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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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84)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21.07.0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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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어초

마치 사람처럼 죽으면 해골 모양으로 변하는 꽃이 있다. 바로 금어초다. 영화 ‘곡성’에서는 음산한 기운을 풍기며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해골 모양의 꽃 금어초를 소개했다. 영화의 장면을 전환하거나 비극을 암시할 때는 말린 금어초가 등장하는데, 관객들은 해골을 닮은 금어초의 모습에 압도되어 공포심이 더해졌으며 미스터리한 금어초의 정체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금어초는 북아메리카 지역과 유럽 등지에서 관상용으로 심는 야생화로 위로 곧게 솟은 모양이 용머리를 닮아 스냅드래곤(Snap dragon)이라 불렸다. 5~7월 만개해 절정을 이루는데 붉은색과 주홍색 노란색 등의 꽃이 화려하게 피어올라 거리를 수놓으며 장관을 이룬다. 금어초는 꽃이 피었을 때보다 졌을 때 독특한 모습으로 변하기로 유명하다. 만개 후 시들면서 꽃 끝부분에 커다란 세 개의 구멍이 뚫리며 해골의 두 눈과 입을 닮게 변한다. 이 때문에 전설이나 설화가 존재하는데 고대 문명에서는 금어초에 영적인 힘이 있다고 믿었다. 이것을 정원에 심으면 저주나 마술 등의 재해로부터 지켜 줄 것으로 생각했다. 말린 금어초를 먹으면 젊어지고 아름다움을 되찾을 수 있다고 믿는 전설이 있고 금어초를 맨몸에 붙이고 있으면 그 사람을 우아하고 매력적으로 만들어 준다고 한다. 또 여성에게 감사의 의미를 나타낼 때 선물해 주기도 한다는 설화가 있다. ‘주제넘게 참견하다, 수다쟁이, 오만, 욕망, 탐욕, 예지, 고백’ 등 여러 가지 꽃말을 가지고 있다.

니겔라

새까만 씨앗의 색채 때문에 라틴어로 검은색이라는 의미 ‘니겔라’. 우리나라에서는 한자어로 ‘흑종초’라 부르는데 꽃 못지않게 굵직한 열매가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씨앗의 생김새가 악마 같이 보인다고 해서 ‘숲속의 악마’ 그물같이 어여쁜 꽃받침 때문에 ‘비너스의 머리카락’ 이란 멋있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블랙 커민, 너트메그 플라워(육두구꽃), 로만 코리앤더(로마 고수), 펜넬 플라워(회향꽃), 카론지 등으로 불리는 귀화한 인기 종 야생화이기도 하다. 꽃말은 ‘꿈길의 애정, 안개 속의 사랑’이다.

버드푸트

‘서양벌노랑이’라고도 하는데 전해지는 설화가 있다. 잉꼬부부로 소문 난 집에 6살 난 아이가 이웃 경사가 있는 집의 음식을 먹고 돌아와 배탈이 나서 고통을 호소 했다. 아버지는 동네방네 돌아다녀도 약을 구하지 못했다. 그때 동네 어귀에 사는 한 노파가 노란 풀을 잔뜩 캐어 집안으로 들어와 “이 풀이 대장염에 효과가 있으니 전초를 삶아 복용하라”라고 했다. 이를 달여 먹인 결과 회복되었다고 한다. 이 풀이 서양벌노랑이 버드푸트이다. ‘다시 만나는 날까지’가 꽃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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