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와 도자의 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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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와 도자의 어울림
  • 강형일기자
  • 승인 2021.07.01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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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아도예갤러리카페
김옥순 작가
김옥순 작가

군북면 항곡리로 넘어가는 길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약 22호의 가구가 모여 사는 삼태기를 닮은 지형의 마을 비야리가 있다.

그림 같은 집 여러 채와 원주민의 집들이 한데 조화롭게 어울려 사는 마을 한가운데에 ‘도아도예갤러리카페’가 있다. 각양각색의 꽃과 원두막, 자연스레 펼쳐진 잔디를 지나 실내로 들어가면 갖가지 모양의 도자기와 동화 속 나라 같은 수예작품들이 조화롭게 어울려 있다. 이곳에 프랑스 자수를 배워 작품을 만들고 가르치며 바쁜 나날을 보내는 김옥순 작가(61)가 있다.

원래는 수채화에 흥미가 있어 한동안 배우고 그리다가 프랑스 인형의 우아한 아름다움에 반해서 자수를 중심으로 하는 수예의 다양한 세계에 빠져 들었다. 그것이 벌써 10여 년 전의 일, 세라믹 도자기를 전공한 아들의 도자기 작업을 응원하다가 ‘이왕이면 내가 하는 작업과 어울리게 해보자’하는 마음으로 4년여 간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다가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이 2019년 4월이다. 처음에는 작업과 수업을 함께 하는 순수문화공간으로 운영했는데 2020년 4월 이후 세태의 변화를 안타까워하는 수강생들의 거듭된 요청으로 찻값에 해당하는 ‘문화공간비’를 받는 카페로 운영하게 됐다.

도아도예갤러리카페 전경
도아도예갤러리카페 전경

프랑스 자수의 세계

자수는 옷감·헝겊·가죽 등의 바탕에 여러가지 색실로 무늬를 수놓아 장식하는 공예미술이다. ‘자(刺)’는 바늘땀을 의미하며 천의 올을 주워서 꽂는 데 반하여 ‘수(繡)’는 ‘자’의 기법을 사용해서 올에 관계없이 자유로이 꿰매가는 방법을 의미한다.

섬세하고 고풍스러운 동양자수와 달리 프랑스 자수는 기법과 재료가 다양하며 화려하다. 특히 김 작가의 손에서 한 땀 한 땀 피어나는 오묘한 색의 수예(手藝)는 입체자수에서 더욱 빛난다. 마치 살아 있는 꽃이듯 생동감 있는 작품은 가방, 옷, 인형, 커튼 등 손대는 것마다 새로운 생명을 입힌다. 전국의 실력있는 선생님들을 찾아가서 배우며 수예의 깊이는 더해졌고 지금은 ‘리투아니아 리넨’이라는 천연 소재의 원단을 소재로 만든 옷에 입체자수를 더해 나날이 찾는 손님이 늘어가고 있다. 옥천은 물론 가까운 대전을 비롯하여 영동, 보은, 청주에서도 방문과 주문이 들어온다.

매력적인 비야리

대전과 가까우면서도 한적한 자연의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비야리의 전원생활에 무척 만족하는 데에는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과 친절도 한몫한다. 때 되면 담가 가져다 주는 김치, 푸성귀 등은 그대로 이웃 간의 ‘정’이다. 날 비(飛) 이끼 야(也)를 쓰는 비야리는 본래 맑고 효험있는 샘물로 유명한 마을이었다. 마을 입구에 세워진 유래비에는 ‘난리를 피하고 출세하는 사람이 많은 곳’이라는 유래가 새겨져 있다. 대표적으로 참된 언론인으로 존경받는 청암 송건호 선생이 이곳 출신이며 카페는 바로 그 옆 좋은 터에 자리 잡고 있다.

아무래도 김 작가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이 분명하다.

모두가 꿈꾸는 전원생활과 평생 이어갈 자수의 길, 두 가지를 모두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상냥하고 여유롭다. 따뜻한 응대와 사람을 대하는 진실하고 변함없는 태도는 아마도 고향인 충남 서천의 서정적인 풍광과도 무관하지 않으리라. 물레를 돌리고 세모시를 짓던 어머니의 무던한 성정이 그대로 배어 나와 저렇듯 고운 자수 작품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 아들인 이정화(34)도예가는 공주대학교 세라믹 도자기과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을 준비하며 대전 둔산동에서 작업실과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실력을 인정받아 작품 활동에 매진하는 한편 젊은 패기로 여러 공동작업에도 힘쓰고 있어서 얼굴 보기도 힘들다고 김 작가는 푸념한다. 골짜기에 들어앉은 갤러리 카페는 맘먹고 일부러 들어와야 제 진가를 보여준다. 아마도 사시사철 다르게 꾸민 자연의 얼굴을 맘껏 뽐내며.

인스타그램 계정인 doah.mom을 방문하면 뜨락의 민낯을 확인할 수 있다.

충북 옥천군 군북면 비야대정로2길 39-1. 휴대폰 010-8818-3020. 정기휴일 매주 화요일

마당에 한창인 수국
마당에 한창인 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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