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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현구기자
  • 승인 2021.05.27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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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장애인부모연대 옥천지회 ‘홍현진 회장’
컴퓨터를 이용해 장애인 돌봄 및 교육 계획 등을 검토하는 홍 회장
컴퓨터를 이용해 장애인 돌봄 및 교육 계획 등을 검토하는 홍 회장

 

충북장애인부모연대옥천지회(이하 부모연대)를 이끌어 가는 홍현진 회장(46)은 직원들과 함께 컴퓨터 자판을 쉴 새 없이 두드리고 있다. 지역 내 장애인 사례관리 및 가족 상담일지 등을 작성하고 장애인 돌봄 및 교육 계획도 짜야 하기 때문이다.

홍 회장이 이끌어 가는 부모연대는 2014년 옥천군 장애인의 교육·복지·노동 등 보편적 권리 확대를 통해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로 장애인과 부모 및 가족을 지원하고 있다.

지적 발달장애 아이들은 보통의 또래 아이들보다 더 어려 보인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 부모는 그래서 아이의 보육에 더욱 집착할 수 밖에 없다. 그녀는 그런 아이들의 부모를 교육자의 마음가짐을 가지도록 인식을 개선해 아이를 교육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홍 회장은 부모연대를 이끌기 전 교회에서 전도사를 했다. 교회 일을 마치고 남는 시간에는 지적 발달장애 아동 부모들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했다.
갑자기 닥쳐온 시련

그녀도 첫 아이를 키울 때까지는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둘째 아이를 키우면서부터 그녀에게 걱정이 생겼다. 둘째 아이가 좀 이상해 보여 병원에 데려갔더니 지적장애 판정을 받게 된 것. 이후 혼자만의 우울한 나날이 이어졌다. 가정에서의 분위기도 점점 악화 일로를 걸었다.
홍 회장은 이 당시의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 아이가 어디서든 나대면 그냥 볼 수가 없어요. 견디지를 못하겠어. 그러니까 어디든 밖에를 못 나가.”

홍 회장이 이런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부모연대 회장과 만나게 됐다. 당시 부모연대 회장은 아이의 보육에만 국한된 어머니의 인식을 아이의 교육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어머니라는 인식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도왔다.

그녀는 그 이후부터 부모연대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게 된다.

홍 대표가 부모연대에서 지적 발달장애 아동과 부모들을 돕는 일이 편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모의 인식이 개선되고 장애 당사자의 교육권과 삶의 질이 점점 나아지는 것을 보면서 힘이 솟는다. 여기에 부모들이 다시금 활기찬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부모연대에서 하는 일은 한 둘이 아니다. 제일 먼저 지적발달 장애 아동 부모의 인식개선부터 돕는다. 어머니는 아이에게 장애가 있는 만큼 24시간 눈을 떼지 않고 돌보려는 성향이 강해진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어머니도 다른 활동을 전혀 하지 못한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부모와 분리되지 않으면 교육이나 사회성을 습득할 기회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연대에서 지적 발달장애 아동의 부모가 인식개선을 하게끔 돕는 일을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부모연대에서는 청소년 방과 후 활동 서비스도 있어 지적발달 장애 아이들을 돌봐주는 일도 한다. 아이가 교육이나 놀이 등 사회성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는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이어 교육청, 도립대 등과 연계해 어머니가 경제활동을 해서 아이의 치료비라도 벌 수 있도록 사회복지사도 취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활동 보조를 받기 위해서는 복지 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부모연대에서는 이 과정도 돕는다.

홍 회장이 장애인을 돕다 보면 특별한 케이스의 문제도 나타난다. 예를 들면 직접적인 대면에서는 지원을 받아야 할 장애인인데 법의 테두리로 판단을 하면 공공기관에서 지원할 수 없는 특별한 케이스다. 이는 법의 테두리가 비현실적이어서 생기는 문제다. 그녀는 개인 정보 보호의 문제가 있다며 그러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이 누군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비현실적인 법의 잣대가 원인인 장애 문제가 생길 때마다 “너무나 힘들다”고 했다.

그녀는 회장을 맡아 부모연대를 이끌면서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내 가정 내 자녀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가정, 다른 가족의 삶도 들여다보게 됐다”며 “함께 하는 것과 나누는 삶에 대해 누리는 가치를 발견하게 되면서 내 삶도 바뀌었다”고 했다.

부모연대 사무실에는 옥천 관내의 장애 문제를 겪고 있는 아동이나 청소년 등이 연결돼서 들어온다. 장애가 있는 청소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아무 데도 갈 곳이 없는 형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모의 마음은 타들어 간다. 아이는 나아질 줄 모르는데 부모는 계속 나이가 들어 노년기가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연대에서는 지적발달 장애가 있는 성인에게도 훈련을 시킨다. 스스로 뭐든지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기 때문인데 교육과정을 담당하는 임직원들에게도 이 과정이 무척 힘든 것은 물론이다.

끝으로 홍 회장은 주민들에게 “나는 아니야 그리고 우리 가족은 괜찮은데 뭘 이라는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라며 “나에게도 내 자녀에게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관점으로 생각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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