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우리 이장님] “져주는 삶이 곧 이기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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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 우리 이장님] “져주는 삶이 곧 이기는 삶”
  • 김병학기자
  • 승인 2021.07.08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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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읍 화계리 임인호 이장
목소리를 높여가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 하기보다는 일단은 져주는 것이 진정으로 이기는 삶이라고 화계리 임인호 이장은 강조했다.
목소리를 높여가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 하기보다는 일단은 져주는 것이 진정으로 이기는 삶이라고 화계리 임인호 이장은 강조했다.

50가구 80여 명이 살고 있는 옥천읍 화계리는 수북리의 중심마을로 마을 중앙에 마을회관과 보건진료소가 있다. 마성산에서 발원한 실개천이 화계리와 동정리를 흐른다. 특히, 마을 뒷산에서 시작된 실개천이 마을을 휘돌아 가는 모양새로 툭 튀어 나와 있다. ‘곶’ 모양을 하고 있다. 특별한 특산품은 없으며 주민 80% 이상이 고령층으로 대부분 노령연금 등에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일찍이 화계리는 연일 정씨 집성촌이었다. 지금은 많이 퇴색되었지만 그래도 주민 상당 수가 정씨 성을 가지고 있다.

“가능한 주민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주민들 편에서 계획하며 주민들 편에서 행동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라는 옥천읍 화계리 임인호(71) 이장. 올해로 4년 차 이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임 이장의 이장 경력이 짧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 임 이장은 이미 13년이라는 세월동안 이 마을 이장을 지낸 경험이 있어 누구보다도 화계리만큼은 주민 한 명 한 명, 집구조 하나하나까지 꿰뚫고 있다. 어느 집이 담이 무너졌고 어느 집 처마에서 빗물이 새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다. 그래서 이장직을 내려 놓았다. ‘화계리 이장을 나만하면 안된다. 나만 하라는 법도 없다’라는 나름의 판단에 과감히 접었다. 게다가 뭐든지 오래하면 발전이 없다는 사실을 임 이장 자신이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형적인 촌부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런데 4년 전, 이번에는 마을 주민들이 임 이장을 호출했다. “구관이 명관이다. 임 이장이 다시 마을을 맡아 달라”며 이구동성으로 임 이장을 다시 원위치로 돌려 놓았다.

“구관이 명관이다” 다시 이장 맡아라

“글쎄요, 사실 제가 잘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주민들이 막무가내로 저를 다시 이장에 앉히니 별 수 없이 받아 들이긴 했습니다만 지금이라도 적임자가 나타나면 조용히 이장을 내려 놓을 생각입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임 이장을 능가할만한 추진력과 진정성을 지닌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금 화계리 주민들은 살아가는데 큰 불편함은 느끼지 못한다. 오래전 임 이장이 이장을 지낼적에 어지간한건 다 해 놨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의 경로당 앞 광장이 좁아 주민들의 주차도 그렇고 주민 화합잔치 때도 장소가 비좁아 조금만 더 넓었으면 하는 바램들을 나타내 임 이장으로서는 그게 늘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임 이장은 지금의 마을광장 옆에 붙어 있는 땅을 구입해 넓게 확장을 하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과거 지금의 광장을 넓힐 때 힘들었던 일을 생각하면 딱히 마음이 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토지 매입위해 3년 동안 설득

“마을광장을 넓히기 위해 땅을 사고자 서울에 사는 지주를 무려 3년이나 찾아 다녔습니다. 거의 애원하다시피 설득을 했습니다. 결국 지주가 저의 진정성을 알았는지 마을에 땅을 팔았습니다. 이렇듯 마을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은 외지에 사는 지주들입니다”라고 했다. 그들은 땅 가격도 가격이지만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며 좀처럼 팔지를 않아 이장이라는 직책을 맡은 자신만 가슴앓이를 한다고 했다.

임 이장이 갖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주민들과 절대로 언성을 높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특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목소리가 높아지고 고성이 오가기 마련입니다. 그러다보면 그간 쌓아 온 주민 간의 정은 사라져 버리고 자칫 원수지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러한 사실을 너무도 잘 알기에 일단은 그 자리를 피해 버립니다. 그리고 시간을 두고 서서히 대화를 시작합니다. 그러면 안풀릴 것 같던 일들도 모두 잘 풀리고 관계도 예전을 회복하게 됩니다”.

이렇듯 매사를 긍정적이고 친화적으로 살다 보니 최소한 화계리에서만큼은 임 이장을 인정하고 있다.

“현대인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죽자사자 싸우고 언성을 높이는데 그건 매우 저급한 생각입니다. 비록 남들이 보기에 지금 져주면 끝까지 지는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나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져주면 머지 않은 시간에 더 많은 것을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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