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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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90)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21.08.1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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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스톤 데이지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과수원의 신 ‘베루다므나스’는 숲속의 요정 ‘베리디스’의 춤에 반해 그녀(베리디스)가 호숫가에서 세수를 하는 아침부터 해가 저무는 저녁까지 한시도 그녀 곁을 떠나지 않고 친절을 베풀었다. 그러나 그녀에겐 이미 약혼자가 있었다. 그(베루다므나스)의 사랑은 갈수록 깊어 가고 그것이 진정이란 걸 알게 된 그녀도 말할 수 없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고 너무 힘들었다. 그나 약혼자나 둘 모두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그녀는 그와 만나기로 약속하고 꽃으로 변신했다. 사랑하는 그녀를 만난다는 부푼 가슴으로 호숫가를 찾았으나 거기엔 당연히 있어야 할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불안한 가슴을 누르고 항상 그녀가 앉았던 그 자리를 보았다. 호수의 물이 찰랑거리는 물가 양지바른 곳에는 사랑의 고통을 안고 생각에 잠긴 듯한 꽃이 한 그루 있을 따름이었다. 이 꽃이 바로 매혹적인 ‘리빙스톤 데이지’다. 줄기는 지면에 누워서 뻗어가고 높이 15㎝정도 자라며 꽃잎은 백색, 분홍색, 주황색, 옅은 홍색 등 다채롭고 광택이 난다. 요정 ‘베리디스’처럼 화려하고 매우 아름답다. 서남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이 꽃은 ‘희망’이 꽃말이다.

홍화민들레

옛날에 홍수가 나자 모든 식물과 동물들이 피난을 갔다. 민들레도 떠나고 싶었지만 뿌리가 워낙 깊어 움직일 수 없었다. 물이 차오르자 공포에 질려 그만 머리가 하얗게 세고 말았다.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고 하나님께 살려 달라고 기도했다. 불쌍히 여긴 하나님은 민들레 씨앗을 하늘에 날리게 해서 새로운 땅에서 살게 했다. 민들레는 꽃대를 높이 올려 꽃피운 다음에 동그란 모양으로 씨앗이 여문다. 둥근 원 둘레 언저리에 붙어 있던 씨앗이 가벼운 바람에도 여러 곳으로 흩날려 생을 이어간다. 자연의 섭리가 아닌가 싶다. 홍화민들레 꽃말은 ‘행복, 사랑의 신’이다.

천남성

옛날 숲속에서 세력 다툼이 있었다. 식물마다 서로 햇볕도 잘 들고 물도 많은 비옥한 땅을 차지하려고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마지막으로 독이 있는 천남성과 신맛이 있는 머루가 남았다가 결전이 벌어졌는데 머루가 이겼다. 그래서 머루는 기가 살아 하늘 높이 자라고 천남성은 기가 죽어 땅속으로 기어들어 갔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야생화 천남성은 ‘여인의 복수, 보호, 비밀, 현혹’ 등의 꽃말이 독성에서 나온 듯하다. 천남성은 숲속 나무 밑이나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는 다년생 초본이다. 키는 20~50㎝, 잎은 길이가 10~20㎝, 5~10갈래로 갈라지며 긴 타원형이고 작은 잎은 양 끝이 뾰족하고 톱니가 있다. 꽃은 녹색 바탕에 흰 선이 있고 깔때기 모양으로 가운데 꽃차례 중의 하나인 곤봉과 같은 것이 달리는데 꽃잎 끝은 활처럼 말려 요상하니 아름다워 정원에 관상용으로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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