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장경판과 제경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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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장경판과 제경판
  • 강형일기자
  • 승인 2021.07.2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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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만대장경 중 일부의 모습
팔만대장경 중 일부의 모습

「고려대장경(高麗大藏經)」은 고려 왕조가 제작한 ‘삼장(三藏, Tripitaka, 산크리스트어로 3개의 광주리를 의미) 불경’으로서 근대 서구 학계에 흔히 ‘Tripitaka Koreana’라고 알려져 있다. 총 81,258판의 목판에 새긴 「고려대장경」은 13세기 고려 왕조(918~1392)의 후원을 받아 만들었으며 현재 대한민국 남동쪽에 있는 고찰, 합천 해인사(海印寺)에 보관되어 있다. 「고려대장경」은 이를 구성하는 목판의 판수 때문에 흔히 ‘팔만대장경’으로 불린다.

‘삼장’ 또는 한국어로 ‘대장경’은 불전(佛典), 즉 불교 경전 컬렉션을 뜻하며 부처님의 가르침 자체를 그대로 실은 경장(經藏, Sutta-pitaka), 승단의 계율을 실은 율장(律藏, Vinaya-pitaka), 고승과 불교 학자들이 남긴 ‘경(經)’에 대한 주석과 논(論)을 실은 논장(論藏, Abhidhamma-pitaka)으로 구성된다. 불교가 중국을 거쳐 동아시아에 전해지고 불경이 인도와 중앙아시아의 다양한 언어에서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역에서 교육 담론의 공용어로 사용됐던) 한문(漢文)으로 번역되었을 때, 여러 국가에서 불경을 배포하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목판에 담으려고 시도했다. 그중 하나인 「고려대장경」은 아시아 본토에서 현전하는 유일하고 완전한 경전이다.

「고려대장경」이 고려 왕조의 후원을 받아 목판에 삼장을 새겨 경판을 제작하고자 진행한 조판 사업이었던 반면, 별도로 해인사에서 직접 후원하여 제작한 제경판(諸經板)이 있다. 1098년~1958년에 조판 된 총 5,987판의 목각 제경판이 해인사에 보관되어 있다. 이 제경판은 「대장경」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서 그중 일부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다.

「고려대장경」 목각 경판과 5,987판의 제경판은 당대 최고의 인쇄 및 간행 기술의 사례로 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다. 각각의 판목은 체계적이고 세심한 준비 과정을 거쳤고 각 판목에는 글씨가 통일된 서체로 하나하나 아름답게 새겨져 있다. 제작된 후 76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흠결없이 완전한 「고려대장경」 판본을 찍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수한 내구성을 충분히 증명하고 있다.

섬세한 편집과 수집 및 대조 과정을 거쳐 탄생한 「고려대장경」은 한역대장경(漢譯大藏經) 중 가장 정확한 판본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동아시아 불교 연구에 있어 표준이 되는 원전 비평 연구판으로 그동안 널리 배포되고 시대를 넘어 이용됐다. 

「고려대장경」과 제경판은 지식을 생산하고 퍼뜨리는 ‘지식 체계’의 개요를 보여준다. 「고려대장경」은 경(經)과 율(律), 논(論), 불교사를 망라한 불교 문헌의 집대성이며 이 정보를 근간으로 하여 학문 연구의 독특한 체계가 수립되었다.

이 목판은 지식이 재생산되고 계속해서 확산되는 하나의 매체가 되었다. 해인사는 「고려대장경」 목판을 이용해 필요할 때마다 불경 연구와 교육을 위한 자료로 판본을 수차례 찍어 냈다. 그 결과, 해인사는 불교 교육과 함께 지식의 보존과 학문적 연구가 이루어지며 전통적인 방식으로 지식을 전승하는 중심지가 될 수 있었다. 

오늘날에도 해인사는 한국의 삼보사찰(三寶寺刹) 중 하나인 법보(法寶) 사찰로 지정되어 있으며 교법의 교육과 전승을 책임지는 불교의 학문적 연구 중심지로서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서 삼보사찰이란 불보(佛寶)·법보(法寶)·승보(僧寶) 사찰을 가리킨다.
2007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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