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달을 만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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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달을 만나기 전에
  • 박은선 시인
  • 승인 2021.07.27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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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낮과 밤, 밀려오는 포말 앞에서 지그시 눈을 감고 우린 무엇을 생각하는가? 

헤아릴 수 없는 모래알갱이 위에 서서 두 발을 지탱하며 내일의 사념에 빠져 본다.

무심코 발에 걸린 돌멩이 하나, 구르는 소리에도 내 안의 세포들이 화들짝 깨어난다.

저 짙푸른, 깊숙한 내면의 속삭이는 소리! 지극히 은밀하고 사적인 순간을 들여다보면서 가만히 속삭이듯, 내밀한 이야기를 탄생시키는 바다. 태양이 왜 태양인 줄 아느냐고 외치며 뽐내던 모든 여름날은 특별하다.

제주 구석구석의 민얼굴을 맞닥뜨리고 시어(詩語)를 건져내고자 하는 욕구는 달이 바뀔 때마다 계절이 달라질 적마다 매번 다른 갈망으로 다가선다.

항공사의 기내 잡지에 소개된 비오토피아 박물관을 본 순간 내 손은 이미 항공사 예약을 서두르고 있다.

떠나기 하루 전, 깊은 그리움을 시샘하는 하늘의 몸부림이었을까? 

세차게 퍼붓는 비 그리고 바람. 아침이 되니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하다. 

드디어 출발이다. 공항으로 떠날 채비를 서두른다. 비포장도로를 지나쳐 물을 건너니 하늘길이 안착시켜준다. 이제는 익숙한 렌트를 하곤 주저없이 2시로 예약(예약 필수)한 비오토피아 박물관으로 향한다.

수·풍·석

한곳에 있어도 떨어져 있는 그네(수.풍.석)들은 빛바랜 우아함으로 오는 이 바람으로 맞이하는가.

봄꽃 피우는 시침은 세월 타고 아지랑이 바람에 동승하여 나보다 먼저 산을 넘어보고 있다. 

임 떠난 숲길을 밀려나고 이끌려오듯 주저없이 뻔뻔한 볕으로 또 한 번 바람을 가른다. 

어째서 잔잔한 기쁨은 매 순간 놀랍도록 진동이 일며 내 안을 멍들일까. 조심스레 다섯 손가락 모아 쉬이 쉬이이~~ 지나치는 바람에 얹어본다. 

석(石) 박물관
석(石) 박물관

첫 번째 두드림은 ‘석’ 박물관 이다.

부식된 철 구조물은 그대만의 세상 속 한숨과 쏟아진 눈물, 모진 바람 견디며 아름다운 세상 듬뿍 안고 있으라. 태양의 시선을 따라 그리고 실내에선 다른 빛으로 그리운 사랑의 꽃 한 송이 피운다. 

문고리 없는 문은 작가 이타미 준의 개성으로 표현되어 있다. 마음에 꽃향기 퍼져나는 들판을 지나다 보니 이미 져버린 유채꽃 보여주지 않아도 고맙다. 삶의 향기 가득하다. 애환마저 바람 소리에 묻어가고 있다.

그대 허락해 준 이곳, 사철 푸르른 꿈속으로 잠시 눈감아 본다.

풍(風) 박물관
풍(風) 박물관

두 번째 두드림, ‘풍’ 박물관 을 만난다.

바람 소리 침묵을 깨고 곱게 오신 임들의 영혼을 깨운다. 붉은 소나무는 제 살 내어주고 이제 빛바랜 나무색으로 너그럽게 자리한다. 살짝 휜 곡선의 의미는 나름대로 사색해보길 권한다.

겹겹이 여며도 새나가는 바람의 호기심일까? 그 수만 배의 희망도, 소망도 한껏 펼쳐보라. 조용히 자리 잡은 생각의 돌은 방문자에게 허락된 의자이다. 많은 사람이 안고 가는 그림자들이 담겨 있을까? 보이지 않는 환영을 떠올려본다. 

너른 평지를 제주 하늘 아래에서 만나고 햇빛에 목마를까 봐 이어진 데크길 옆으로 물길도 보인다. 

방문자의 모습은 작은 연못에 또 다른 흰 그림자로 반영된다.

수(水) 박물관
수(水) 박물관

세 번째 두드림, ‘수’ 박물관 이다.

어떤 계절에도 흔들림없이 해시계처럼 빛을 그려낸다. 자연과 인간이 한 호흡으로 이곳에 있는 것 자체가 작품이라는 듯 영원성을 구현한 ‘이타미 준’.

“혼자서 외롭더냐고? 그렇지않아. 자연과 네가 작품이야!” 

하늘과 만나는 시선에 꽃이 지고 또 피어나고 있다. 지는 꽃조차 세상의 아름다움을 넘치도록 보여주어 고마웠다고 말한다. 

꽃이 피어오른다. 탐스럽고 향내 좋은 향연에, 푸르디 푸른 자연의 예술 걸작인 하늘에게 감사하다고, 놀랍도록 두근거리는 마음이라고 전해온다.

이곳에 오는 이유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바다만을 안고 있는 제주가 아닌 삶의 탯줄을 이어주는 어멍 할멍의 제주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할까?  

숨비소리 엉불턱(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고 바다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는 바닷가 움푹한 바위틈) 끼고 아련하게 들려오는 제주가 벌써 그립다.

이곳을 방문하는 자에게 또 하나의 행운이 있다면 박물관에서 100m 정도의 옆에 있는 방주교회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물 위에 떠 있는 교회는 햇살 좋은 날 유리마다 낯선 듯 자신의 모습을 비출 수 있는 곳이며 가을이면 핑크뮬리 곱게 물드는 또 다른 이색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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