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2축형’ 신농법 옥천에 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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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2축형’ 신농법 옥천에 전파
  • 오현구기자
  • 승인 2021.06.1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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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성면 ‘키다리 사과농장’
김명수 대표가 신농법으로 재배 중인 사과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김명수 대표가 신농법으로 재배 중인 사과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8년 전 옥천군 청성면으로 귀농한 김명수(74) 대표는 비를 맞으면서도 과수원에 촘촘히 세워진 5m 높이 금속제 지지대에 사과나무의 ‘V’자 모양 가지를 일일이 묶는다. 사과나무 가지가 세로로 반듯하게 자라도록 해야 하기 때문.

사과나무를 ‘U’자 모양으로 자라도록 하는 것이 특징인 신농법에서는 지지대가 될 금속제 파이프를 사과나무 사이마다 땅속에 묻어 세운다. 그리고 이 파이프에 두 갈래로 벌어져 자라는 사과나무 가지를 묶어주어야 한다. 사과나무 가지가 세로로 세워진 금속제 파이프를 따라 일자로 반듯하게 커야 하기 때문. 이렇게 하면 사과나무의 가지가 포도나무처럼 직선 모양으로 변하므로 일조량은 늘고 농약 살포량은 줄어드는데 사과 수확은 쉽다. ‘비바움(Bibaum)’이라고도 불리는 새로운 농법인 ‘사과 2축형’이다.

김 대표는 귀농한 후 6년이 넘도록 농장 이름을 짓지 못하고 있었다. 농장의 특징이 될만한 신농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작년에서야 사과나무를 전신주처럼 세로로 반듯하게 크도록 하는 신농법인 ‘사과 2축형’의 특징에서 착안해 ‘키다리 사과농장’이라고 지었다.

그는 어릴 때 서울에서 학교에 다녔었다. 당시 열차를 타고 안산 등을 다녔는데 차창으로 과수원에 있는 빨간 양철지붕 집이 보일 때면 ‘저런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동경을 느꼈다.

김 대표는 옥천으로 귀농하기 전 수원시 권선구에서 건물을 지어서 파는 건축업을 했었다. 하지만 경기도 안 좋은 데다 돈은 묶여있는데 건물은 매매도 안 되는 형편이 되자 아내 또한 “우리 시골가서 살자”며 귀농을 권유했다.

옥천군 청성면으로 내려온 그는 어릴 때 가졌던 동경처럼 10년 이상 된 사과나무 고목 몇 그루가 있는 과수원을 샀다. 키우면서 즐기며 살자는 생각이었다. 생업으로 생각한 것은 아니었기에 사과나무를 재배해 본 적은 당연히 없었다.

사과재배 농법을 배우려는 노력

그러던 중 동네 사람들에게 “그 나이에 사과나무를 키우고 만진다는 건 힘들다”는 말을 듣게 됐다. 김 대표는 은근히 오기가 생겼다.

그 이후 그는 사과 농사를 배우고 싶어 온갖 노력을 했다. 타지에서 귀농한 나이 든 사람이 배우려고 노력한다 해서 선뜻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다. 방법을 몰라 사과 농사 책 한 권 구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에게는 너무나 힘든 시기였다. 이런 노력의 하나로 과수원 옆쪽의 땅을 사서 사과나무를 더 심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배우고 싶은 마음은 점점 강해졌다. 결국 지자체장의 추천을 받아 충북농업마이스터 대학 ‘사과1 전공’으로 입학했다.

입학을 해보니 대부분 학생이 14년 이상의 영농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김 대표의 나이가 학생 중에 제일 많았는데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영농지식을 배우고자 밤을 새우다시피 다른 학생을 쫓아다녔고 부끄러웠지만 “나는 귀농한 조건으로 왔다. 지자체장이 추천해줘서 왔다”고 하며 2년을 공부했다. 이렇게 공부한 그는 졸업할 때 모범표창을 받았다.

김 대표는 졸업 후에도 사과 재배방식을 귀동냥으로 들었다. 마침내 작년에서야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3, 4년밖에 되지 않은 ‘사과 2축형’신농법을 채택하고 사과 묘목을 심었다. 올해도 그의 노력은 계속돼 맛은 좋지만 가지 생성이 잘 안 되고 탄저병에 무척 약해 재배방법이 까다로운 시나노 골드(황금사과) 묘목을 심었다.

그의 효율적인 농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 알려지며 군청과 농업기술센터에서 와보고 온도감응식 미세살수를 통해 냉해(冷害) 등을 예방하는‘과원저온(果園低溫) 피해예방’시범사업 농가로 선정했다.

김 대표가 귀농했을 당시 친구들은 “그냥 있는 돈으로 놀고먹으면 되는데 왜 사서 고생을 하냐”며 “미쳤다”고 했었다. 그의 아내도 귀농 3년째 되던 해에는 힘이 드는지 “내가 시집을 괜히 왔나 봐”라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시골에서 사는 방법도 알았고 친구들도 “할 일이 없어 지겨워죽겠다”면서 김 대표를 부러워하는 상황이 됐다.

그는 과수원 가득 세우는 사과나무 지지대 등 시설을 잘해놨을 때와 비바람이 불어도 그 시설들이 흔들리지 않을 때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시범사업에 선정됐을 때 보람을 느꼈다. 하지만 고생한 것에 비해 수익이 떨어질 때면 힘들다는 생각을 하는 농업인이었다.

농협이나 공판장으로 출하했던 사과의 판로도 지난해부터 바뀌었다. 수익이나 편리함 등으로 인해 로컬푸드 직거래 쪽으로 출하하게 된 것.

일이 즐거워야 성공한다

김 대표는 귀농 후배를 향해서는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으니 조금도 쉴 틈이 없다”며 “즐거움을 느끼면서 일을 하면 성공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최근 귀농한 사람들 가운데 사과 농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환영한다”며 “책은 가득하다. 제가 대학 때 교육받은 모든 사과재배 영농지식을 알려드릴 테니 몇 년만 참고 고생하면 괜찮다”고 했다.

특히 군에 대해서는 “시범사업에 선정되게 해주신 단체장님께 감사를 드린다”며 “시범사업에 맞게 열심히 노력해 다른 농가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대표는 끝으로 “올해 가을에 맛있는 사과가 수확되면 오셔서 드셔보세요”라는 말과 함께 “저희 키다리 사과농장을 많이 사랑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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