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참마속(泣斬馬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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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참마속(泣斬馬謖)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1.06.1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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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공명이 위나라 군사를 격파하면서 북진하다가 기산 벌판에서 사마중달의 20만 군대와 대치하는 상황에 부딪혔다. 사마중달은 이미 부채꼴 모양의 진을 쳐서 대비하고 있었다. 공명 역시 이를 돌파할 전략을 짜놓았다. 하지만 걸리는 곳이 한 곳이 있었다. 바로 식량 보급로의 요충지인 가정(街亭) 땅. 그곳을 적에게 빼앗기면 군사들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공명으로서는 가정의 수비가 큰 문제였다.

그때 스스로 가정을 수비해 보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었다. 마속. 마속은 공명의 절친한 벗인 마량의 어린 동생인데 재주와 능력이 뛰어나 공명은 그를 매우 아끼고 있었다. 그러나 마중달과 대항하기에는 아직 어렸다. 그런데도 마속은 간절히 탄원했다.

“몇 년간 병법을 배웠는데 가정쯤이야 지키지 못하겠습니까, 만약 패한다면 저 뿐만 아니라 가족 전부를 벌에 처해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마침내 공명도 승낙했다.

공명은 삼면이 절벽인 가정의 산기슭을 지키라고 마속에게 명한 뒤 가정으로 보냈다. 그러나 마속은 적을 유인해 역습하겠다며 산꼭대기에 진을 쳤다. 위나라 군사가 산기슭을 포위하자 식수가 끊긴 마속은 전 병력을 휘몰아 포위망을 돌파하려 했으나 결국 참패하고 말았다.

공명은 그를 보낸 것에 대해 후회했다. 동시에 어쩔 수 없이 잠시 군사를 한중 땅으로 후퇴시켰다. 그는 마속같은 유능한 인재를 잃는 것은 나라의 손실이라는 측근의 말을 물리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마속은 아까운 남자다. 하지만 그런 사사로운 정은 그가 범한 죄보다 더욱 큰 죄다. 마속을 잃는게 나라의 손실일지 모르지만 베지 않으면 더 큰 손실을 초래한다. 아깝기 때문에 오히려 그를 베어서 대의를 바로 잡아야 한다”

공명은 마속을 베도록 명령했다. 마속이 형장으로 끌려가는 것을 보고 공명은 마루에 엎드려 울었다.

“마속아, 용서해다오. 정작 죄는 내게 있구나. 내가 현명치 못해 너를 보낸 것이야. 그러나 나는 죽을 수가 없구나. 내가 살아 촉나라를 위함으로써 너의 죽음을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달 옥천군 공공급식 관련 감사 결과 징계를 두고 군민들의 뒷말이 무성하다. “지나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말과 “그럴 줄 알았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라는 등. 심지어 인사 관계자가 정에 얽혀, 혈연에 매여, 압력에 흔들려 좌고우면 한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혹자는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억울함 알려 조금이라도 가벼운 결과를 기대하며 감사 관계자들을 구워 삶았다는 말까지도.

물론, 공무원도 사람인지라 얼마든지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공무원이 잘못된 결정(업무미숙이든 고의누락이든)을 내려 일을 진행할 경우 그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군민들에게 돌아온다.

이번에 징계를 당한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도, 할 말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5만 옥천군민들은 그러한 잘못을 받아 들여줄 마음의 여유가 없다. 아니, 그들의 말을 들어줄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이유는 단 하나, 내(군민)가 낸 세금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일을 해야지 업무처리 미숙은 뭐며 결산 미숙은 뭐라는 말인가 하기 때문이다. 인사권자의 징계에 마음 아파하기 보다는 5만 옥천군민에게 먼저 사죄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공명이 내린 결정처럼 두 번 다시는 이러한 일탈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더욱 강력한 고삐를 움켜 쥐어 분명하고도 확고한 신상필벌(信賞必罰)을 적용해야 한다. 자칫, 700여 옥천군 모든 공무원들이 손가락질을 당하는 그런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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