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言, 語, 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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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言, 語, 話)
  • 이종구 수필가
  • 승인 2021.06.03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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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言語)은 인간관계의 대단히 중요한 소통 도구다.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즐거움이 있고 친분이 생기며 사랑이 싹트게 되고 때에 따라서는 다툼과 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래서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속담도 있다.

말은 우리 생활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 요즈음 “대화로 해결한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과연 대화를 바르게 했을까. 어느 한쪽의 입장만 발언하고 그만두는 것은 아닌가? ‘대화’로 해결한다면 다툼이나 의견 충돌은 없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한자는 뜻을 알면 재미있는 글자다. 말에 대한 한자를 살펴보면 먼저, ‘언(言)’ : ‘한 마디’, ‘내 말’이라는 뜻이 있다. 다음은 ‘어(語)’ : ‘보통의 말’, ‘서로 비난하는 말’이라는 뜻이 있다. 끝으로 ‘화(話)’ : ‘착한 말’이라는 뜻이 있다.

그러고 보면 ‘언(言)’은 별 뜻 없이 하는 한두 마디의 말이고 ‘어(語)’는 ‘다섯(五)’이 암시하듯 보통의 일상적 말하기에서 생각 없이 그냥 툭툭 던지는 말이고 ‘화(話)’는 ‘천(千)’이 있어 천 번 정도 생각해 착한 말을 하라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 정도는 생각해볼 일이다.

또 입을 통해 말을 하니 ‘입(口)’, 즉 사람들이 한 두 명 모여서 말하면 ‘언(言)’이며 대여섯이 모여 떠들면 ‘어(語)’고 천명의 사람이 의견을 모으면 ‘화(話)’라고도 생각해보고 싶다.

대화(對話)한다고 해놓고 지금까지 대언(對言)이나 대어(對語)밖에 못한 소인배는 아니었는지 반성하고 싶다. 대화한다고 하고는 일방적인 자기 말만 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고 싶다.

뉴스를 통해 보이는 정치인들의 말은 항상 자기들 주장만 내세운다. 상대편의 말이나 주장을 인정할 때 대화의 물꼬가 트인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요즘 코로나 19로 학생들의 등교 횟수가 줄어 교육부에서는 학생들의 학력도 문제지만 학생들의 사회성이 결여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 대화(소통)의 기회가 줄어듦을 걱정하는 것이리라.

학교는 그 어느 곳보다 많은 말들이 오가는 장소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은 선생님과 학생들 사이에 ‘말’이라는 수단을 통해 교육내용이 오가게 된다. 그런데 과연 우리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얼마나 많은 ‘화(話)’로서 제자들을 감화(感化)시키고 교육의 효과를 높이고 있을까. 아니면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언(言)’과 ‘어(語)’로 제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는 않았을까.

다행히도 2학기부터 모든 학교의 정상 등교를 목표로 교육부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방역을 잘해 학생들이 학교에 가서 또래들과 수다도 떨고 마음에 담아둔 생각을 많이 표현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화병(火病)의 원인 중 하나가 속상한 일을 털어놓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경우라고 한다. 그렇잖아도 코로나 19로 사업과 친교 등에 제약을 많이 받아 쌓여가는 스트레스를 마음에만 담아두고 답답하게 지내는 이때 서로의 마음을 풀어주는 대화들이 많이 오가도록 했으면 좋겠다.

장마가 다가오는 6월을 맞아 쌓여가는 스트레스를 이웃과 친지들과 즐거운 대화를 통해 마음을 열고 풀면 좋겠다. 그래서 짜증 나는 더위와 장마로 인한 꿉꿉한 느낌들을 통(通)하고 이해하며 웃음 넘치는 생활로 극복해 나가는 여름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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