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빼기, 모든 운동의 기본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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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빼기, 모든 운동의 기본 원리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1.06.2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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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배울 때 ‘힘을 빼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 어떤 운동이든지 진지하게 배워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운동은 분명히 힘을 쓰는 것인데, 힘을 빼라는 것이 모순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모든 운동에서 ‘힘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힘을 빼야 한다’라는 것은 거의 불변의 진리이다.

태권도의 격파 시범을 예로 들어보자. 수십 장의 기왓장이나 벽돌을 맨손으로 깨는 모습은 거의 초인적으로 보인다. 이렇게 단단한 벽돌을 깰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언뜻 벽돌을 깨는 것이 주먹이나 손날을 무쇠처럼 단단하게 단련시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반복적인 단련에 의해 손에 굳은살이 배기고 뼈도 단단해져서 골절 등의 부상을 입지 않는 것이지 그로 인해 벽돌을 깨는 힘이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격파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벽돌을 내려치는 순간 최대파워를 발휘하는 것이다. 최대파워는 두 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데, 그것은 최대의 질량과 최대의 속도이다. 즉 가격(加擊)의 순간에 최대파워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충격을 가할 때 자신의 체중을 이용하여 최대질량으로 최대의 속도에 이르게 하여야 한다. 충격의 순간에 최대질량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격의 순간에 자신의 모든 체중을 실어야 한다. 이렇게 최대의 질량으로 가격하기 위해서는 몸통과 함께 어깨, 팔, 손이 완전히 굳건하게 고정이 되어 하나의 물체로서 타격에 가담하는 질량을 증가시켜야 한다.

또 가격의 순간에 최대속도에 이르기 위해서는 내려치는 과정에서 근육을 이완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근육의 특성은 근력을 증가시키면 속도가 느려지고 근력의 수준을 줄일수록 속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최대파워를 낼 수 있는 근력의 수준은 최대근력의 약 1/3이다. 이러한 이유로 ‘힘을 쓰려면 힘을 빼야 한다’라는 말이 성립된다. 따라서 최대의 힘을 가하는 것은 마지막 충격을 가하는 순간에만 필요하고 나머지 움직임의 과정에서는 근육의 긴장을 빼고 움직임의 속도를 증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근육을 조절하는 신경흥분의 집중성과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마지막 순간의 속도를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인체의 협응 동작이 중요하다. 가격할 때 몸을 수직으로 뛰어 올린 상태에서 팔만으로 내려치는 것이 아니라 몸통의 굽힘, 어깨, 팔의 근육 그리고 주먹으로 이어지는 동작의 순서가 부드럽게 연결될 때 가격의 순간에 최대속도에 도달할 수 있다. 이러한 협응적인 동작의 연결을 ‘키네틱 링크(Kinetic Link)’라 한다.

태권도 격파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운동기술의 습득은 바로 이러한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처음 운동을 배우는 초보자가 힘을 빼는 법을 익히기는 결코 쉽지 않다. 탁구, 테니스, 골프, 수영 등을 처음 배우는 초보자들을 보면 거의 예외없이 불필요한 근육들이 잔뜩 경직되어 있는 모습을 본다. 어깨나 팔의 힘을 빼라고 아무리 강조한다고 해도 ‘실제로 힘을 뺀 상태가 이런 것이구나!’라고 스스로 깨닫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특정 운동기술이 어느 수준에 이르려면 힘을 뺀다는 것이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체득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원리가 몸으로 완전히 체득되기까지 불필요한 근육이 긴장된 상태로 움직임을 반복하다 보니 탈이 나는 경우가 많다. 중년이나 노년에 새롭게 운동을 배울 때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근육의 탄성이나 관절 부위 유연성이 떨어져 있는 상태이므로 같은 움직임을 반복하다 보면 근육이나 인대, 힘줄 등의 손상위험이 매우 커진다.

그러므로 처음 운동을 배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제대로 된 기본자세’를 배워야 한다는 점이다. 기본자세를 배우면서 우리 몸의 근육들을 효율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신경이라는 명령체계를 형성하게 된다. 잘못된 자세로 움직임을 반복하는 것은 근육의 불필요한 긴장을 초래하고 부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둘째는 성급한 욕심을 버리고 운동 자체를 즐기라는 것이다. 골프의 예를 들자면 처음부터 비거리에 욕심을 내거나 경쟁적인 마음을 갖는 것은 힘을 빼는 법을 익히는데 방해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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