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인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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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의 인간학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1.07.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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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추시대 말기 사상가이자 철학자이며 도가의 창시자로 알려진 노자(B.C. 604~531). 

추측컨대, 노자가 살았던 시대나 지금의 시대나 별반 다를게 없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며 자신들의 안위와 권력을 취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으며 다양한 주장과 삶의 형태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자는 ‘도가(道家)’라는 자신만의 독특한 사상을 주창하고 나섰다.

노자가 강조하는 도가란 자신의 주장만이 옳고 상대방의 주장은 그르다는 이념적 독단을 거부했다. 자신의 주장이 옳으면 상대방의 주장도 옳으며, 상대방의 주장이 틀리면 자신의 주장도 틀리다는 얘기다. 어느 한쪽만이 맞고 어느 한쪽이 틀리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는 얘기다. 

또, 인간이 만들어 낸 제도나 관습 그리고 이념은 개개 생명 밖의 산물, 즉 외물(外物 자기 것이 아닌 남의 물건)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러한 외물에 의해 인간의 자유와 생명이 억압을 받는다면 이는 결국 생명억압과 파괴의 도구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도가의 기본 사상 가운데 가장 핵심을 이루는 것은 단연 ‘무위(無爲’다. 무위란 말 그대로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는게 아니라 인위적 조작을 하지 않다는다 것이다. 마치 법정의 ‘무소유’와 비교되기도 한다. 법정 역시 살아 생전 취하려 하기보다는 내려 놓으며, 탐하기 보다는 베푸는 삶이 진정한 삶이라고 생각했다. 즉, 취하거나 탐하려는 인위적 조작을 하기보다는 베풀며 내려 놓은 이타적 삶을 강조했다. 어쩌면 이 부분은 노자와 법정이 갖는 공통분모가 아닐까. 그래서 노자는 힘을 힘이 아닌 양보로서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 결국에는 자신의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으며 누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가 하면 노자는 모든 존재가 ‘선’을 ‘선’이라고 여기는 데서 ‘악’이 생겨난다는 역설을 주장했다. ‘선’을 갈망하고 추구하다 보면 ‘선’을 이루기 위해 부득불 ‘악’이 동반될 수 밖에 없으며 결국 ‘선’을 이루지 못하면 좌절로 이어져 ‘악’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노자는 이어 훌륭한 사람은 ‘기다리고 경청하며 불필요한 노력을 그만둘 줄 아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정치적이든 사회적이든 특정 분야에서 지도자(‘훌륭’까지는 아니더라도)라고 여김을 받는 사람들은 노자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작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일까, 노자가 강조하고 있는 ‘무위’와 ‘선’과 같은 일련의 주장들에 얼마나 부합하는 삶을 살고 있으며 또 그러한 행위들이 얼마만큼이나 지역 주민들로부터 설득력을 얻고 있을까.

자신에게 불리한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 그러한 말을 퍼뜨린 상대를 찾아 마치 복수혈전이라도 벌일 태세로 대응하고 있다. 게다가 해당 발언이 분명 지역민들의 정서나 상식을 벗어난 일탈행위임이 분명한데도 유독 자신만은 당당하고 옳다고 목에 핏줄을 세운다.

사람은 신(神)이 아니다. 그러기에 늘 실수를 할 수 밖에 없으며 또 그러한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고 갖은 노력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상식을 져 버린 몰지각한 소수 때문에 지역사회가 흔들리고 민심이 흉흉해진다.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다. 아무리 높은 자리에 있어도, 아무리 화려한 꽃도 10년을 넘기지 못하며 열흘을 못가는 법이다. 그게 자연의 순리며 인생의 법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원한 삶을 살 것처럼 상대방을 업신여기고 무시하는(특히 약자의 의견을) 그런 패륜아적인 사람들을 보면 과연 저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사는가 하는 측은지심마저 인다.

사회란, 사람이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다. 더불어 살아야 사회이며 사람이다.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는 자신이 있다면 굳이 사회라는 테두리에 섞여 불특정다수의 마음을 아프게 할게 아니라 차라리 무인도에 들어가 큰소리 치고 사는게 모두에게 평화를 가져다 주는 일이다. 자신만이 최고이며 자신만이 무한한 존재라는 착각에서 하루 빨리 깨어나 상식이 지배하는 그런 날이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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