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비 소리 청명하게 나래 치는 춤새
상태바
죽비 소리 청명하게 나래 치는 춤새
  • 강형일기자
  • 승인 2021.06.17 10: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용가 송민숙
송민숙 무용가
송민숙 무용가

펜데믹 접고 훨훨 날아보세~

이원면 강청5길에 사는 무용가 송민숙(48)씨. 그녀는 전국을 휘젓고 다니며 날갯짓을 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품고 있다. 펜데믹 기간 예상치 못한 사태로 인해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마저 초탈한 심정으로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중이다. 오랜 인연이 있는 춤새 송민숙 무용가를 녹음이 나부대는 옥천여중, 교정에서 만나본다.

잠시 후 10시 30분이면 반짝이는 눈망울의 학생들을 만나 함께 몸놀이를 하게 될 기대 때문일까? 웃는 표정에 풋풋한 생기가 가득하다.

“선생님, 어떻게 지내세요?” “실컷 놀았습니다” 그녀답다.

자유롭지 못한 시기 중에도 타고난 상상의 나래는 여전히 춤과 관련한 창작과 확장을 모색하며 펼쳐져 있었다고 한다.

알고 보면 그녀는 부소담악 아닌 부‧서‧대‧옥의 행로를 지나왔다. 고등학교까지는 부산에서, 인생의 가장 큰 고비였던 엄청난 교통사고 이후 대학교부터는 서울에서, 이후 대전과 옥천을 오가며 활동을 펼치고 있으니 아무래도 ‘춤’의 혼이 깃들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팔자인 듯하다.

명상과 환경 회복, 생명의 춤사위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일무(佾舞-종묘나 문묘에서 제향을 할 때 여러 사람이 줄을 지어서 추는 춤)이수자인 송 씨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춤사위를 지닌 것으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아끼며 자주 하는 공연은 역시 ‘죽비춤’. 

죽비(竹篦)는 불사를 행할 때 손바닥에 쳐서 소리를 내어 일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데 쓰는 대나무로 만든 도구다. ‘죽비춤’은 온갖 종류의 한국 무용을 섭렵한 그녀가 창안한 창작무용으로 한국 무용에 죽비라는 도구를 더하여 현대적인 느낌을 살린 춤이다.

“죽비는 저를 바로 잡아주는 특별한 도구입니다. ‘딱’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고 흐트러지려는 호흡을 바로 잡아줍니다. 고요하면서도 열정적이기도 해 신명나게 해줍니다. 교통사고로 3개월 넘게 누워있던 저를 다시 살린 춤이기도 하죠”

평소 성격대로 꾸밈없이 말하는 그녀에게서 그러한 고통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스스럼없이 내보이는 작지 않은 흉터에서 당시의 고통과 절망감을 엿볼 수 있었다. 택견과 단전호흡으로 몸을 어느 정도 추스르고 난 뒤 그녀는 전국을 떠돌며 동해안 별신굿, 진도 씻김굿, 풍물굿 등 한국의 전통과 신명 그리고 ‘한’이 묻어나는 여러 종류의 춤을 습득했다. 그렇게 민속무에 빠져 20대를 보내고 30대에 들어선 그녀에게 궁중정재(宮中呈才)인 종묘제례악의 무한한 매력이 다가왔다. 그렇게 다양한 춤의 세계를 종횡무진으로 움직인 송민숙 무용가, 이제 꿋꿋하며 올곧게 하늘을 향해 뻗는 푸른 대나무의 기상으로 창안한 ‘죽비춤’의 신비로운 세계를 ‘명상’과 접목하여 새롭게 선보이려 한다. 

특히 지난 해 8월에는 현 사태에 고통받는 모든 이를 위로하며 동시에 환경을 해치는 인간의 오만과 방종을 반성하는 내용의 의미있는 공연을 했다. 마임이스트 유진규와 함께 ‘몸으로 쓰는 시’라는 제목으로 극단 민들레가 주관하는 ‘품앗이 공연 예술축제’(경기도 화성시)에서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원초의 몸짓을 신들린 듯 선보이기도 했다.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먼 터널 끝, 희망의 빛이 어렴풋이 비치는 지금. 그녀는 또 하나의 야심찬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10월 3일 개천절을 맞아 서울 돈화문 국악당에서 ‘송민숙의 춤 달고나!’라는 표제로 공생과 공존을 위한 춤사위를 거침없이 펼칠 예정이다. 송 씨는 자신과 가족이 살고 있는 사랑하는 옥천에도 관중과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작은 공연 무대가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내비췄다.

송 씨가 몸담고 있는 ‘춤새무용단’은 2008년 창단된 무용 단체로써 한국적 호흡에 현대적 감각을 더하는 창작무용 작업을 하는 단체이다. ‘춤새’란 춤추는 모양새를 이르는 우리 고유어로써 한국적 정서와 감성을 품고자 한 것이다. 이중적 의미로 춤추는 새란 뜻도 지니고 있다.

‘진도 씻김굿’(왼쪽)과 ‘죽비춤’을 추고 있는 송민숙 무용가
‘진도 씻김굿’(왼쪽)과 ‘죽비춤’을 추고 있는 송민숙 무용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