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블로그] 읍내 골목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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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블로그] 읍내 골목 벽화
  • 강형일기자
  • 승인 2021.07.15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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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지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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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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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특히 아이들)이 떠난 도심의 빈 거리와 골목의 담벼락에 벽화를 그려 날로 황폐해져 가는 도시의 풍경과 쓸쓸한 정서를 조금이라도 채우려고. 또한, 어느 지역은 언덕배기 또는 근대의 이야기들이 남아있는 거리에 관광객을 오게 하려는 목적으로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긴 벽화를 그리는 공모 사업이 유행한 지 오래다. 특히 코로나 19 사태 이후 지난 해부터는 생계가 곤란해진 지역 예술가들을 돕는 목적을 겸한 벽화제작 공모 사업도 이곳저곳에서 적잖게 벌어졌다.

옥천군도 읍내와 여러 면 소재지 곳곳에 특색있는 벽화들이 많이 그려져 있다. 아이들의 뛰어노는 소리, 햇살처럼 퍼지는 웃음소리, 별빛같이 바스러지는 울음소리. 거의(모두라고 해도 그리 틀리지 않은) 사라진 골목마다 정겨운 벽화가 대신하고 있다. 여전히 오래 살아온 집과 고향을 지키는 주민들이 사는 마당 있는 담벼락, 이 골목을 지나면 어디가 나올까?

조릿대 줄기처럼 조붓한 골목에 옛날 그 많던 아이들, 아니 우리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어쩌면 내 어린 날들이 까르르 까르르 시간에 바래지 않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노닐고 있다.

까까머리. 더벅머리 사내아이, 단발머리, 갈래머리, 질끈 묶은 머리. 아무 끈으로나 묶은 머리의 계집아이. 그리운 조무래기들이 다시 올 그날을 기다리며 줄넘기, 딱지치기, 구슬 따먹기, 말타기하며 노닐고 있다. 이따금 지름길이기도 한 읍내 골목을 천천히 걸어보라. 지금은 잊어버린 멀리 떠난 친구가 콧물 훔치며 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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