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이면 초록의 꿈은 더 짙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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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이면 초록의 꿈은 더 짙어진다
  • 김규나 수필가, 대전문인협회 사무국장
  • 승인 2021.06.24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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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기운에 눈을 뜬 아침, 어제가 아닌 오늘이다. 가끔 하루를 맞이하는 첫 시간이 멍할 때가 있다. 간밤 꿈에서 본 것과 지금의 현실이 헷갈리는 것이다.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 밤새 헤매다 깨어나, ‘, 꿈이었구나생각 들면 정말 다행이다 싶다. 한숨을 쉬면서 내가 조금 전까지 애면글면했던 현실이 꿈이었다고 느낄 때, 비로소 하루의 기운이 또렷이 잡혀 온다.

내가 꾸는 꿈의 갈래는 대개 두 갈래다.

첫째는 그야말로 꿈이 진짜였으면 하는 꿈이다.

그건 현실에서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강력하게 담고 있는 모습이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살아 계셔서 함께 있는 꿈도 그렇고, 널찍한 집에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가족이 즐겁게 지내는 꿈 같은 것이라면 깨어나지 않고 아예 현실이길 바라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현실에서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들이지만 이루고자 하는 것들이다. 내가 글을 잘 쓰는 문학인이 되는 것? 이런 꿈은 자꾸만 곱씹어 보게 된다.

둘째는 꿈이어서 참 다행인 꿈이다.

꿈인 줄도 모르고 어쩌다 큰 난관에 부딪혀 해결하려고 갖은 애를 쓰다 깨는 경우다. 꿈속에서 깊은 물에 빠지거나 무서운 짐승에 쫓기거나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은 숱하게 꾸었다. 이럴 땐 땀을 철철 흘리며 깨어나 안도의 숨을 쉬게 되는데, 이런 것은 두 번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기분 나쁜 꿈인 것이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이런 꿈조차 다 쓸모가 있는 것 같다. 나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어려움을 겪어봤으니 나름 적절히 대비하게 만드는 것이다.

언젠가 어떤 교수님이 내게 꿈이 무어냐고 물어보신 적이 있다. 다 큰 성인한테, 것도 마흔이 넘은 사람한테 꿈이 무어냐고 묻는다는 것이 의아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피식, 웃음으로 넘겼었다. 왜냐면 꿈이라는 것은 어린 소년소녀들, 아니면 팔팔한 젊은이들만 꾸는 전유물처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질문은 자꾸만 되감겨져, 사실 왜 내게 그런 질문을 했을까를 계속 생각하게 하였고, 나이에 상관없이 항상 내 꿈이 뭐지?’ 라는 물음표를 스스로 가지며 살게 하였다. 꿈이란 앞으로 이루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인데, 내가 마흔이 넘었다고 해서 그런 것을 가지면 안 되는 것일까. 그렇진 않다. 살아 있는 한 꿈은 있어야 한다. 그 말은 나에게 잊었던 꿈을 다시 꾸게 했고, 그 꿈을 위해 온 정신을 집중하게 했다. 꿈은 꾸는 자의 것이고, 꿈을 꾸는 사람은 행복할 자격이 있다.

유월은 꿈 꾸었던 사람들을 떠오르게 하는 달이기도 하다. 해마다 유월이 되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이 떠오른다. 6.25전쟁으로, 6.10항쟁으로 기억해야할 수많은 사람도 있겠지만 독립과 자유라는 꿈을 겨레에게 안겨주기 위해 자기 목숨을 초개처럼 던진 분들을 모두 기억해야하는 달인 것이다. 두 번 다시 생각하기 싫은 나쁜 현실에 뛰어들어 밝은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하다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한 감사한 분들. 그분들 덕분에 우리는 악몽에서 헤어 나와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게 바로 유월의 초록이 더 짙어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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