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 천국 ‘옥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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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숍 천국 ‘옥천’
  • 김병학기자
  • 승인 2021.06.1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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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8개소에서 2020년 74개소로
엄밀한 상권분석 안하면 실패 가능성 커
정확한 상권 분석을 안할 경우 실패 가능성이 크다. 사진은 커피숍 내부 모습
정확한 상권 분석을 안할 경우 실패 가능성이 크다. 사진은 커피숍 내부 모습

농촌 지역 옥천이 ‘커피숍 천국’으로 변해가고 있다. 대도시에서 흥행중인 ‘커피산업’이 이곳 옥천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 그것도 시가지와 외곽지를 불문하고 우후죽순처럼 퍼지고 있다.

지난 4월 말 현재 옥천군 인구는 50,341명. 이 가운데 휴게음식점, 즉 커피숍으로 영업허가를 받고 영업 중인 커피숍은 83개소. 옥천군 인구 606명당 1개소다. 이러한 수치는 2019년 48개소이던 것이 2020년 74개소로 무려 26개소(65%)나 늘었다. 문제는 실제 운영자들이 20~30대 젊은이들로 50대를 넘어선 사람들을 찾아 보기는 힘들다는 것. 대부분 부모 이름으로 영업신고를 하고 실제로는 자식들이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말 커피숍을 오픈했다는 김민동(28) 씨는 “대학 졸업 후 마땅한 일자리도 찾기 힘들어 고민하던 중 부모님께서 커피숍을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에 따라 커피숍을 열게 되었다”고 했다. 물론, 관련 자격증도 취득하고 나름 준비도 철처히 했다.

올 초 커피숍을 오픈했다는 최서영(32) 씨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 해당 분야쪽으로 일거리를 찾던 중 유사 업종인 커피숍을 운영해 보는 것도 시대의 흐름에 맞겠다 싶어 오픈한 케이스다. 아직까지는 그런대로 적자는 면하고 있다. 다만, 본인 외에 다른 직원은 두고 있지 않다. 하지만, 한정된 인구에 하루가 멀다하고 늘어만 가는 다른 커피숍이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동이면 소정리 대청호 일대 주차장없어 대로변까지 주차

옥천군에서 가장 많은 커피숍이 들어서 있다는 동이면 소정리 대청호 일대. 이곳에는 도로변을 따라 평일에도 자가용들이 길게 꼬리를 물고 있다. 한 커피숍은 아예 직원 한 명이 도로에 나와 경광봉으로 주차까지 맡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오고 있다.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이렇게 많은 커피숍들이 문을 열고 있는 걸까.
이유는 너무도 간단하다.

먼저, 다른 업종에 비해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자신만의 취향을 살린 가게를 차릴 수 있다는 잇점 때문이다. 즉, 기존 식당의 경우 일정한 크기의 주차장과 식당 운영에 필요한 갖가지 물품들, 거기에 주방과 홀을 담당하는 직원채용까지 계산하다 보면 영업이익보다 지출이 더 크기 때문에 섣불리 덤벼들지 못하고 있다. 자칫, 앞으로 남고 뒤로는 밑지는 결과를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계획만큼 장사가 안될 경우 막대한 물질적 피해가 뒤따르기에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게 중론이다.

또, 한 집 건너 한 집이 식당이다 보니 어지간히 맛을 내지 않고서는 다른 식당과의 경쟁이 안되기 때문에 맛에 대해 자신이 없는 사람들로서는 자연 ‘커피숍’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커피숍’은 식당과 달리 한 두 종류의 메뉴에만 자신이 있으면 얼마든지 해볼만한 장사다. 여기에 식당과 달리 주방이나 홀서빙을 담당할 인력이 필요치 않아 주인 혼자서도 얼마든지 해낼 수 있으며 고객들은 오히려 그러한 주인들을 더 선호하고 있다는 점도 ‘커피숍’ 개업에 불을 당기고 있는 한 요인이기도 하다.

주위의 권유는 권유일 뿐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어
2019년 7곳 2020년 3곳 폐업

그렇다고 이러한 ‘커피숍’이 무한정 안전지대일까. 결코 그렇지 못하다. ‘커피숍’도 분명한 경쟁시장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자격증만 취득했다고 덜컥 문을 열었다간 금방 주변 ‘커피숍’의 공세에 밀려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오픈 8개월만에 문을 닫았다는 옥천읍에 사는 박성기(45)씨는 “과거 한식당을 운영한 경험을 되살려 나름 고민 끝에 커피숍을 열었다. 전국에서 잘 나간다는 커피숍도 벤치마킹을 했다”며 “그러나 옥천이라는 지역은 옥천 나름대로의 특색과 분위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대도시처럼 영업을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커피숍이든 전통찻집이든 주위의 말만 듣고 해서는 큰 코 다친다”고 했다. 2019년 한 해 동안 옥천군 관내에서 일곱곳이 문을 닫았으며 2020년에도 세 곳이 문을 닫았다.

옥천읍 주민 박민주(68) 씨는 “아무리 커피숍이 사회적 트렌드라고는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지나치게 쉽고 편한 직업만을 선호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다. 부모들이 언제까지 뒤를 봐줄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젊을 때 힘든 일을 해보는 것도 젊은이들만의 특권이 아닌가”라고 했다.

청주대학교 관광호텔경영학부 송성인 교수는 “(커피숍은) 사회적 트렌드다. 수요가 있으니까 (오픈이) 늘어나는 것 아니겠느냐, 커피숍의 경우 다른 업종보다 분명 비교우위에 있는건 맞다. 그렇다고 성공률을 확신하기는 어렵다”며 “분명한 상권분석과 냉철한 판단이 선행되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 역시 클 수 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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