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치 탈출과 몸의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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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치 탈출과 몸의 깨달음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1.07.2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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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스포츠를 소재로 하는 연예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여러 종목의 레전드급 선수들이 팀을 이루어 생활체육 클럽팀들과 대결하는 ‘뭉쳐야 쏜다’ 그리고 각 분야의 여자 연예인들이 팀을 이루어 축구 토너먼트를 하는 ‘골 때리는 그녀들’과 같은 프로그램이다. 처음에는 출연자들이 경기규칙도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에서 개인기술과 전술을 배우며 팀을 다듬어 간다. 

스포츠는 그 자체가 흥미를 끄는 많은 요소를 담고 있다. 스포츠에는 승리와 패배에 따른 환희와 실망, 팀을 이루어가는 과정에서의 상호작용, 언더독의 반란에 따른 감동에 땀과 눈물의 스토리가 버무려져 있다. 여기에 대중에게 사랑받는 인기인들이라는 요소가 더해지니 더 큰 흥미를 끌게 마련이다. 때로는 몸을 주체하지 못해서 보이는 몸개그를 보는 재미도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대중들의 운동에 대한 친밀도를 높여준다는 점에서 순기능을 갖고 있다. 즉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엘리트 스포츠만이 아니라 생활체육 수준의 경기도 어떤 맥락 안에서 이루어지는가에 따라 얼마든지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요즘 여러 유튜브 채널이 생활체육 영역에 레전드급 선수나 인기 연예인을 연결해서 성공하고 있는 것도 이를 증명한다. 

어떤 운동을 배우고 경기까지 출전하는 생활체육 활동은 신체적인 측면만 아니라 사회적인 연결감과 정서적인 카타르시스를 한 수준 더 높게 경험하게 해준다. 또 생활체육의 영역에서는 실패에 따른 좌절감이나 열등감에 침몰하지 않으면서도 각자가 기술적 향상을 경험하며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물론 사람 사이에는 당연히 개인차가 존재한다. 운동 동작을 한 두 번 보고 쉽게 따라 하는 천재형이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보다 배우는 것이 유독 더딘 몸치들도 있다. 그렇다고 몸치들은 운동을 배우면서 느끼는 성취의 기쁨에서 거리가 먼 예외적인 사람일까? 그래서 몸치들은 평생 걷는 것 빼고 다른 운동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실제로 자신을 몸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새로운 운동을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 어린 시절 같은 또래들과 체육수업이나 놀이를 하는 중에 겪었던 실패의 경험들이 그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경향은 여성에게서 더 잘 나타나는데 우리나라에서 더 뚜렷한 현상이다. 그 원인이 확실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입시제도, 체육수업이나 환경의 부실 그리고 여성성에 대한 잘못된 관념도 작용하는 것 같다. 혹시 사회문화적으로 하얀 피부와 가녀린 몸매를 선망하는 ‘백설 공주 증후군’의 영향력이 아직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된다. 

각설하고 음치는 그대로 살아가도 큰 문제는 없다. 회식 자리에서 노래를 지목받는 것 빼고는 말이다. 그러나 몸치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 몸치인 상태 그대로 살아간다면 포기해야 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열심히 땀을 흘린 후 샤워를 하면서 느끼는 기분 좋은 피로감 그리고 그와 함께 찾아오는 행복감도 그 하나이다. 

그런데 몸치는 고치기 어려운 것일까? 그렇지 않다. 다만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또 관점과 가치관의 문제이다. 즉 누군가와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별로 작은 성취를 이루어가면 된다. 그리고 스스로 ‘몸의 깨달음’을 얻을 때 얻어지는 기쁨을 누리기만 하면 된다.     

운동기술을 배우는 것은 크게 세 단계를 거치게 된다. 첫 단계는 인지적 영역으로서 몸통이나 팔의 각도, 발의 위치의 넓이, 힘을 주거나 빼는 것, 동작의 순서 등을 머리로 이해하는 단계이다. 

두 번째 단계는 신경생리 영역으로서 한마디로 명령체계를 형성하는 단계이다. 즉 머리가 이해한 대로 운동신경 경로를 통해서 근육을 움직이는 법을 익히는 단계이다. 세 번째 단계는 협응과 근육의 기능적 영역으로서 적절한 움직임을 만들어 내기 위해 지각 및 운동신경 체계를 통합적으로 조화시키고 이를 실행하는 근육 자체의 기능도 향상되는 단계이다. 

운동을 배우는 세 번째 단계의 어디에선가 ‘몸의 깨달음’을 얻게 되며 그때 큰 희열과 성취감을 맛보게 된다. 앞서 말했듯이 몸치 탈출은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이며 반복적인 연습 때문에 충분히 극복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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