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 옥천군보건소 김가영 주무관 “그들이 있어 우리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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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 옥천군보건소 김가영 주무관 “그들이 있어 우리가 행복하다”
  • 김병학기자
  • 승인 2021.08.05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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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음되어 예방활동에 임할 때 코로나는 물러날 것”
“누구로부터 칭찬 들으려 일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
코로나 19의 빠른 종식을 위해서는 의료진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철저한 예방활동 실천만이 첩경이라고 김가영 주무관은 강조한다.
코로나 19의 빠른 종식을 위해서는 의료진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철저한 예방활동 실천만이 첩경이라고 김가영 주무관은 강조한다.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하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 올해로 만 1년 10개월째 나이팅게일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옥천군보건소 김가영(25) 주무관.

수십년 공직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선배 공직자들에 비하면 김 주무관은 알에서 갓 깨어난 병아리 수준이다. 하지만 그녀가 걷고 있는 길은 여느 공직자 못지 않은 사명감에 불타 있다.

김 주무관의 본 근무지는 청산면보건지소였다. 그때만 해도 요즘같이 살얼음을 걷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저 주어진 하루 일과표대로 업무만 진행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김 주무관의 일상에 커다란 변화가 발생했다. 

바로 ‘COVID19’(Corona Virus Disease 19) 발생.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코로나라는게 뭔지도 잘 몰랐다. 그저 언론 등에서 매우 전파력이 높고 일단 감염되면 치사율이 높다라는 정도 외에 딱히 아는 지식이 없었다. 동료 직원들 역시 비슷했다. 그래서 미리서 공부를 해두면 쓸모가 있을거라는 판단에 나름대로 만반의 지식을 축적해 나갔다.

두 말 않고 뛰었다 진정 아수라장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순식간에 돌변했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요동쳤다. 하루가 멀다하고 확진자가 몇 명이 발생했네 몇 명이 사망했네 하는 뉴스들이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듣던대로 엄청난 위력을 갖는 바이러스로구나 하는 생각에 머리끝이 쭈뼛 섰다. 각종 언론보도와 인터넷을 뒤졌다. 무서웠다. 어떻게 이러한 바이러스가 출현해 그토록 많은 인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건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아니나 다를까 호출이 왔다. 당장 군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라고. 두말도 하지 않고 뛰었다. 아수라장이었다. 어디서 들었는지 이미 선별진료소 앞에는 자신의 감염유무를 확인하려는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루었으며 난생 처음 이러한 상황을 접해 보는 동료 직원들 역시 정확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어떻게 하루하루가 지나갔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아침 7시에 출근해 밤 8시에 퇴근하는건 일상사였다. 그렇다고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거나 마음 상해 하는 동료들은 없었다.  

오로지 ‘하루 빨리 코로나를 종식시키자’는 일념 뿐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생활이 벌써 1년 7개월을 넘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처음 생각처럼 조금만 기다리면 종식되겠지 하는 기대가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는 더욱 더 거센 돌풍으로 엄습해 오고 있다.

“선별진료소와 예방접종센터에 근무하는 60여 직원들은 누구에게 보여주려 하거나 칭찬을 듣기 위해 일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저 하루 빨리 코로나가 물러나고 예전처럼 평화로운 삶이 도래하기만을 희망할 뿐이죠”

하루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예전처럼 평화로운 나날 오길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지난 세월 김 주무관에게 기억에 남는 사건이 하나 있다. 지난 달 16일 옥천에서 3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다. 당시 김 주무관은 보은 집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런데 급한 연락이 왔다. 지금 즉시 보건소로 들어오라고. 두 번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가족들에게 뭐라 말도 못하고 곧 바로 차를 몰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도착해 보니 마치 전운이 감도는 분위기였다. 동료 직원들 모두 각자 정해진 분야에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이때 김 주무관은 감동을 받았다. 사실 자신에게 닥친 일도 아닌데 너무도 진지하게 업무에 임하는걸 보고 ‘역시 간호사의 길은 다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김 주무관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도 있었다. 최선을 다해 검진을 하고 업무를 처리하는데도 일부 몰염치한 주민들은 가뜩이나 더위와 싸움을 벌이며 지칠대로 지쳐 있는 진료소 관계자들에게 툭 던지는 말 한마디에 힘이 쭉 빠진다. 심한 경우 군청 홈페이지에 비난의 글을 올려 그에 대한 해명이라도 하는 날에는 방호복을 입는 것보다 더 힘들다.

“제 친구들 가운데 몇몇은 너무 힘들어 이직을 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옥천군보건소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아직까지 단 한명도 그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아 너무도 다행입니다”

주민이 건네는 아이스커피 모든 피곤 한방에 날려 보내

그래도 가뭄에 콩나듯 마음 착한 주민들도 있다. 방호복에 고무장갑 끼고 땀흘리며 일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 나머지 슬며시 건네는 차가운 아이스 커피는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 보내기에 충분하다.

김 주무관의 하루 일과는 이렇다. 아침 7시까지 출근해 밤 8시까지 일하다 집에 가면 몸이 녹초가 되어 그대로 쓰러져 버린다. 사실 씻을 힘도 마음도 없다. 그저 자고 싶은 생각 뿐이다. 그러다 비상상황이라도 발생하면 천근만근된 피곤한 몸을 일으켜 다시 근무지로 달려간다. 진정 군인정신이다. 그리고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무한정 대기한다. 이런 생활이 어느덧 1년하고도 7개월이 넘었다. 평상시 같으면 토요일이나 일요일 늘어지게 늦잠이라도 자겠건만 지금은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솔직히 남자 친구 만날 시간도 없다(물론 아직 없지만).

“코로나 종식을 위해 (의료종사들만)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만 해서 해결되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국민들이 방역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고 그에 걸맞는 예방활동을 같이 해줄 때 하루라도 빨리 끝나지 않을까요”

이러한 김 주무관에 대해 동료들은 입을 모은다. “김가영 주무관을 보고 있으면 대견함을 넘어 마음이 아려옵니다. 저희 보건소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단 한번도 화를 낸다거나 찡그린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김 주무관도 분명 사고를 하는 인격체일진데 어떻게 그렇게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 나이든 제가 오히려 배우고 있습니다”(감염병대응팀 천영희 팀장)  

나이팅게일선서문
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 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것을 하나님과 여러분 앞에 선서합니다. 나는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간호의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전력을 다하겠으며 간호하면서 알게 된 개인이나 가족의 사정은 비밀로 하겠습니다. 나는 성심으로 보건의료인과 협조하겠으며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습니다.

옥천군보건소 차고지에 설치된 선별진료소. 삼복더위에도 불구하고 방호복과 고무장갑으로 무장한 의료진들이 코로나 19와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옥천군보건소 차고지에 설치된 선별진료소. 삼복더위에도 불구하고 방호복과 고무장갑으로 무장한 의료진들이 코로나 19와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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