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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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삶
  • 배기원 영화감독
  • 승인 2021.06.1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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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단순하다. 세상이 더욱 따뜻한 곳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하루가 멀다고 사건‧사고가 담긴 뉴스가 세상을 들썩이게 만든다. 때론 훈훈한 미담이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훨씬 많은 아름답지 않은 기사들과 분노를 일으키는 엄청난 일들이 일어나 사람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내 작은 소망은 내가 만든 영화를 통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만든 영화를 한 편 소개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30분 이하의 영화를 단편영화라고 부르는데 그중에서도 아주 짧은 영화를 초단편영화라고 한다. 내가 2011년도에 만든 ‘약속’이라는 제목의 초단편영화가 있다. 비록 아주 짧지만 이 영화로 영화제에서 상도 받고 특히 독일, 함부르크 국제단편영화제까지 초청받은 것을 보면 영화라는 콘텐츠가 지닌 힘이 대단하다 느껴진다.

간략하게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70대의 노부부가 나른한 봄날 오후, 거실에서 평화롭게 염색을 하고 있다. 눈도 잘 보이지 않아 실눈을 뜬 노부인은 남편의 머리를 한 올 한 올 매만지며 염색을 해준다. 팔순이 다 된 남편은 아내의 손길을 느끼며 조용히 사색하다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아내를 사랑하겠냐’는 주례의 질문에 시원스럽게 ‘네’라고 대답한다. 그러고는 아내에게도 대답을 강요하는데 염색에 집중하던 아내는 영문을 몰라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되물으면서도 남편과 똑같이 대답한다. 노부부가 함께 웃으며 영화는 끝난다.

영화가 독일의 영화제에 초청되어 상영을 마친 후, 외국인들이 재미있게 봤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나는 그 순간의 기쁜 마음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그것은 많은 어려움에도 내가 영화를 계속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나는 희망과 활력이 넘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공포영화 같은 세상이 펼쳐지고 있지만 해피엔딩의 영화처럼 우리의 삶에도 머지않아 희망이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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