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구천 변 따라 5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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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구천 변 따라 5일장
  • 김동진기자
  • 승인 2021.08.12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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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뚝 끊긴 옥천 5일장 여름 장날 모습
손님이 뚝 끊긴 옥천 5일장 여름 장날 모습

삼복의 햇살이 뜨겁다. 옥천 읍내를 관통하는 금구천 변을 중심으로 매월 5일과 10일이면 옥천 5일장이 열린다. 

우리나라의 많은 전통시장이 아케이드 시설의 획일화로 장날의 향수는 추억이 되었다. 그나마 옥천 5일장은 재래시장의 구경거리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을 둘러보면 생선, 닭, 돼지고기, 민물새우에 오이, 미나리, 가지, 감자, 파, 배추, 무, 고추, 수박, 복숭아, 참외 등 가격에 민감한 생활 먹거리가 주류를 이룬다. 

장날은 역시 사람 구경이 백미다. 요즘은 마스크를 쓰고 눈만 보이니 다양한 표정을 보는 재미가 사라졌다. 삼삼오오 모인 할머니들의 입담 자랑같은 시끌벅적한 구경거리마저 볼 수 없으니 김빠진 사이다 맛이다.

골목길에는 할머니들이 가운데 길만 내고 양쪽으로 나뉘어 일렬종대로 판을 펼치고 있다. 손수 만든 고추 장아찌가 보였다. 아내는 할머니와 흥정을 하려는지 재미있는 이야기 노가리를 풀어 놓았다. 한참을 할머니와 주거니 받거니 서로 웃었다. 그리고 호박잎, 애호박, 가지, 고추 장아찌 한 병 등 한 보따리를 주섬주섬 챙겼다. 

정지용 시인의 벽화건물을 지났다. 이번엔 익숙한 도넛 할머니다. 어깨에 맨 카메라를 보더니 한 말씀 던졌다. “나도 사진 찍어가. 언제든 준비됐어”라며 큰 소리로 한바탕 웃으며 말했다. 세상의 박한 인심에 사진 촬영 인심까지 메말랐다. 그 가운데 할머니의 한 마디는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이 노점은 후한 도넛 서비스로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손님이 떨어진 장날에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었다. 

여기는 그나마 인심이 넉넉한 편이다. 장날은 이 인심 덕에 재미있는 추억을 나누며 막걸리를 마시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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