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인물사진 그리고 다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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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인물사진 그리고 다락방
  • 강형일기자
  • 승인 2021.06.17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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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카페 2월’
서상숙 대표가 카페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서상숙 대표가 카페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옥천군 교육도서관 옆길, 호젓한 길목에 ‘사진카페 2월’이 있다.

‘사진카페 2월’은 옥천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한동안 사진과 관련된 일을 하다가 가정을 꾸려 세 자녀를 길러내고 이제 다시 하고 싶은 일, 머물고 싶은 공간을 갖게 된 서상숙 사진작가의 아담한 카페다.

간판을 부각해 드러내지 않은 아늑한 장소, 일대의 차분한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소박함이 깃들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자연스러운 표정의 수많은 인물이 사진 속에서 웃는 얼굴로 반긴다. 이곳에 둥지를 튼 것이 2019년 2월, 만 2년이 조금 지났지만 다락방이 있고 정겨운 사진들이 언제나 전시되어있는 사랑스러운 이곳을 꾸준히 찾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한 시간

사진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시절, 집안의 장롱 위에 모셔져 있던 수동카메라가 주범(?)이다. 한창 호기심 많던 시절, 음악을 좋아해서 피아노를 연주하던 소녀는 틈틈이 친구들을 찍어주고 꽃과 풍경을 찍어댔다. 그렇게 찍은 사진을 보고 주위에서 참 잘 찍었다, 소질 있다는 말을 여러 번 들으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일, 마음먹은 일은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무소같은 성격. 당시 사진전공학과가 있는 대학은 전국에 단 네 곳, 그중 적합한 대구의 대학까지 가서 사진작가로의 길을 출발했다.

가정을 이루고 8년 간 어린이집을 운영하다 자녀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뒤 서 작가는 다시 서서히 자신의 꿈을 펼치기 시작했다. 보기에는 한없이 부드럽고 여리게 보이는데 내면에는 활화산 같은 열정과 꿈을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른 장소에서, 썩 마음에 들지 않는 환경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다 더 나은 장소로 이전하기로 마음을 먹고 조용하면서도 마음에 와닿는 장소를 물색하고 다녔다. 지금의 장소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 작지만 앙증맞은 다락방과 암실로 쓰기에 적합한 작은 부엌. ‘그래. 이곳이야!’ 본인의 손길로 필요한 장소를 만들고 꾸미며 사진과 커피와의 조화를 만들어 갔다.

그동안 사진에 대한 애정을 놓치지 않고 작품 활동과 사진 공부를 계속했다. 지금은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 취득, 영상미디어센터에서의 3년여의 경력을 바탕으로 사진에 대한 강의를 이어 나가며 동호회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사진’의 정의는 무엇인가? 시각의 차이에 따라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시간을 담아내는 작업입니다. 제 대학 시절에는 모든 것이 아날로그 작업이었어요. 사진을 찍는 것 뿐 만이 아니라 그것을 암실 작업을 통해 직접 현상하고 인화했습니다. 컬러사진은 무척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전문현상소에 맡기고 흑백사진만 취급했어요. 좋은 피사체를 찍는 순간의 기쁨, 그것을 현상하는 동안의 기대감과 설렘, 인화한 결과물을 접하는 뿌듯함. 이런 기분은 사진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이죠” 그러면서 흑백사진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나타낸다. “물론 오랫동안 몸에 익은 익숙함도 있지만 명암만으로 이루어진 흑백사진을 보면 피사체와의 밀착된 교감을 느낍니다. 물론 때에 따라 컬러사진도 찍고요”

사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서 작가의 눈빛이 반짝거린다. 그 모습에서 무언가를 성취하고야 말겠다는 강한 추진력과 열정이 느껴진다.

다락이 있는 카페

다락방 내부 모습
다락방 내부 모습

카페의 안쪽은 별도의 방이 있고 비록 넓지 않지만 아담한 다락방이 딸려 있다. 네 명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남녀 둘이서만은 될 수 있는 대로 사용하지 말아 달라는 문구가 재미있다. 아마 다락방을 좋아하는 단골들이 많은 것 같다.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 최대 1시간의 사용시간을 지켜 달라는 문구가 덧붙는다.

서 작가는 카페를 운영하며 손님의 많고 적음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그냥 지나다가, 또는 알음알음으로 자연스럽게 찾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생업이기도 하지만 공감과 소통의 장소였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바다를 좋아하지만, 때로는 여행도 훌쩍 떠나고 싶지만 어떻게 사람이 모든 것을 누리며 살 수 있겠냐며 살며시 웃음 짓는 서 작가.

“생업의 원천인 동시에 작으나마 제가 만족하는 곳이에요. 바다는 제 마음속에서 늘 파랗고 희게 출렁거리지요. 일부러 카페의 문을 닫고 떠나지 않고 현실에 충실하면서도 의식의 확장을 통해 가끔은 마음의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오히려 제 꿈을 향하고 이루어 나가면서 가족에게 소홀히 한 점이 있지 않았나 마음 한편에는 늘 미안한 마음이죠”

부드러우면서도 오묘한 신맛을 품은 예가체프 커피를 좋아한다는 그녀, 사진이 눈과 마음 그리고 머리가 모두 동원되는 삼위일체의 종합예술이라면 커피 또한 좋은 품종의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휴식과 위로를 건네는 일이라며 잔잔하게 미소 짓는다.

충청북도와 충북문화재단이 주관한 ‘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되어 8월 19일부터 22일까지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서 개인 사진 전시회를 개최한다. 그때쯤이면 현재의 상황이 나아져서 많은 사람이 서 작가의 꿈과 환상을 작품 속에서 함께 경험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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