색 벽돌로 지어져 유럽 중세의 고성을 보는 듯 이국적이다. 건물 꼭대기에는 성탑 모양의 전망대가 있다. 좁고 가파른 철제 사다리를 조심조심 딛고 올라서면 대청호와 ‘천상의 정원’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안전 문제로 입구 문을 잠가 놓았지만 매표소에 말하면 입구 문을 열어 준다.

유럽의 고성을 연상케 하는 ‘달과 별의 집’
유럽의 고성을 연상케 하는 ‘달과 별의 집’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당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당’ 내부. 네명이 앉으면 꽉찬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당’ 내부. 네명이 앉으면 꽉찬다.

언덕을 지나 벼랑 위 산책길을 걷다 보면 3.3㎡(1평) 넓이의 교회당을 만나게 된다.

2열로 놓인 의자는 4명이 앉으면 더는 자리가 없을 만큼 작다. 십자가를 품은 통유리창으로 보이는 대청호의 푸르고 드넓은 자연은 작은 교회당에 들어가 앉은 사람들을 편안하면서도 겸허한 분위기로 이끈다.

주 원장은 “사람들이 들어가서 자신의 영혼도 돌아보고 내면도 돌아보면서 묵상할 수 있는 곳”이라며 “그래서 교회당 이름도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당’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인지 이곳 헌금함에는 방문객들의 정성이 이어지는데 이렇게 모여진 정성은 매달 옥천 지역 루게릭병 투병 가정에 전달된다.

둘레길이 끝나는 지점에는 분재원과 실내정원이 있다. 분재원에는 소나무, 모과나무, 소사나무, 영산홍 등 500여 그루의 분재가 전시돼 있다.

다양한 나무들이 전시된 ‘분재원’
다양한 나무들이 전시된 ‘분재원’

또한, 실내정원에서는 수련, 가시연, 연꽃, 부레옥잠화, 물양귀비, 파피루스 등 다양한 수생식물을 감상할 수 있다.

주 원장은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아와서 옥천의 브랜드가 됐다”며 “옥천 하면 수생식물학습원을 떠올리는 그런 브랜드가 돼서 우리 옥천의 가치를 높여놓은 것이 보람”이라고 했다. 이에 더해 “지친 도시인들이 이 정원에 와서 자연의 힘을 누리며 마음의 힐링을 체험하고 돌아가는 모습에서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천상의 정원은 4~5월에 가장 많은 꽃을 만날 수 있다. 수생식물학습원은 주중에는 한적하나 주말에는 많은 사람이 찾는다.

이 때문에 거리 두기 차원에서 오전, 오후 250명씩 하루 500명만 입장할 수 있다. 일요일은 휴관 일이며 다른 날은 반드시 예약해야 입장할 수 있으나 방문객이 적은 평일에는 현장에서 입장할 수 있다.

입장료는 성인(대학생) 6,000원, 학생(초·중·고) 4,000원, 경로우대 5,000원, 국가유공자우대 5,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