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살이 찌는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원인을 불문하고 몸이 소비하는 에너지에 비해 섭취하는 에너지가 많을 때 살이 찐다. 이렇게 결론만 놓고 생각하면 먹는 양이 문제이지 언제 먹느냐는 중요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인체가 영양소를 대사하는 과정과 호르몬의 관계 그리고 인체의 생체리듬을 고려하면 그렇지 않다.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밤에 먹는 것이 더 살찌기 쉬운 몸으로 만든다. 그 이유는 혈당과 인슐린의 작용 때문이다.
우리가 밥‧고구마‧빵‧국수‧설탕 등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소화흡수가 진행되면서 혈액 중의 포도당, 즉 혈당이 올라가게 된다. 혈당이 상승하면 그것에 맞추어 이자에서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혈당이 많이 상승할수록 더 많은 인슐린이 분비된다.
인슐린은 혈당을 조직세포 안으로 넣어주는 열쇠로서의 역할을 한다. 즉 세포막에는 이 혈당이 들어가는 문이 존재하는데 이 문은 인슐린이라는 열쇠에 의해 열리게 된다. 30조개나 되는 인체 세포들이 인슐린의 도움을 받아 혈당을 받아들여서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 몸에는 혈액이 5ℓ 정도가 있으며, 12시간 공복상태인 아침 식전에는 정상적으로 혈당이 혈액 100㎖ 당 80~100mg의 농도로 존재한다. 이는 공복상태에서 혈액 중의 혈당은 4~5g 정도의 농도로 매우 소량만이 존재한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이는 탄수화물을 아주 조금만 섭취하더라도 세포가 혈당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아주 쉽게 혈당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분비되더라도 세포막에 있는 자물쇠와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면 문이 열리지 않고 혈당이 세포 내로 들어가지 못하니 고혈당이 초래된다. 고혈당은 혈관의 손상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이러한 상황을 ‘인슐린저항성’이라고 하며 제 Ⅱ형 당뇨병이나 비만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앞서 이야기로 돌아가서 밤에 음식을 먹으면 왜 더 문제가 될까? 바로 이 인슐린의 작용 때문이다. 우리가 낮에 활동할 동안에는 교감신경이 우세하기 때문에 인슐린의 분비가 어느 정도 억제되며 그 대신 근육의 활동에 의해서 혈당이 세포 내로 유입되는 것이 촉진된다. 즉 혈당이 세포 내로 들어가는 문은 일차적으로 인슐린에 의해서 열리지만 인슐린과 관계없이 근육의 활동에 의해서도 문이 열리는 경로가 촉진된다. 그래서 당뇨환자의 경우 식후에 혈당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운동할 것을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활동이 최소가 되는 밤 시간에는 이러한 작용을 기대할 수 없어서 음식을 섭취하면서 높아지는 혈당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혈당이 근육을 비롯한 조직세포 내로 유입되는 속도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높아진 혈당은 이자로부터 더 많은 인슐린의 분비를 자극하게 된다. 이렇게 과잉 분비된 인슐린은 탄수화물을 지방으로 전환시켜 지방조직에 저장되도록 한다. 이와 동시에 혈액을 통해 운반되는 지질을 받아들이는 역할을 하는 저밀도지단백질(LDL) 수용체는 지방조직에서는 인슐린에 의해 열리게 되고 반대로 심장이나 근육에서는 인슐린에 의해 닫혀버린다. 인슐린은 지방을 체지방조직에 축적하기만 하도록 하고 에너지로 쓰는 것은 막는 것이다.
특히 야식으로 혈당을 빨리 높이는 간편식이나 가공식품을 먹는 것은 몸에 지방을 붙이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혈당이 빠르게 오를수록 인슐린이 인체의 생리적 필요량보다 과잉하게 분비될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혈액 중에 존재하는 혈당은 앞서 말했듯이 매우 소량에 불과하므로 활동이 최소화되는 밤에는 조금만 먹어도 혈당이 쉽게 높아진다. 그리고 이로 인해 인슐린 분비가 지나치게 될 위험성이 높아지며 혈액 중 인슐린 수준이 필요 이상 높아진다. 혈액 중 높은 인슐린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세포막에 존재하는 문이 고장이 나 버린다. 아무리 인슐린이라는 열쇠를 많이 만들어도 문이 잘 열리지 않는 상태, 즉 인슐린 저항성이 진행되는 것이다.
살을 빼려고 할 때 가장 먼저 고쳐야 할 습관은 저녁 식사 이후에는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다. 밤에 무언가 먹는 습관이 있을 때 그것부터 고친다면 체중은 줄게 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